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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기업 대출 꺼려…이자보상률 1.5배로 심사기준 강화

은행장 올해 ‘리스크관리’ 강화 '이구동성'…정상기업 대출도 꺼려

(조세금융신문=김사선 기자) 은행들이 최근 경기불황이 지속으로 대기업들의 수익성이 대폭 악화되고 있는데다 금융당국의 부실 대기업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추진으로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대출 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기업 대출 요청을 외면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대기업 계열사가 부실화될 경우 모그룹에서 지원해 안전하다는 인식에 심사기준을 다소 완화해 대출을 적극 실시했지만 지난해 일부 대그룹들이 자회사 부실시 나몰라라 외면하면서 대기업 브랜드만 믿고 대출해줬던 은행들이 ‘뒤통수’를 맞은데다 부실시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또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의 일몰로 인해 당국의 선제적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중단된 것도 은행들의 대기업 여신을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계 대기업과 부실 징후가 있는 대기업 여신은 아예 취급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커지면서 정상기업의 대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일부 은행에서는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이자보상률의 대출기준을 1.5배로 강화하면서 초우량기업을 제외하고는 대기업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자보상률이란 기업이 장기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능력을 보기 위한 지표로서 영업이익 또는 이자, 법인세공제전순이익을 장기부채의 이자지급액으로 나눈 비율로써 배수로 표현한
다.

이 비율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몇 배나 지급할 수 있는가를 측정하는 비율이며, 이 수치가 1배 미만이면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볼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대기업 여신은 대우조선해양, 경남기업 등의 사례처럼 부실이 한 번 터지면 막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등 위험부담이 크다"며 "은행들이 대기업 대출을 점점 꺼리고 회사채 시장마저 위축되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대기업의 돈 구하기가 갈수록 힘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마저 대기업 여신지원을 줄이고 중견·예비기업 중심으로 정책방향이 수정되면서 올해 대기업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정책금융 기능 재편안에 따라 중점지원 대상이 중견기업으로 바뀐다. 오는 2018년까지 연간 정책금융 공급액 중 중견(예비)기업 비중을 현재 35% 수준에서 50%까지 끌어올리고, 대기업 비중은 36.2%에서 32%로 축소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대기업 지원액이 2014년 말 22조3000억원에서 2018년 19조2000억원으로 3조원 가량 줄어들게 된다.

특히 한국은행의 '금융시장 대출형태 서베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은행들의 대기업 대출태도지수는 마이너스(-)19로, 지난해 4분기(-13)보다 6포인트 떨어져 은행권의 대기업 대출에 대해 부정적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계(-13)와 중소기업(-6)에 대한 대출태도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으로, 대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조선업 등 취약업종의 부실 우려감이 반영된 결과다. 대출태도지수는 은행권의 대출심사 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0을 기준으로 그 아래면 대출에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경기 둔화와 수출 부진으로 만성적 한계기업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에 대출해줬다가 부실화 될 경우 은행 수익성과 건전성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시중은행장들이 올해 신년사에서 이구동성으로 저성장과 산업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어느 때보다 리스크 관리에도 집중하겠다고 강조하고 나서면서 대기업들의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이 늘어나면서 기업 부실채권 관리가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라며 "마진율이 낮고 리스크도 큰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과 가계대출에 더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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