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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근로자 해고통지 이메일도 적법, 단 명확한 근거 있어야”

(조세금융신문=양학섭 기자)회사를 경영하다보면 노사 간의 분쟁은 항상 발생한다. 따라서 사용자와 근로자간의 명확한 근로계약서는 추후 분쟁의 쟁점을 판단하기 위한 근거가 되기 때문에 분쟁을 염두에 두고 근로 계약서를 작성해야만 한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에게 일정 사항을 서면으로 통지하거나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를 하도록 되어있다. 특히 임금의 구성항목ㆍ계산방법ㆍ지급방법 등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해야 한다고 되어있다(제17조 제2항).

그리고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며(제27조), 연차유급휴가 사용촉진 시 서면으로 촉구하고 서면통보를 해야 한다. 18세 미만자와의 근로계약서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하여 교부해야 하며, 탄력적 근로시간제나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하도록 되어있다.

그중에서 해고통지 시 서면 통보와 관련하여 이메일 등 전자문서로 통보한 것이 유효한지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하급심 판례와 행정해석이 분분했었다. 이에 대법원에서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도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두41401 판결]

◆대법원 “해고 사유와 근거, 시기 명시하여 이메일 통지 했다면 적법”

대법원은 건설현장 안전관리 회사에서 해고된 A씨가 "부당한 해고를 취소해 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3년 7월 이메일을 통해 회사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았다. 법인카드 남용, 근무태도 불량 등이 이유였다. 이에 A씨는 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했고 지방노동위원회는 A씨에 대한 해고는 부당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후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징계사유가 상당하고 징계절차의 적법성이 인정된다며 A씨의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A씨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해고 통지는 서면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회사가 징계위원회 개최 통보서와 징계결과통보서에 해고사유와 근거, 시기를 기재한 점, 이메일로 징계결과 통보서를 발송한 후 전화를 해 A씨의 수신 여부를 확인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해고 통지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번에 대법원이 판결한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 유효’가 무조건 유효하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그 판단의 기준을 잘 살펴봐야 한다.

원칙적으로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27 조 제1항). 해고는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해 일방적으로 근로계약 관계의 종료를 통지하는 것이므로 상대방 있는 단독행위이고, 그 의사표시의 방법은 서면, 구두 등 어떠한 방법을 취하더라도 가능하다.[대법원 1997. 9. 26. 선고 97누1600 판결]

그런데 사용자가 해고를 하면서 그 사유를 명시하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전화로 해고를 통지하는 등 해고시점, 해고사유 등이 명확하지 않다면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급심 판례는 해고사유를 명시하면서 ‘근무성적 불량 및 지시불이행 등’ 이라고만 기재한 경우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기재되지 않아 언제부터 언제까지 근무성적이 불량한지, 어떤 행위가 지시불이행에 해당하는지 등을 특정할 수 없으므로 위법하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서울고등법원 2012. 9. 28. 선고 2011나73719 판결] 

또 대법원은“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에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하고, 특히 징계해고의 경우에는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을 기재해야 하며 징계대상자가 위반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조문만 나열하는 것으로는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기도 했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따라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는 경우에도 구체적인 해고사유가 명되어야 하고, 단순히 취업규칙의 조문만을 나열할 경우에는 해고사유 통지의무를 위반한 것이 된다.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취지는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함으로써 사용자가 해고 여부를 더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함과 동시에 해고의 존부 및 그 시기와 사유를 명확히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되고 근로자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해 사용자가 해고 여부를 더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하고,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사유를 명확히 해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되고, 근로자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면’이란 일정한 내용을 적은 문서를 의미하고 이메일 등 전자문서와는 구별되지만, 출력이 즉시 가능한 상태의 전자문서는 사실상 종이 형태의 서면과 다를 바 없고 저장과 보관에 있어서 지속성이나 정확성이 더 보장될 수도 있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무조건적으로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를 유효하게 본다는 취지가 아니다.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를 유효하게 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이메일의 내용에서 사용자의 해고의사(해고사유, 해고시기)가 구체적으로 기재되는 것을 전제로 근로자가 이메일 수신하여 그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하고,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가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명시적으로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해고통지를 서면으로 보내거나 서면과 함께 이메일로 보내는 것이 추후 분쟁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 해당 근로자의 주소지 불명이거나 해외 근무 등으로 서면통지가 어려울 경우라면, 이메일로 해고통지를 보내더라도 반드시 근로자에게 연락하여 이메일로 해고통지를 발송하였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해고통지 시 구체적 사유 명시하고 서면으로 통지해야 안전

이번 대법원 판결은 무조건적으로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를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인사담당자들은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지나치게 확대하여 섣불리 해고통지를 이메일로 하기 보다는 추후 분쟁 예방을 위해 가능하면 서면으로 해고통지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좋다.

다만, 주소지 불명이나 해외 근무 등 특별한 사정으로 인해 해고의 서면통지가 어려운 경우라면 이메일로 해고통지를 하면서 서면통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해고사유 및 해고시기를 명시하고, 이메일 발송 이후에도 근로자에게 연락하여 이메일을 확인하도록 하되, 증거 확보를 위해 이메일의 수신확인 기능이 있는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거나 녹취록 등을 남겨 두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해고예고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는 해고하기 30일 전에 해고예고를 해야 하고, 해고예고의 방법은 특별히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바가 없어서 서면이나 구두로도 가능하지만 입증책임의 차원에서 해고예고도 서면으로 해 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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