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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 ‘불효자 방지법’ 재시동, 부모의 증여해제권 보장되나?

인정범위 매우 제한적, 자녀의 재산처분 등 은닉시 환수방법 없어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부모에게 재산을 증여받고도 부양의무를 외면하는 자녀들에 대한 증여재산을 되돌려 받는 내용의 ‘불효자 방지법’이 발의됐다. 하지만 법개정이 되더라도 적용범위가 매우 한정적일 수 있어 부모의 권리행사가 ‘바늘구멍’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동대문구을, 정무위원회)은 지난 13일 자녀들에게 증여 후 버림받은 어르신들이 증여재산을 해제할 수 있는 ‘불효자 방지법’(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민법상에선 자녀가 부모에게 범죄행위를 했을 때, 또는 부양의무있는 경우에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부모가 이를 인지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 소를 제기할 경우 증여재산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권리(증여 해제권)를 인정하고 있다. 

민 의원의 개정안은 해제 사유에 학대와 현저히 부당한 대우를 추가하고, 제척기간을 종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린 것이다. 또한 부모가 해제권을 행사하기 전 사망한 경우 해제권이 상속인에게 넘어가도록 했다.

하지만 민 의원의 의도대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현실의 벽을 넘기는 아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해제사유와 제척기간 모두 빈틈이 있기 때문이다.

민 의원의 개정안 통과될 경우 부모가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해제사유는 범죄행위, 부양의무 미이행, 학대, 현저히 부당한 대우가 된다. 

이중 범죄행위는 가해자의 행위시점을 기준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부모는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 때문에 부모가 범죄행위가 있던 날로부터 1년 이내 해제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를 범죄자로 내몰면서까지 해제권을 행사하기란 도의적으로 쉽지 않다.

부양의무 미이행 관련해선 부모가 해제권을 행사하려면, 해당 증여가 수증자에게 부양의무을 전제로 증여가 이뤄졌다는 부담부 증여의 존재를 입증해야 한다. 부모와 자녀간 부담부 증여계약서를 쓰지 않았다면 해제권 행사가 어렵다는 것이 그간의 법조계의 시각이었다. 

이에 대해 민 의원 개정안은 학대나 현저히 부당한 대우로 이를 보완하고 있지만, 학대는 형사책임이 발생되므로 이 역시 부모가 자녀를 범죄자로 내몰아야 하는 문제점이 생긴다. 

현저한 부당한 대우 요건은 부담부 증여에 대한 보완입법이긴 하나, 자녀가 본인의 생계에 충분히 여력이 있음에도 부모의 거듭된 부양요구를 거절하는 등 부모와 의절한 상태나 다름 없다는 뚜렷하고 명백한 근거가 있을 경우 등 극히 매우 드문 경우에나 적용할 수 있어 이 역시 적용이 어렵다.

민 의원실은 이같은 점을 인정하면서 “이보다 더 실효성 있는 법안을 발의하려 했으나,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기존 법안과 차이가 많이 나면 법안통과가 어렵고, 국민들이 적응하기에도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입법부 내부에선 보수적으로 개정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생전에 증여할 수 있는 부모 역시 한정된 계층에 해당되기 때문에 과도한 입법이 이뤄질 경우 득보다 실이 많게 될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 현안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77만여명 수준이었던 독거 노인 수는 2015년 130만여명을 넘어 2035년에는 34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시 복지재단이 전국 독거 노인들의 ‘고독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2013년 총 1,717건의 고독사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11일 발표한 ‘고령층 고용구조 변화와 소득불평등 추이’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소득지니계수는 0.422로, OECD 국가 중 최상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득지니계수는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로 1이면 완전불평등, 0.4를 넘어가면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판단된다.

2011년 기준 OECD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빈곤률은 48.6%로 2010년 OECD 평균치인 12.4%를 훨씬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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