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이사장은 지난해 7월 경영권 분쟁 초기만 해도 외견상으로는 신 전 부회장의 편에 서 있었다.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내세워 신 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시켰을 당시, 신 이사장이 직접 신 총괄회장의 휠체어를 밀며 모습을 드러낸 탓이다.
그러나 지금은 누가 봐도 신동빈 회장의 측근이다. 신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22일 열린 롯데월드타워 상량식에 참석해 신 회장과 함께 자리를 지켰다. 이 행사에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오지 않았다.
또 지난 24일 롯데그룹이 35개 그룹사 임직원 및 가족 2000여명을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클래식 공연에 초청했을 때에도 신 이사장은 신 회장과 같은 줄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신 회장 가족 중에서 이날 공연을 같이 관람한 사람은 신 이사장이 유일했다.
롯데 경영권 분쟁의 향배를 결정짓게 될 신 총괄회장 성년후견인 지정 관련 심리에서도 신 이사장은 신 회장과 마찬가지로 성년후견인 지정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결정적으로 신 이사장은 지난달 18일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과 함께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신 총괄회장이 최근 롯데제과, 호텔롯데 등 주요 계열사의 이사직에서 잇따라 물러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 회장이 신 이사장을 적이 아닌 아군으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처음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을 때만 해도 신 총괄회장을 등에 업은 신 전 부회장에게도 당위성이 부여됐지만 신 총괄회장의 치매설이 설득력을 얻고 일본 롯데의 주총과 이사회에서 신 회장이 헤게모니를 쥐면서 사실상 승부는 판가름 났다”며 “신 이사장으로서도 대세를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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