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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무엇을 말하는가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 2005년 민간공동연구를 시작으로 2014년 11월, 14차 협상까지 치열하게 벌어졌던 한-중 FTA가 우여곡절 끝에 중국 측 의견을 받아들여 2015년 12월 20일에 발효를 하게 되었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경제영토는 GDP 비율 과거 60%에서 73%까지 단숨에 올라가게 되었다. 역내경제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현재의 답답한 경제흐름 속에서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것으로 기업과 정부 모두 한-중 FTA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큰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한-중 FTA가 발효되면 10년 내 실질 국내총생산인 GDP가 0.96% 늘어난다고 한다. 또한 무역수지도 연평균 4억3300만 달러(약 5,005억)가 개선되며 우리 모두의 화두인 5만38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한다. 이뿐만 아니다.


한-중 FTA가 완결되면 관세 절감액이 연간 54억4000만 달러로 한-미 FTA 9억3000만 달러의 약 6배, 한-EU FTA의 13억8000만 달러의 약 4배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중국의 경기가 이전보다 못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압도적인 최대교역국으로서 중국을 빼놓고는 한국의 수출시장을 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듯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은 우리 경제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하지만 이전 다른 협정에 비해서 개방수준이 꽤 낮고 그 속도도 느려 얻을 것이 많지 않다는 분석이 이곳저곳에서 나오는 것이 또한 사실이다. 즉 한-중 FTA는 품목수 기준으로는 중국은 전체 90.7%인 7,428개, 한국은 92.2%인 1만1,272개 제품을 개방하기로 했다.


반면 한-미와 한-EU FTA에서는 99% 이상이었다. 개방속도 면에서 볼 때도 중국은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수가 20.1%에 불과하다. 5년 이내로 기간을 넓혀봐도 40.6%밖에 철폐되지 않는다. 대조적으로 EU와 미국은 협정 발효 즉시 관세를 철폐하는 품목 비중이 각각 94%와 82.1%였다.


EU는 5년 이내 모든 제품의 관세가 없어지고, 미국은 5년 내 92.8% 철폐된다. 개방 수준이 낮은 이유 중에 하나는 우리의 농수산업분야를 최대한 막다 보니 상대적으로 제조업에서 양보를 할 수 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제조업 관세철폐는 상대적으로 늦게 되어 중국 측 제조업체들이 시간을 벌게되는 효과를 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2015년 내 발효를 그렇게 목 놓아 외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즉 한-중 FTA의 상품분야 특징으로서 관세 인하 스케쥴이 연차적으로 인하되는 것인데, FTA가 발효되더라도 품목에 따라 발효 후 5년, 10년(일반품목), 15년, 20년(민감품목)이 되어서야 비로소 관세가 철폐되는 선형철폐(Linear Cut)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본 협정으로 경제적 효과를 그나마 빨리 체감하게 위해서는 가능한한 신속히 발효를 해야 했다.


이렇듯 보는 이에 따라 같은 한-중 FTA를 두고도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니 만큼 그 경제적 효과가 굉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사람도 있고, 개방폭과 속도가 경제에 끼칠 긍정적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하는 사람도 있다.


여러 예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우리 입장에서는 한-중 FTA의 긍정적 효과인 관세인하와 비관세 장벽의 개선, 투자환경 개선,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 개선 등의 기회 요인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여러모로 더 발전적일 것이다. 여하간 우리에게는 새로운 밥상이 하나 더 차려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새로운 기회요인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중국과 지금까지 거래를 하는 기업 중에는 FTA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중소기업이 허다하다. 이들은 이전까지는 FTA를 알지 못해도 거래에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중 FTA가 발효되는 2015.12.20.이후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이때부터는 주로 중소기업들이 다루는 노동집약적 품목에 대해서는 중국산 물품이 물밀듯이 들어올 것이 분명하므로 우리 중소기업들은 반드시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또한 수출 패턴에 있어서도 지금까지는 중간재 수출이 대부분을 이루었다면 앞으로는 완제품 수출을 생각해야 한다.


중국의 기술력도 꽤 좋아져서 자국에서 자체적으로 중간재를 생산하는 비중도 올라선 이유도 있거니와 중국의 소비수준이 높아져 한국산 최종 소비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 자녀 또는 법이 바뀌어 두 자녀가 대부분인 중국에서는 자국의 식품 등에 대한 불신으로 가격이 좀 높더라도 안전한 한국산 제품의 욕구(NEEDS)가 크다고 한다.


따라서 친환경, 위생용품, 영유아용품, 농식품, 노인용품을 다루는 기업의 경우에는 과거 내수시장의 틀에서 중국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중국과 교류하는 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 중에 하나였던 통관, 상호인증 등 비관세장벽 분야의 개선사항을 활용하거나 원자재 조달 전환, 노동비가 저렴한 개성공단을 일정 생산지역으로 하는 역외가공조항 활용 등 원산지 관리를 통한 FTA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배타적으로 우리에게만 혜택을 주는 부분이므로 관세인하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이 부분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거대 시장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시행된다고 해서 우리에게 과실이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노동집약적 산업의 소상공인들에게는 굉장한 타격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시행초기에는 여러 혼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크나큰 위기가 될 수도 있고 크나큰 기회도 될 수 있는 양날의 칼, 한-중 FTA는 여느 협정과 달리 더욱 더 정부와 기업 기타 유관기관이 합심하여 멋있는 경제 모델로서 작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해나가는 발판으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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