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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이건희傳’ 저자·출판사 상대로 거액 손배소 제기

(조세금융신문=최일혁 기자)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지난 3월 초 발간된 이건희의 저자와 출판사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건희은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건희 회장의 가계에서부터 그가 살아온 삶, 그의 경영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이 아닌 이건희 회장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에 근거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저자인 심모씨는 칼럼니스트 겸 산업분석가다. 삼성중공업, 삼성자동차 등에서 근무한 삼성맨 출신이다. 지난해 1월에도 삼성의 몰락이라는 책을 냈다.

 

심씨는 이건희에 대해 이 책의 메세지는 삼성과 이건희에 대해 잘못 알려졌거나, 왜곡됐거나, 중요하지만 의외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일부라도 바로잡는데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건희 회장을 신화화하는 과정이 너무 지나쳐 이병철 선대회장이 주저하거나 반대했던 반도체 사업을 이건희 회장의 의지로 이룬 것이라는 논리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삼성의 반도체 사업을 성장·확대시킨 것은 이건희 회장의 공이 맞지만 초기 반도체 사업은 이병철 회장의 확실한 업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어 모 주간지에서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은 삼성의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사업에 대해 2012년부터 이재용 부회장이 사업 참여를 고민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반도체 사업 이건희 신화화와 같은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 심씨는 1997년 이건희 회장이 직접 저술한 알려진 자전석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는 이건희 회장이 쓴 것이 아니라고 적었으며,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시에 기획재정부 중심의 경제관료들이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찬성표를 던지도록 컨트롤했다는 주장도 펼친다.

 

이건희에 대해 삼성그룹 측은 무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5년여 전에 삼성그룹을 떠난 이학수 전 부회장이 손배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책이 나온 지 한 달여 후인 지난 4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저자인 심모씨와 책을 펴낸 S출판사를 상대로 각각 4억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2010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삼성그룹의 2인자로 불렸던 인물이다. 1970년 제일모직에 입사한 그는 삼성그룹 재직 기간 대부분을 비서실에서 근무하며 지근거리에서 이건희 회장을 보좌했다. 그룹 컨트롤타워의 수장 격인 비서실장, 구조조정본부장, 전략기획실장 등을 지냈으며, 이재용 부회장에게로 경영승계가 이뤄지면서 퇴진 수순을 밟았다.

 

업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복심이었던 이학수 전 부회장이 삼성그룹에서 이 책과 관련해 아무런 리액션이 없자 답답한 마음에 본인이 직접 소송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건희에는 이건희 회장뿐만 아니라 이학수 전 부회장에 대한 내용도 상당부분 언급되기 때문에 이를 문제 삼은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오랜 기간 병상에 누워있는 상황에서 삼성그룹 차원의 소송은 오히려 부정적인 여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충성심이 강한 이학수 전 부회장이 자진해서 대리인 자격으로 나섰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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