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목록

키맨 사라진 롯데그룹…검찰 “수사에 차질 없어”

“장례 일정 등 고려해 그룹 사장단 소환 일정 조율”
“검찰 수사 중 79명 극단적인 선택”


(조세금융신문=유명환 기자) 검찰이 롯데그룹 전반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중인 가운데 그룹 2인자로 불리던 이인원 부회장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신격호, 신동빈 회장에 대한 수사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인원 부회장의 죽음이 검찰의 가혹한 수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29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이번주 중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소환해 조사하는 등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이인원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인해 주요 피의자에 대한 소환이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27~28일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2), 소진세 대외협력단장(66·사장) 등 그룹 핵심 관계자 3~4명의 다음 주 소환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인원 부회장이 자살함으로써 검찰은 그룹 핵심 관계자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부회장 장례 일정 등을 고려할 것”이라며 소환대상자 일정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키맨의 극단적인 선택에…검찰 수사 난항

이 부회장 사망으로 검찰의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26일 이 부회장은 경기 양평군 서종면의 한 산책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부회장은 이날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에 대한 검찰의 소환을 앞두고 있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6월부터 롯데그룹의 횡령과 배임, 탈세 등에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소환을 앞두고 이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음에 따라 검찰의 수사 일정 변경이 불가피해 졌다.

이 부회장은 올해 69세로 43년간 롯데그룹에 몸담아 왔다. 오랜 시간 신격호 총괄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신격호의 복심’으로 불렸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롯데 오너 일가의 각종 비자금, 탈세 의혹에 깊게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특히. 2007년 정책본부 부본부장, 2011년 정책본부장 직을 맡았던 이 부회장은 정책본부 관련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룹 비자금 조성 핵심 부서로 지목된 정책본부 ‘입’ 사라져

검찰 관계자는 앞서 “두 달 반 정도 수사를 하면서 많은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자살로 수사에 중대한 영향을 받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에 걸친 압수수색을 통해 물적 증거를 많이 확보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입’이 없어도 오너 일가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정책본부 개입 정도 등을 규명하는 데에는 다소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신격호 총괄회장이 현재 치매 등으로 정확한 진술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으로 알려진 만큼 신 총괄회장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도 일부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신 총괄회장의 정확한 진술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만큼 신 총괄회장의 ‘손발’ 역할을 해왔던 이 부회장의 진술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돼왔다.

이밖에 검찰은 롯데홈쇼핑 인·허가 로비 의혹, 롯데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 롯데케미칼 소송사기·‘통행세’ 의혹 등 계열사 의혹에 대한 수사 일정도 재조정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오너 일가 수사 외에 계열사 수사도) 일정을 조금 더 검토해봐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강압적인 수사…책임소재 가려야해”

이 부회장에 자살과 관련해 정의당은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이 재벌 일가의 경제 범죄 행위를 가리는 방패막이로 사용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현안브리핑을 통해 “비자금이 없다는 고인의 유언과는 별개로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및 탈세와 횡령, 배임 등의 혐의는 정황이 구체적이고 설득력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대변인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강압수사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수사 과정에서도 고인을 무리하게 압박한 일은 없었는지 책임소재를 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검찰의 수사 관행은 종종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검찰 관련 인권침해 진정사건 접수 및 처리 현황’에는 검찰 수사를 받다 목숨을 끊은 피의자가 6년간 79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