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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금감원 행정지도로 변액보험최저보증수수료 정보교환 담합 처분은 위법

(조세금융신문=김사선 기자) 공정위가 상품구조가 매우 복잡한 변액보험상품의 국내도입을 위해 금융감독원의 지시로 업계 실무자 중심으로 구성된 작업반은 최저보증수수료에 대하여 의논한 후 9개 생보사의 최저보증 수수료율이 동일하다는 이유로 담합행위를 했다며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가격을 정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등(이하 ‘이사건처분’)을 내렸다.

공정위는 이 사건 변액연금보험의 GMDB 및 GMAB의 수수료율 결정에 대하여도 피심인 신한 중소형 생명보험회사들은 변액보험 관련 합의들은 삼성, 한화, 교보 등 상위 3사가 주도하고 시장점유율이 미미한 중소형 생명보험회사들은 이를 단순 추종 내지 소극적으로 가담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데 대하여, “중소형 생명보험회사들은 삼성, 교보 등 업계 상위 회사가 산출해 작업반에 제시한 최저보증 수수료율 수준에 대해 이견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묵시적 양해내지 요해’의 방법으로 합의하였고, 그 결과 합의수준대로 수수료율을 책정하여 변액보험상품을 시장에 출시하였던바, 이것은 결코 소극적인 가담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생보사들은 ▲합의의 부존재, ▲경쟁제한성의 부존재, ▲과징금 부과 및 산정 단계에서의 공정위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공정위의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 모두 취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경쟁 사업자들이 가격 등 주요 경쟁요소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 경우에, 그 정보 교환은 가격 결정 등의 의사결정에 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담합을 용이하게 하거나 촉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사업자 사이의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 교환 사실만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음을 명백히 하였다.

법원은 정보교환에 대하여, 관련 시장의 구조와 특성, 교환된 정보의 성질・내용, 정보 교환의 주체 및 시기와 방법, 정보교환의 목적고 의도, 장보 교환 후의 가격・산출량 등의 사업자 간 외형상 일치 여부 내지 차이의 정도 및 그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내용, 그 밖에 정보 교환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의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 합의가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힌 종전의 판결을 인용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기록과 원심판결 및 상고이유서를 모두 살펴보았으나, 상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 각호에 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아니하거나 이유가 없다고 인정하고, 위 법 제5조에 의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경쟁 사업자들이 가격 등 주요 경쟁요소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 경우에, 그 정보교환은 가격결정 등의 의사결정에 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담합을 용이하게 하거나 촉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사업자 사이의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법원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 교환 사실만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대상 판결 역시 보험사들이 모여 단순히 정보를 공유한 한 것만으로는 담합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 사건 최저보증수수료를 결정할 당시의 사정은 삼성, 교보를 제외하고는 전적으로 생소한 금융상품인 변액보험에 대하여 최저보증료를 각 사별로 산출하거나 책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였다.

그러므로 이들이 수차의 회합을 갖고 회의를 하였다고 하여도 최저보증수수료를 주된 논의로 삼은 것은 아니며 정확히 말하면 정보 교환에도 이르지 못한 수동적 정보수용상태에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변액보험제도 도입이 정부의 정책방안이었던 만큼 도입을 위한 실무작업반을 운영하는 것도 금감원의 주도적 입장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다만 금감원이 최저보증수수료율을 1% 이내에서 각 회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였고, 각사는 GMDB 0.05%, GMAB 0.5~0.6%로 책정하였으므로 설사 그와 같은 수수료가 담합행위로 정해진 것이라고 보더라도 이를 행정지도의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담합에 이르지 못한 정보교환수준이라고 보면 금감원의 행정지도가 담합의 위법성을 복멸하는지의 문제도 생길 여지가 없다고 판단된다.

물론 묵시적 합의에 의한 담합도 명시적 합의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는 공동행위인 만큼 부당한 것이라면 제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정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기업이 합의의 존재, 과징금 산정에서의 재량권 남용・일탈, 위반행위의 수, 공동행위의 종기확정문제와 처분시효의 경과를 순서처럼 다투어야 하는 소모적 싸움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합의에 대하여 보다 엄격하고 충분한 증명을 요한 이 판결의 의미는 크다.

[대상판결] 대법원 2015.3.12. 선고 2014두4579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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