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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로 얼룩진 면세점 선정, 현직 관세청장 고발

심사기준 고무줄 잣대…천홍욱 청장 자료 인멸 지시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부당하게 면세점 선정 정책을 추진했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졌다. 


지난해 특검의 압수수색과 최순실 인사개입 파문을 겪는 관세청의 경우 전직 청장이 연루되고 현직 청장은 관련 자료를 인멸하다가 검찰에 고발됐다. 연루직원들에 대해서도 해임 등 중징계가 줄 잇고 있다.

감사원은 11일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지난 6월 5일 천홍욱 관세청장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 고발하고, 2015년 면세점 사업자 선정 관련자를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등의 혐의로 수사요청했다고 밝혔다. 관련자 8명에 대해선 해임과 정직 등 중징계, 3명에 대해선 경징계 이상을 요구했다. 

더불어 김낙회 전 관세청장에 대해선 인사혁신처에 인사자료로 통보하도록 조치했다. 

정부는 2015년 서울 시내 3개 신규 면세점 특허를 발급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12월 안종범 전 경제수석에 면세점 사업권을 추가 발급을 위한 법령개정 및 정책추진을 지시하고, 당시 최상목 경제금융비서관은 기획재정부에 2016년 면세점 추가특허발급을 지시했다. 

당시 관세청은 2016년 추가 발급할 수 있는 면세점 특허는 1개에 불과하다고 밝힌 상태였다.

기재부는 2016년 1월 관련 제도개선방안을 경제수석실에 보고했고, 그로부터 6일 후인 1월 12일 최 경제금융비서관은 기획재정부 1차관에 부임했다.

최 전 1차관은 관세청과 협의없이 서울시내 면세점 수를 5~6개를 추가할 수 있다고 경제수석실에 보고했다. 이후 이 사실을 안 김 전 관세청장은 추가발급할 수 있는 특허수가 3개 정도라고 보고했으나, 결국 기재부의 요청에 따라 최종 4개의 특허를 발급하도록 결정했다. 

관세청은 특허수 4개를 맞추기 위해 현재 매장면적을 축소산정하고, 외국인 적정 구매고객 수를 2012년 기준으로 맞추는 등 기초자료를 왜곡했다. 2015년의 경우 메르스 사태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줄어 특허 수가 늘어날 경우 업계에 타격이 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김 전 청장은 부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면세점 선정을 추진했다. 

지난해 5월 김 전 청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천 관세청장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국정감사를 위해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로 인해 기록물로 관리해야 할 면세점 신청업체의 사업계획서를 파기하도록 지시했다.

천 청장은 사업계획서를 보관하면 국회 제출을 피할 수 없으니 업체에 반환해 보유하지 않는 것으로 하라고 전달했다. 

천 청장은 최순실 국정농단사태 및 면세점 특혜 의혹이 급부상하고, 특검의 압수수색까지 진행되는 중에서도 면세점 선정을 강행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17일 현대백화점면세점, 신세계DF, 호텔롯데, 탑시티면세점 4곳이 선정됐다.

천 청장은 취임 직후 “민간인이 관세청장 되기 어렵다”는 최순실에게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다”고 답해 충성맹세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앞서 김 전 청장이 재임하던 2015년 두 차례 있었던 면세점 선정 관련 집행도 엉망이었다.

2015년 7월 관세청은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를 신규로 3개 발급하면서 3개 계량항목의 점수를 부당하게 산정했다.  

매장면적에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고 법규준수 점수도 규정외로 산정하면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40점 많게, 호텔롯데는 190점 적게 점수를 주었다.

같은 해 11월 심사에서도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 매장규모 적정성 관련 평가점수를 부당하게 산정하면서 호텔롯데를 떨어뜨렸다.

감사원은 “2015년 개점한 서울 시내 면세점 5곳의 총 영업손실이 2016년 9월 기준 1322억원에 달한다”며 “2017년 이후 총 13개 시내면세점이 영업을 시작하면서 경영악화가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다만 “미르·K스포츠에 기부금을 출연한 기업이 출연의 대가로 시내면세점 특허를 발급받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감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자료 및 관련자 진술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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