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USB 방식의 충전기가 관세율표상 ‘전기통신용 기기의 충전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수입업체와 인천세관이 분쟁을 벌였다.
쟁점이 된 물품은 2013년 8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수입된 어댑터 형태의 충전기 제품이다. 이 물품은 교류(AC) 전원을 입력받아 직류(DC) 전원으로 변환한 뒤, 동봉된 Micro-USB 케이블을 통해 스마트폰 등 휴대용 전기기기에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다.
수입업체는 당초 이 물품을 ‘전기통신용 기기의 어댑터’(HSK 8504.40-5010호)로 신고해 WTO 협정관세율 0%를 적용받았다. 세관도 당시에는 해당 신고를 그대로 수리했다.
그러나 2017년 세관이 품목분류 오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업체는 자진해서 쟁점 물품의 품목번호를 ‘기타 기기의 밧데리 충전기’(HSK 8504.40-3090호, 기본세율 8%)로 변경해 수정신고하고 세액을 납부했다. 이후 업체는 기존의 0% 분류가 맞다며 관세 환급을 요구하는 경정청구를 냈으나 세관이 이를 거부했고, 결국 2019년 1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해 처분의 적법성을 다투게 됐다.
◆ USB 충전기, 품목분류 쟁점은?
이번 분쟁의 핵심은 쟁점 물품을 특정 기기 전용인 ‘전기통신용 기기의 것’으로 볼지, 아니면 다양한 기기에 두루 쓰이는 ‘기타 기기의 것’으로 분류할지다.
관세율표 제8504.40호는 전기를 변환하는 정지형 변환기를 다룬다. 정류기기, 인버터, 밧데리 충전기, 파워팩, 어댑터 등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 문제는 같은 충전기라도 용도에 따라 세율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전기통신용 기기의 어댑터로 인정되면 WTO 협정관세율 0%를 적용받을 수 있다. 반면 ‘기타 기기의 밧데리 충전기’로 분류되면 기본세율 8%가 부과된다.
즉, 이 충전기가 휴대폰 같은 전기통신용 기기에 전용되도록 만들어진 제품인지, 아니면 스마트폰 외의 다른 전자기기에도 범용적으로 쓸 수 있는지가 관세율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 업체 “설계부터 휴대폰용…용도세율 승인도 받았다”
업체는 쟁점 물품이 최초 제조 단계부터 범용 제품이 아니라 전기통신용 기기의 것으로 특정돼 설계·제작됐다고 주장했다. 수입 후에도 휴대폰과 함께 소매 포장되어 판매되는 물품이므로, 주된 용도는 명백히 휴대폰 충전이라는 것이다.
업체는 품목분류에서 중요한 것은 제품의 설계 의도와 주된 용도라고 강조했다. 일부 소비자가 디지털카메라나 MP3플레이어 등 다른 기기에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물품의 본질적인 용도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관세율표상 ‘기타’의 의미도 문제 삼았다. 업체는 ‘기타’란 특정 호에 분류되지 않는 잔여 품목을 뜻한다며, 휴대폰에 사용되는 이 물품까지 기타 기기의 충전기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용도세율 적용 승인도 주요 근거로 들었다. 업체는 수입신고 당시 쟁점 물품을 전기통신용 기기에 전용하겠다는 취지의 용도세율 적용신청서를 제출했고, 세관장의 승인을 받았다. 이후에도 해당 용도에 맞게 전량 판매했으므로 용도 외 사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업체는 “세관이 이미 전기통신용 기기의 것으로 용도세율 적용을 승인해놓고, 뒤늦게 품목분류 오류를 이유로 환급을 거부하는 것은 신의성실원칙과 소급과세금지원칙에 어긋난다”고 항변했다.
◆ 세관 “여러 전자기기에 쓰이는 범용 충전기”
반면 세관은 쟁점 물품이 휴대폰에만 쓰이는 제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세관에 따르면 쟁점 물품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 PC, 디지털카메라, 스피커, 헤드셋 등 여러 휴대용 전자기기에 사용할 수 있다. 휴대용 랜턴, 속눈썹 고데기, 미니 선풍기, 안마기, 칫솔 살균기 등 USB 충전 방식을 쓰는 소형 전자제품에도 전원 공급이 가능하다. 세관은 이처럼 사용 범위가 넓은 물품을 전기통신용 기기의 어댑터로 한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세관은 관세율표의 분류 체계도 근거로 들었다. 휴대폰 충전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전기통신용 기기의 것으로 분류하면, 사실상 ‘기타 기기의 것’으로 분류될 범용 충전기는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기존 품목분류 사례도 세관 주장에 힘을 보탰다. 일반 USB 케이블로 여러 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어댑터는 ‘기타 기기의 밧데리 충전기’로 분류된 반면, 내장 IC칩을 통해 특정 스마트폰에 한해 급속충전이 가능한 어댑터는 전기통신용 기기의 충전기로 인정된 전례가 있었다.
세관은 이 사례를 근거로, 전기통신용 기기의 것으로 보려면 단순히 휴대폰 충전이 가능한 정도를 넘어 특정 기기에 대한 전용성이나 뚜렷한 주기능이 확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도세율 승인 주장에 대해서도 세관은 선을 그었다. 용도세율 승인은 신고한 용도로 실제 사용할지를 확인하는 절차일 뿐, 세관장이 해당 품목분류와 세액 자체가 적정하다고 확정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 조세심판원 “USB 포트로 여러 기기 충전 가능…8% 분류 타당”
조세심판원은 세관의 손을 들어줬다. 심판원은 품목분류가 수입신고 당시 물품의 객관적인 특성, 기능, 용도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수입 후 납세자가 실제 어떤 용도로 사용하거나 판매하려 했는지만으로 품목분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무엇보다 심판원은 쟁점 물품의 USB 소켓에 주목했다. 이 충전기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 PC, 디지털카메라, 스피커, 헤드셋 등 다양한 기기의 충전포트로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호환성이 넓은 물품을 전기통신용 기기의 밧데리 충전에만 전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용도세율 적용 승인도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 심판원은 세관장이 용도세율 적용신청을 승인했다고 해서 품목분류와 세액의 적정성까지 확정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수입신고필증에 “사후심사 결과에 따라 적용세율이 변경될 수 있다”는 취지가 기재돼 있었던 점도 근거가 됐다.
결국 심판원은 쟁점 물품을 기본세율 8%가 적용되는 ‘기타 기기의 밧데리 충전기’(HSK 8504.40-3090호)로 본 세관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휴대폰용으로 판매됐더라도, USB 방식으로 여러 전자기기에 사용할 수 있다면 관세율표상 ‘전기통신용 기기의 어댑터’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참고 심판례: 인천세관-조심-20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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