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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원료 vs 건대추’…증숙대추, 611% 관세 부과 사연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중국산 ‘증숙대추(STEAM JUJUBE)’의 품목분류를 두고 수입업체와 인천세관이 공방을 벌였다.

 

쟁점이 된 물품은 2022년 8월 수입업체가 중국에서 들여온 ‘JUJUBE PRESERVED BY SUGAR’다. 제조 공정은 대추를 세척한 뒤 물과 설탕의 비율이 100:15인 설탕물에서 100℃로 20분간 당처리하고, 다시 100℃ 스팀으로 20분간 열처리한 다음 70℃에서 4시간 건조하는 방식이다. 원재료 비중은 대추 92%, 설탕 8%로 구성됐다.

 

업체는 최초에 이 물품을 ‘설탕으로 보존처리한 기타의 과실’(HSK 2006.60-9090호, 기본관세율 30%)로 수입 신고했고 세관은 이를 수리했다. 그러나 사후분석 결과 세관이 품목번호를 ‘건조한 대추’(HSK 0813.40-2000호)로 통보하자, 업체는 재분석을 요청했다. 이후 중앙관세분석소는 제0813호와 제2008호 가능성을 함께 제시했다.

 

관세평가분류원이 최종적으로 제0813호가 타당하다고 회신함에 따라 세관은 2023년 8월 쟁점 물품의 품목번호를 변경하고 관세 등을 경정·고지했다. 업체는 이에 불복해 그해 10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 증숙대추, 품목분류 쟁점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열과 설탕물로 가공된 쟁점 물품을 단순한 ‘건조 대추’로 볼지, 아니면 본래의 성질을 잃고 새롭게 ‘조제되거나 보존처리된 과실’로 볼지 여부다.

 

관세율표상 제0813호는 건조한 과실을 분류하는 항목이다. 제2008호는 제8류에서 예정한 방법을 넘어 그 밖의 방식으로 조제하거나 보존처리한 과실을 포괄한다. 세관이 적용한 제0813호(건조한 대추)는 WTO 농림축산물 미추천 양허관세율인 611.5%의 고율 관세가 적용된다. 반면 업체가 주장한 제2008호(기타 조제 과실)는 기본관세율 45%가 부과된다.

 

결국 일련의 가공 공정이 대추의 본질을 그대로 유지한 수준인지, 아니면 별도의 조제품이 될 정도로 성질을 바꿨는지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다.

 

◆ 업체 “농축액 원료용 변성제품…건대추의 특성 100% 상실했다”

 

업체는 쟁점 물품이 오로지 대추 농축액 추출을 위해 특수 가공된 원료 식품이라고 주장했다. 직접 식용하기 위한 제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업체에 따르면 일반적인 건대추의 수분 함량은 약 32~35% 수준이다. 쟁점 물품은 건조 과정을 거치면서 수분 함량이 약 12%로 떨어져 씹기 어려울 정도의 경질 상태가 됐다.

 

또 100℃의 스팀 열처리를 거치면서 과피와 과육이 갈변하는 등 본래 대추의 특성이 크게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업체는 “천연 방식으로 건조된 일반 건대추와 비교하면 물리적 성상, 용도, 가치가 전혀 다르다”며 이 물품은 단순 건조 과실이 아니라 ‘그 밖의 방법으로 조제하거나 보존처리한 과실’인 제2008호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세관 “소량 설탕 및 단시간 처리일 뿐…본질은 여전히 건대추”

 

세관은 쟁점 물품이 여전히 건조한 대추의 특성을 잃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관세율표 해설서 제8류 총설에 따르면 소량의 설탕을 첨가하는 것은 건조 과실의 품목분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특히 세관은 제2008호로 분류되기 위해 필요한 ‘삼투 탈수’ 공정이 쟁점 물품에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삼투 탈수란 과실을 장시간 농축 시럽에 담가 수분을 설탕으로 대체하는 강력한 처리 방식인데, 쟁점 물품은 13% 수준의 묽은 설탕물에 단 20분간 담갔을 뿐이며 분석 결과 대추 과육 내부까지 당이 균질하게 스며들지도 않은 상태였다.

 

수분 함량 약 12%도 세관의 근거가 됐다. 세관은 “식품공전상 건조물은 별도의 규격이 없는 한 수분 함량이 15% 이하인 것을 의미하므로 건조물의 기준에 정확히 부합한다”며 “경질화되었다 하더라도 색상, 맛, 향, 조직감, 형태 등 건대추 고유의 본질적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결국 당처리와 스팀 열처리는 건대추의 본질을 바꿀 정도가 아니라, 건조 과실의 특성을 유지하는 범위 안의 가공이라는 입장이다.

 

◆ 조세심판원 “가공 범위 벗어나지 않아…건대추 분류 타당”

 

조세심판원은 세관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봤다. 심판원은 쟁점 물품이 설탕물 처리와 스팀 열처리를 거쳤더라도, 과육 내부까지 당이 균질하게 침투하지 않았고 일반적인 건대추의 가공 범위를 넘어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심판원은 현품 표시사항과 실제 샘플 상태도 함께 살폈다. 결정문에 따르면 쟁점 물품의 표시사항에는 용도가 ‘식용’으로 기재돼 있었고, 조세심판관회의에서 제시된 샘플도 업체 주장과 달리 직접 섭취가 가능할 정도로 촉촉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결국 심판원은 설탕물에 잠깐 담그고 스팀을 가한 정도만으로는 일반적인 건대추의 범주를 벗어나 별도의 조제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쟁점 물품을 제0813호의 ‘건조한 대추’로 보아 품목번호를 변경하고 관세 등을 경정·고지한 세관 처분은 정당하다고 결정했다.

 

[참고 심판례: 인천세관-조심-202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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