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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KB 사태, 금융지주사 제도 개선 시발점 되길

(조세금융신문=양학섭 편집국장) KB금융 사태의 막장 드라마가 이제야 수습단계에 들어선 모습이다.  아직도 여진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역시 금융당국의 칼자루는 매섭고 날카로웠다. 그동안 눈치만 보고 있던 KB금융이사회가 궁지에 몰리자 결국 임영록 회장을 전격 해임함으로써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번에 KB금융 회장과 은행장이 장장 5개월 동안 힘겨루기를 하다가 동시에 중징계를 받고 물러나는 사상 초유의 사태는 낙하산 인사의 관행이 초래한 최악의 말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금융당국의 일관성 없는 징계로 당사들의 불신만 심어준 꼴이 되어 감독기관으로서의 체면도 말이 아니었다.

이번 KB금융 사태는 어제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의 문제점 개선과 낙하산 인사가 없어지지 않는 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은 문제다.

우리나라에 금융지주 제도가 도입된 것은 2001년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을 시작으로 신한, 하나, KB, NH농협 그리고 지방은행까지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금융지주체제로 전환했다.

금융지주사 제도는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되었지만 취지는 뒷전이고 정권과 결탁된 낙하산 인사와 보은인사 자리로 변질되어 매 정권 때마다 문제가 끊이질 않았다.

금융지주사는 은행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기 때문에 회장과 은행장 간의 권력 다툼은 항상 상존할 수밖에 없다. 또한 다양한 집단의 낙하산인사로 인한 힘겨루기는 우리금융권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병폐라고 할 수 있다. 지난 MB정권 때는 ‘금융권 4대 천황’들이 대형 금융지주사들을 다스렸다. 당시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과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들은 정권을 등에 업고 천황들이라 불리며 금융권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었다.

금융당국은 하루라도 빨리 금융지주사들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하게 명시하는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이사회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해 실질적으로 경영진을 견제하는 기능이 필요하다. 이번 KB금융 사태를 계기로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련 또한 시급하다.

그리고 낙하산 인사를 막으려면 후계자 양성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운영하여 내부 출신을 우선 등용하는 관행이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혹독한 신한 사태를 겪고도 리딩뱅크로 올라선 신한금융은 ‘CEO 양성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잘 운영한 좋은 사례다. 이는 우리 금융인들이 본받아야 할 대목이다.

늦은감은 있지만 고질적인 금융지주회사의 알력다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이번에는 형식적인 제도개선이 아닌 확실하고 강력한 제도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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