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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관서의 인사문화’ 이렇게 바뀌었다

(조세금융신문=이일화 도봉세무서 재산법인납세과장) 매년 초면 세무관서는 직원들의 인사이동으로 시끌벅적한데 납세자들은 왜 세무서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이동을 하는지 궁금한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세무서에 근무한다고 하면, 세금에 대한 신고보다 세무관서에 대한 분위기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생각해 보면 세금에 대한 계산이야 전문가인 세무사에게 맡기면 될 일이고 세무관서에 대한 분위기나 세금에 대한 정책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이 납세자들에게는 오히려 큰 관심이 될 수 있겠다 싶다.


매년 겪게 되는 인사이동

매년 1월이나 2월이면 세무서는 내부적으로 몸살을 앓는다. 1월이면 어김없이 시작되는 직원들의 인사이동 때문이다. 예년 같으면 매년 2월에 이루어졌을 직원들의 인사시기가 작년부터 1월로 당겨졌고, 직전 해 12월에 고위공무원을 필두로 하여 서장들의 퇴임과 부임이 있고, 이어서 세무서 과장급들에 대한 인사가 실시된다. 서장과 과장, 직원의 인사가 1주일 단위로 발표되니 세무서는 연초에는 가히 인사철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세무서의 경우에는 대부분 직원들의 2분의 1정도가 2년 주기로 인사시기를 맞지만, 어떤 부서의 경우에는 순환전보 때문에 80퍼센트 이상의 직원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직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과내 분위기가 좋고 근무환경이나 여건이 좋으면 떠나고 싶지 않지만, 직원들 사이의 분위가 좋지 않거나, 환경이나 근무여건이 열악하다 싶으면 더 편한 부서로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은 누구나 인지상정일 것이다.


선호 관서와 비선호 관서

직원들의 인사철이 되면 재미있는 것이 하나 있다. 인사권자는 직원들의 희망관서와 희망부서를 전산에 입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부서간 전보를 하게 되는데, 직원들의 업무선호가 업무량과 출퇴근 거리 등을 기준으로 하여 선호 관서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납세자의 하소연성 민원이 적은 강남권의 관서를 직원들이 선호하는 것은 틀림이 없다. 수도권의 변두리에 위치한 세무서의 경우에는 대체로 직원들이 근무지와 거주지가 가까운 관서를 선호하는 것 같다. 특히 요즘 젊은 직원들의 경우에는 남녀 할 것 없이 육아를 공동으로 분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율근무제를 활용하여 출퇴근 시간을 조절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직원들이 선호하는 것은 당연히 집 가까이 있거나 대중교통 접근이 용이한 관서가 될 수밖에 없다.


직원들의 선호부서

요즘 세무서는 직원들의 근무 희망 부서가 현저하게 나누어진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체납정리와 민원에 덜 시달린다고 생각하는 재산세과나 법인세과, 납세자보호실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재산제세 업무는 직원본인의 실생활과도 연관이 있고, 주위의 친인척들에게서 질문이 많아 업무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지만, 업무의 특성이 깔끔하게 끝나거나, 휴일에 나와서 일을 하더라도 업무를 깊이 볼 수 있는 업무의 특성 때문에 선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과거에는 직원들이 법인세과 근무를 선호하기는 했지만, 재산제세 업무를 선호하는 것은 최근의 일이다. 고지세액이 커서 직원들의 업무처리시 부담 가는 세목으로 예전에는 거의 직원들이 재산제세 업무를 기피했었는데 시대의 변천에 따라 직원들의 업무 처리 선호도 역시 달라진다는 점을 느낀다.


젊은 직원들이 늘어나고, 반면에 거의 대부분의 직원들이 대졸 이상의 고학력을 가진 만큼, 업무처리 적극성을 가진 젊은 세대가 세무서에 근무하면서 업무의 난이도가 높은 재산제세 업무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부패의 방지를 위한 순환전보

직원들의 순환전보의 궁극적인 목적은 직원들의 업무순환을 통해서 부패방지를 예방하는데 목적이 있지 않나 싶다. 또한 직원들의 근무 선호도가 높은 관서나 부서를 순환 배치함으로써 직원들의 근무의욕을 고취시키는 효과도 함께 마련하는 데 있는 것 같다.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중앙부서의 인사담당 부서에서는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하여 3년 전보 주기를 지향하고 있는 반면 권익위에서는 직원들의 부패 우려 때문에 2년 주기를 권고하고 있는 것을 보면, 국세청의 순환전보 인사는 내부적인 요인보다 외부적인 요인에 의하여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점점 사회가 투명해지고, 세무공무원의 비리도 고위공직자가 더 언론에 많이 보도되는 것을 보면, 신세대가 새로이 공직에 입문해서 직무를 대하는 느낌은 어떨까. 어떻든 세무관서에 근무하는 과장의 입장에서 보면 일선 관서를 7, 8년 떠났다가 본지방청에서 다시 일선관서 근무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격세지감이란 말이 맞을 듯하다.


젊은 직원들은 자부심과 자존심으로 일을 하고, 일에 대한 매력을 느낀다. 부패로부터 점점 자유로워지고 맑은 마음으로 직무에 임하고 있는 젊고 유능한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 대견스러움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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