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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역'인데 나가보면 하나銀…4억원에 넘어간 이름

더 멀리있는 기업은행이 단독응찰해 3년간 사용계약…홍보효과
지하철 이용자가 보기에는 '어색'…하나은행은 도배광고로 만회 시도


서울 중심가에 새 사옥을 마련한 KEB하나은행은 본사와 맞닿은 역 이름을 기업은행에 내주고 말았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서울 을지로 옛 외환은행 본점 건물에 있는 본사를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옆에 재건축한 지하 6층 지상 26층 신사옥으로 이달 21일부터 순차적으로 이전 중이다.


을지로입구역 1번 출구 또는 2번 출구를 나서면 바로 KEB하나은행 신사옥이 나온다.




그런데 을지로입구역의 또 다른 이름은 'IBK기업은행' 역이다.


기업은행 본점은 을지로입구역에서 약 3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KEB하나은행보다 역에서 훨씬 멀리 있지만, 기업은행이 이름을 차지한 셈이다.


서울교통공사가 돈을 받고 역 이름을 병기하는 사업을 하는데 작년에 기업은행이 단독으로 응찰해 2019년 8월까지 을지로입구역에 'IBK기업은행'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계약금액은 3년간 3억8천100만원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유상 대여 중인 1∼8호선 27개 역 이름 가운데 가장 비싸지만 광고 효과를 생각하면 기업은행이 남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KEB하나은행은 약 1천420억원이나 들여 목 좋은 곳에 새 건물을 지었음에도 역 이름 병기 사업 때 입찰조차 하지 않아 좋은 홍보 기회를 그냥 날려버렸다.


KEB하나은행이 옛 외환은행 본점 건물을 본사로 쓰는 동안은 이런 점이 그리 주목받지 않았지만, 을지로입구역과 접한 신사옥으로 이전함에 따라 지하철 이용자가 보기에도 어색한 상황이 두드러지게 됐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을지로입구역 1번 출구는 옛 하나은행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역 이름 유상 판매 때 응찰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본사 이전 한창인 가운데 KEB하나은행은 이를 만회하기라도 하듯 을지로입구역 1·2번 출구 계단 벽을 자사 광고로 도배했다.



시중은행은 일대에서 지하철역을 활용한 마케팅에 신경을 쓰고 있다.


외국계인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제일은행) 3년간 2억9천500만원을 주고 1호선 종각역에 'SC제일은행'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로 최근에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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