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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필재 변호사 “조세소송, 승패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경기도 시흥시에 개업…“지역밀착·생활밀착형 법률서비스 제공할 것”

(조세금융신문=나홍선 기자) 지난 1월 8일 22년 간의 공직을 마무리한 정필재 변호사는 개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그동안의 조세소송 지휘 경험을 담은 실무책자를 발간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책은 그가 지난 2년간 서울고등검찰청 송무부에서 조세소송 지휘검사로서 다뤘던 2천 건 이상의 사건을 전수조사한 후 세목별로 정리한 것이다. 주로 발생하는 사건들 위주로 쟁점을 정리해 누구나 조세소송 실무를 쉽게 이해하고 나아가 간편하게 소장을 작성할 수 있게 하는데 목적을 두고 썼다.

즉, 세법 문외한이라도 쉽게 읽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취지로 만든 실무책자로, 오는 3월 중 출판할 예정이다.


정 변호사는 “3월 출간 예정인 조세소송 관련 실무책자는 많이 다뤄지는 쟁점을 세목별로 알기 쉽게 정리해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이 책을 통해 조세소송 건수도 줄고 보다 쉽게 조세소송을 종결하는데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세소송 쉽게 접할 수 있는 실무책자 3월 발간

정필재 변호사에게는 조세소송 지휘 검사로 활동한 경험이 삶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는 변호사로서 새출발하는 현재까지도 마찬가지다. 조세소송 실무 관련 책 저술은 물론 앞으로 조세소송에 비중을 두고 활동하면서 특히 지역밀착형, 생활밀착형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조세변호사가 최근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소수 전문가에게만 접근이 허용된 측면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불필요한 비용이 많이 들고 소송비용도 높아지면서 진입장벽도 높습니다. 하지만 진입장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조세소송을 어렵게 생각하는데 어려운 분야가 아니어야 합니다. 아무나 조세소송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오픈하고 진입장벽도 허물어야 합니다.”


정 변호사는 “책을 쓰는 이유도 그런 취지”라며 “책을 통해 쟁점이 공개되면 소송기술 · 방법도 다양화될 것이며 소송결과에 승복하는 분위기가 더 증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송관련 업무를 비밀스럽게 하다 보니 불신이 커지는데 정보를 오픈하고 진입장벽을 허물면 불신이 사라질 것입니다. 누구나 억울하면 하소연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자료를 모으고 소송을 수행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데 일조할 계획입니다.”


그는 “조세소송은 형사사건에서 유무죄를 다루듯 무조건 이기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조세소송은 국가가 이기면 세수확보가 되지만 국민(납세자)이 이기면 국민(납세자)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조세부과와 납부의 이같은 이중적인 성격을 고려할 때 “조세소송만큼은 기존의 승패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지역사회에 신속하고 체계적 법률서비스 제공 위해 중소도시 선택

정필재 변호사는 여느 변호사들과 달리 개업에 있어서도 남다른 선택을 했다.

다른 판 · 검사 출신들이 대형로펌을 선택하거나 서초동에서 개업을 하는 것과 달리 중소도시인 시흥에서 개업키로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그동안의 법조 공직경험을 통해 중소도시에 있는 시민과 기업은 신속하
고 체계적인 법률서비스를 받기 힘들다는 사실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중소도시의 경우 보통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법원이나 검찰 소재지로 찾아가야 하는 어려움이 많다. 게다가 변호사도 많지 않아 사건에 가장 적합한 변호사를 선임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더구나 그 과정에서 기왕이면 전관출신이나 판 · 검사와 가까운 변호사를 찾으려고 하다 보니 브로커가 생겨나는 등 법조시장이 왜곡돼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을 바꿔보기 위한 의미있는 시도 차원에서 중소도시로 눈을 돌리게 됐다는 게 정 변호사의 설명이었다.


“시흥만 해도 법원과 검찰청 소재지인 안산이나 인근의 인천과 부천에 법률사무소가 몰려 있어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타 지역으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주치의처럼 같은 지역에서 평소 알고 지내는 실력있는 변호사가 있다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도 훨씬 수월하게 법률서비스를 받을 가능성이 높게 됩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시흥시민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시흥에서 개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여러 대형로펌에서 영입제의도 있었고, 많은 선후배들 역시 서초동에서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 변호사는 22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자신과 검찰을 신뢰한 사람들 덕분이라는 생각에서 변호사로서 좀더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고민했다.

“검사를 그만둔 것도 타성에 젖어 열정을 잃은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고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은 정 변호사는 “공직을 그만둔 이후에는 그동안의 관행에서 벗어나 법률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에서 봉사하는 자세로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고자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조세소송을 2년 동안 지휘하면서 중소기업이 세무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대응이 부족해 업무에 지장을 받거나 성장에 제약을 받고 심한 경우 도산까지 한다는 사실을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다”며 “국내 최대 산업단지인 시화공단이 있는 시흥에 위치한 다수의 중소기업도 예외가 아니라고 판단해 조세소송 전문가로서 시흥의 세무사분들과 함께 중소기업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세무분야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민주화라는 사회적 화두 아래 중소기업이 강건하게 발전해야 국가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점도 그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또, 인천지검과 수원지검에서 형사부장으로 수년간 근무하면서 자주 다녀갔던 곳이 마침 시흥이라 오이도, 월곶 포구, 군자봉, 관곡지 등 여러 관광 명소에 대한 추억도 많고, 지역사정도 잘 알고 있다는 점도 시흥에서 개업하게 된 이유다.

정 변호사는 “게다가 시흥은 개발이 덜 된 면적이 크고, 바닷가까지 제 고향 함평과 아주 흡사해 다른 어느 곳보다 매우 정감이 갔다”며 “개인적으로는 고향 같은 곳”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지역사회 환원 차원에서 장학재단·연구소 만든다

정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업무에만 국한되지 않고 본인이 가진 재능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할 계획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즉, 변호사 업무에 치우치지 않고 좀더 큰 틀에서 사회에 봉사하는 기회를 적극 만들어갈 생각이다.

“조세 소송은 좀더 잘할 수 있는 분야인 만큼 이 부분에 깊은 관심을 가지면서 변호사로서 봉사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봉사하고 싶습니다. 어찌보면 돈에 대한 생각을 버리려고 노력할 생각인데, 막상 그렇게 결심하니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낌입니다.”


“공직을 떠나고 보니 그동안 자신이 온실 속 화초나 마찬가지였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는 정 변호사는 “앞으로는 그동안 평소에 생각했던 바를 행동으로 실천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어린 시절 넉넉하지 못한 환경으로 인해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검사가 됐고, 검사로서 무사히 생활할 수 있었기에 무엇보다 장학재단을 만들어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그는 밝혔다.


또,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기여하는 연구소를 만들고 후원하는 일도 그가 평소에 꿈꿔왔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수입의 1/3은 연구소, 또다른 1/3은 장학재단에 기부할 것입니다. 가족들에게 이런 생각을 밝히고 수입의 1/3으로만 생활해야 한다고 하니 10~20년 후 후회하지 않을 일을 하라고 격려하더군요. 가족들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가족들이 성원해준 만큼 앞으로 사회에서 받은 혜택을 환원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정필재 변호사는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하면서 자연스럽게 법조인의 희망을 갖게 됐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나서는 보다 활동적이고 세상의 다양한 부분을 접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검사를 지망했다. 물론 현실적으로 사회와 서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은 바람도 있었다.


검사가 된 후 사회정의라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업무적으로 ‘어느 누구도 억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나름의 신조를 잊지 않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피해자나 피의자 모두를 같은 인간, 즉 인간 대 인간으로 보고 공평무사한 입장을 갖고자 애썼다.

이는 검사의 경우 쌍방이 싸우는 사건에서는 자칫 한쪽 편을 들기 쉬운 업무적 특성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했기에 그는 되도록 주변 서민, 억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자 노력했다.


과거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부장 시절에는 기획부동산업자들이 맹지를 구입한 후 허위 과장 광고를 통해 큰 이득을 취한 사건을 맡아 철저한 수사를 통해 10여 명을 구속함으로써 이들 기획부동산업자들에게 철퇴를 가한 바 있다.

이는 당시 여러 언론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사건이었다. 정 변호사에게도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경험이었음은 당연하다.


국가정보원에서의 3년간 파견근무 또한 마찬가지다. 대공사건을 지휘하고 북한 및 일본, 중국과 관계된 여러 문제에 대해 자문하면서 폭 넓은 시야를 갖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정 변호사는 “국정원은 다른 어느 국가기관보다 맨파워가 뛰어나고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애국심이 투철한 기관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그 기간을 통해 더욱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직을 떠나기 전 2~3년 동안에는 서울고등검찰청 송무부에서 조세소송 지휘 검사로 근무하며 다양한 조세소송을 접했다.

지난해 국내 최대의 지방세 소송 사건으로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던 OCI와의 지방세 관련 재판 역시 그가 소송지휘를 맡았다. 그 사건에서 새로운 소송전략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기존 인천시나 국세청이 적격분할의 3가지 요건 위주의 이른바 미시적 접근에 주력했다면 정 변호사는 여러 가지 논란이 예상됨에도 왜 적격분할을 했는지에 대해 더 주목했다. 즉, 동기를 알아야 하며, 싱가포르 투자 등 상대방(OCI)의 언어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좀더 큰 숲을 보고자 노력했다. 그런 노력과 관점은 상당한 성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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