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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저자 슈바프 "세무사·보험설계사·판사 사라진다"

"한국, 고령화 사회에 대비 이민정책 고민해야"
대기업 구조조정 "크기보다 속도 중요"


'제4차 산업혁명'의 저자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이 기존 산업을 대체하면서 중산층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고도의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고용의 기회가 더 많아져 일자리 찾기에서 양극화가 벌어질 것으로 점쳐졌다.   


슈바프 회장은 18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특별 대담에서 "4차산업혁명으로 전통적인 직업 개념은 달라지고 평생 살면서 직업을 서너 번 바꿀 수 있게 돼 꾸준히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일반행정, 세무사, 보험설계사, 법조인과 같은 직업은 향후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슈바프 회장은 "(이런 직업에 종사하면서) 민주 사회의 중추 역할을 담당한 중산층이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국가와 사회가 4차 산업혁명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계층을 잘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고도의 기술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분명 고용 기회가 더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슈바프 회장은 글로벌 리더의 조건으로 비전, 가치, 열정, 따뜻한 마음을 꼽으며 급속한 변화 속에서도 용기를 갖고 사람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위험보다는 기회에 더 주목하고 약점보다 강점에 초점을 맞춰 잘 활용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변화에 좀 더 열린 자세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4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개발이 출발점이 됐던 1차 혁명, 전기 제품의 대량생산을 촉발한 2차 혁명, IT(정보기술)가 부상한 3차 혁명 다음의 기술·경제체제 변화로, 자동화와 인터넷 연결을 기반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이 결합한 미래의 산업 구조를 뜻한다.


올해 초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슈바프 회장이 주창하며 세계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책('클라우스 슈바프의 제4차 산업혁명')으로 엮어내기도 한 슈바프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 혁신과 창의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사람들이 아이폰을 새 제품으로 바꾸는 이유는 단순히 제품이 좋아서라기보다는 혁신의 일부가 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혁신을 위해서는 재능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자본을 가진 국가보다는 다양한 재능과 인재를 가진 국가와 개인이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화 수용에 적극적인 젊은 세대가 많은 국가가 4차 산업혁명의 혜택을 더 많이 누릴 것이라고 내다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슈바프 회장은 "한국은 고령 인구가 많고, 출산율도 낮다"며 "한국은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해 이민(정책)을 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더불어 여성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양성평등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하나의 발명에 그치지 않고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여러 개의 혁신이 함께 통합돼 새롭게 적용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4차 산업혁명은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시스템을 총괄합니다. 이러한 변화들이 눈사태나 쓰나미와 같은 속도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우리의 소비 행동과 사고방식도 모두 달라집니다. 2000년 이후에 출생한 사람들은 프라이버시와 투명성에 대해 이전 세대와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이미 우리 주변에 침투하고 있습니다."   


그는 "3∼4년 후에는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은 멈출 수 없는 만큼 변화를 포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슈바프 회장은 대기업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은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게 합니다. 구글은 이미 하나의 대형 플랫폼 기업입니다. 대기업도 플랫폼 역할을 제대로 할 때 성공할 수 있습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어 "한국은 강력한 역동성이 인상적인 국가"라며 "한국의 산업 구조를 살펴보면 빨리 움직이는 물고기가 느리게 움직이는 물고기를 잡아먹는다"고 평했다.   그는 "4차 혁명 시대 크기보다는 속도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국가별 개발 격차 확대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개발 수준이 다르더라도 4차 혁명의 영향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기술 혁신을 통해 격차는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담자로 나선 정재승 카이스트(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아직 사물인터넷이 보편화하지 않고 빅데이터도 갖춰지지 않아 4차 산업혁명이 왔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회 전체적으로 유연성을 갖추고 있지만, 다양성은 부족하고, 신뢰도 형성되지 않은 편이라 변화에 잘 적응할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보문고·한국전력공사·메가스터디·네이버가 공동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1천여 명이 몰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앞서 슈바프 회장은 이날 오전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 초청으로 열린 특별 대담에서 한국 산업 구조가 대기업 위주로 짜여있는 만큼 재(再)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재벌 또는 대기업은 거대한 물고기가 아니라 작은 물고기 조합으로 네트워크화해 빠르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에서는 옛것을 지키려는 정당과 새로운 변화의 문을 열고자 하는 정당 간 새로운 간극이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이런 분리가 나타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슈바프 회장은 이어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2016 국제법률심포지엄'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기업과 정부, 국민, 사법부가 협업을 통해 관련 원칙을 구축해야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며 사법의 역할을 강조했다.   


독일 출신의 경제학자인 클라우스 슈바프는 1971년 민관협력을 위한 국제기구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을 설립하며 세계 각국의 조정과 화합을 이끌어 왔다. 지난 16일 방한한 후 잇단 공식 행사를 통해 '제4차 산업혁명'의 비전과 과제를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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