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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주도 구조조정 어렵다…구조조정 상당한 시간 소요

해운‧조선업종 역량 강화와 경쟁력 제고가 관건

(조세금융신문=김사선 기자)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이 상당 부분을 해당기업의 자구 노력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여전히 구조조정의 방향성과 해당업체의 생존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NH투자증권은 2일 “정부 주도의 일사불란한 구조조정을 할 수 없는 구조인데다 재무적 구조조정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경영환경”이라며 “기업 구조조정이 과거처럼 원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작다”고 밝혔다.

정부는 향후 구조조정을 해운업종과 조선업종에 집중해서 진행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기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연초 이후 차별화되는 업황을 반영하여 기존에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되었던 5개 업종(조선, 해운, 건설, 철강, 화학) 중 조선과 해운을 우선 순위에 두기로 한 것이다.

반면 타 산업들의 경우 원자재 가격반등과 자발적인 사업개편을 통해 점진적인 업황 개선이 이어지면서 경기민감업종에서 제외되었다.

철강과 석유화학은 사업 재편과 가격 반등으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으며 건설의 경우 부동산 경기회복과 건설수주가 급증하면서 당분간 불안 요인은 크지 않다는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향후 경영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으면서 개별 기업의 자구노력이 한계에 달한 해운과 조선의 구조조정에 집중하고 있다.

해운업종의 경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모두 자율협약을 체결한 가운데 용선료 인하 및 출자전환을 포함한 채무재조정을 추진 중이다.

현재 현대상선의 조건부 자율협약이 기간이 6월 29일(1개월 연장 가능)까지로 되어있어 해운업종 구조조정의 큰 그림은 2분기 중에 구체화 될 전망이다.

정부는 한지해운과 현대상선이 2026년까지 지불해야 하는 용선료가 5조원 이상에 달하고 있는 만큼 용선료 협상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해운업체들은 용선료 인하 가능성을 낙관하기 힘든 만큼 법정관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 전반에 대해서는 ▲주채무계열 선정 ▲정기적인 신용위험평가(대기업 7월, 중소기업 12월)을 통해 구조조정 대상을 선정하는 방법이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될 방침이다. 대기업 신용위험 평가 결과에 따른 구조조정 업체 수는 지난 15년에 54개사로 14년의 34개사에 비해 크게 늘어났는데 이러한 증가세는 올해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부각되고 있는 정부주도의 구조조정과 위기업종의 높아진 부채비율은 과거 IMF와 비교되면서 당시 정부 주도의 빅딜 사례가 많이 인용되고 있다”며 “현재의 달라진 자본시장과 기업환경 속에서 예전에 보여준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IMF 위기 당시 빅딜은 그룹 간 서로 다른 사업을 맞교환하는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대상이 해운과 조선으로 국한되는 가운데 장기화되는 국내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고 있어 재무적 구조조정만으로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은 “IMF 이후 기업을 둘러싼 제도적 환경이 크게 변화하면서 지배주주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장치가 약화되면서 오히려 기업들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높아진데다 복잡해진 기업들의 지배구조와 함께 은행권 중심이었던 기업 여신도 직접금융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며 “채권단과 주주들의 동의가 중요해진 만큼 정부의 일방적인 주도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IMF 위기 당시 빅딜은 그룹 간 서로 다른 사업을 맞교환하는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대상이 해운업종과 조선업종으로 국한되어 있어 업종 내 상위업체 다른 업체를 인수해야 하지만 업황 부진 속에 선두업체들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어 과거와 같은 빅딜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특히 국내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고 있어 IMF 위기 당시 처럼 재무적 구조조정만으로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4조원 이상을 쏟아붓고도 정상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STX조선해양을 비롯한 중견 조선업체들을 꼽았다.

NH투자증권은 “대규모 자금지원에도 뚜렷한 개선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STX, 성동 및 SPP조선 등 중소형 조선업체들의 경우 통폐합이나 법정관리 신청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NH투자증권은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 전방산업의 전망도 어렵다보니 연쇄적으로 침체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이번 구조조정의 방향은 디레버리징이 아닌 해운과 조선업종의 역량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NH투자증권은 "이번 구조조정은 정부나 금융권이 아닌 기업이 주도해야 하는데 이를 주도할만한 선두업체가 없다"며 "매각을 진행하더라도 부실정리 이후 가능해 구조조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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