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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질주 ‘브레이크’

외환 노조 2.17 합의서 위반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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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금융신문) 하나금융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하나·외환은행의 조기통합 움직임에 노조의 반발과 금융당국 수장의 부정적인 입장으로 제동이 걸렸다.

 9일 금융권은 최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합병 카드를 꺼낸 후 외환은행 김한조 행장이 맞장구를 치는 등 통합 분위기를 띄우고 있지만 외부 변수로 좌초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3일 조기 통합 필요성을 밝혔다. 김 회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논의해야할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회장이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이사회 및 각 은행장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7일에는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은행 내부 게시판을 통해 전 직원에게 보낸 서면 메시지에서 “현재의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선 조기 통합 논의 개시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을 논의해야 하는 이유로 은행 산업의 수익성 악화를 들었다. 김 행장은 “은행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와 국내외 금융권의 경쟁 심화, 규제 강화 등으로 수익성 악화 추세가 지속하는 시점”이라면서 “통합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정적인 대응보다 냉철한 이성으로 한 그룹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통합 논의를 판단해달라”고 당부하면서 노조 설득 작업에 나섰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김 행장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임시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조기 통합은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한) ‘2·17 합의’ 위반”이라며 금융위원회의 외환카드 분사 예비승인까지 문제 삼은후 나왔다는 점에서 하나금융 측이 통합을 강행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에 이어 김한조 외환은행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간 ‘조기통합’ 가능성을 시사하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8일 외환은행 노조는 “현 시점에서의 통합논의 내지 합병협의는 ‘5년 경과 후 상호 합의로 합병여부를 협의할 수 있다’고 명시한 2.17 합의서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2.17 합의 위반을 전제로 한 요구는 그 어떤 것도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하나금융지주 및 경영진의 이른바 협의요구는 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쇼에 불과하다”며 “이들이 원하는 것은 진정한 대화가 아니라 합병강행을 위한 명분축적용 내지 합의위반 행위의 합리화에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한조 은행장의 이번 입장발표는 하나금융지주의 입장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행동에 대해 상당수 외환은행 직원들은 그래도 외환은행 선배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는데 그마저 접게 됐다”며 “커다란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노조는 당초 계획한대로 오는 9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 회견 및 진정서 제출에 이어 12일 오후 2시 서울역 집회 및 거리행진 등 전면투쟁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외환‧하나은행 조기통합 움직임에 외환은행 노조가 5년간 독립경영 약속을 지키라고 반발하고 있는데다 금융당국 수장인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국회 보고과정에서 “당연히 노조와의 합의를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통합 움직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금융권은 신 금융위원장의 언급을 ‘5년간 외환은행 독립경영을 보장한다’는 2012년 하나금융·외환노조 간 합의를 이행하라는 압박으로 해석했다.


게다가 일부 국회의원들도 조기통합에 문제삼고 있어 하나·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이 하나금융측의 의도대로 진행될 지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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