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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무형자산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한 때

400년도 더 거슬러 올라간 1594년,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양수 관개용 장치를 발명해 특허를 받았는데, 이때 갈릴레오는 특허를 받기 위해 이런 글을 올렸다고 한다.

 

“제가 발명한 기계는 말한마리의 힘으로 기계에 붙어 있는 20개의 구멍에서 끊임없이 물이 나옵니다. 그것은 뼈를 깎는 노력과 많은 비용을 써서 완성한 것인데, 모든 사람의 공유 재산이 되는 것은 견딜 수 없으므로 특허를 주면 사회복지를 위해 새로운 발명에 힘쓰겠습니다.”

갈릴레이의 특허취득을 위한 변에서 우리는 기술의 특성, 특허와 기술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있다. 갈릴레이의 설명을 통해 그의 발명을 이해할 수 있듯이, 바로 기술이 가지는 무체적, 비가 역적 특성이다.


‘기술’ 등 무형자산 왜 중요한가?
유형자산인 토지는 눈에 보이기 때문에 침해를 확인하는 것도 방지하는 것도 용이하지만 기술의 전파는 눈에 보이지 않고 빠르게 이루어진다. 더군다나 한번 퍼져나간 기술은 엎질러진 물과 같다.

 

이처럼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기술의 비가역적 특징은 애써 개발한 기술을 특허로 왜 보호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한다. 무단 점거된 토지는 되찾아오면 그만이지만, 한번 제3자에게 습득된 기술은 되찾아 올 수 없다.

 

여기서 우리는 갈릴레이가 그토록 특허에 목맸던 이유를 알수 있다. 갈릴레이는 자신의 기술 소유권을 보호해줄 수 있는 최적의 ‘울타리’가 특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더욱이, 단순히 ‘기술’이 중요한 시대임을 넘어,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 자산이 실물 자산보다 더 큰 가치를 갖는 시대가 도래했다. 글로벌 차량공유업체인 우버(Uber)의 시가총액이 68조 8000억원으로, 세계 10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현대자동차 시가총액인 37조원을 훌쩍 뛰어 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바야흐로 세계가 지식경제시대에 돌입했음을 인지해야 한다. 과거 공장과 노동력이 경제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지식재산이 경제의 중심이 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지식재산권 제도는 세상이 변화했다는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자원이 부족하고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가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아가야 함에 틀림없다.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한 경제발전 외에는 답이 없다. 세계를 열광시킨 한류 콘텐츠와 세계 5대 특허강국의 저력으로 무형자산에 기반을 둔 경제 견인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지식재산권이 제대로 창출되고 활용되며 보호될 수 있도록 사회제도적 장치가 발전되고 국민 인식이 제고되어야 하는데,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식재산권의 보호라고 할수 있다.

 

권리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권리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허울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세계 5대 특허강국의 위상과는 달리 아직 우리의 현실은 지식재산권의 정당한 보호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대표적으로 기술침탈에 따른 특허분쟁에 대한 법원의 전문 성과 태도다.


국내 지식재산권, 제대로 된 보호가 필요하다
지식재산권의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통계만 살펴봐도 문제점을 알수 있다. 국내 특허소송에서 특허권자의 승소 비율은 30~40%에 불과하다. 분쟁의 대상인 특허가 무효로 되는 비율은 무려 70%에 이른다. 그래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듯한 인식이 더클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특허권자 승소율은 배심원 평결에서 80%, 나중에 결과가 뒤집어지는 경우까지 고려해도 66%에 이른다. 일본에서는 특허에 대한 인식 개선을 통해 2008년 40%대였던 승소율이 2011년 60%대로 급격하게 높아졌다고 한다.

특허소송에서 무효율이 지나치게 높은 현상은 특허제도, 나아가 지식재산권 제도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결국 기술혁신을 저해한다. 힘들게 개발한 자신의 특허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남이 애써 개발한 기술을 베껴 사용해도 별다른 제재나 비난을 받지 않는다면 바보가 아니면 누가 연구개발을 하려고 할까?


특허제도, 자국 산업을 위한 보호 수단
최근 들어, 글로벌 기업들의 특허전쟁은 기업의 생존을 건 싸움이 되고 있으며, 각국은 유례없는 경제불황으로부터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특허’를 중요한 제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허가 비단 기업의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단이 아닌, 기업활동을 가능케 하는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제 기술력이 아무리 좋더라도 특허로 보호받고 있지 않으면, 그 기술을 사용한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경제불황은 FTA와 같은 자유무역의 큰 저항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행보에서 알 수 있듯이 지식재산권에 기초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앞으로 특허를 무기로 한 세계 각국의 보호무 역주의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국내 특허 생태계를 건강하게 바꾸어, 지식재산권 경쟁 력을 강화해야 한다. 국내 특허제도의 정비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프로필]오 세 일
• 특허법률사무소 인벤투스 대표변리사
• 단국대학교 정보지식대학원 겸임교수
• 대한변리사회 상임이사/사단법인 지식재산포럼 기획이사
• 대통령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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