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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남북미회담 가능성 커져도 '신중 모드'

북미 실무협상 논의 예의주시하며 물밑 중재 이어갈 듯

'세기의 담판'이 될 북미정상회담까지 남은 날짜가 한 자릿수로 들어오면서 회담을 기다리는 청와대도 더욱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양측이 막판 조율 중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안전보장'(CVIG)의 구체적 방법이 어떤 결론을 내느냐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해온 중재역의 결실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예방을 받고 기자들을 만나 "(회담이)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말한 것은 당장 청와대의 기대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고 한 문 대통령의 구상이 현실화할 확률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후 국내외에서는 일제히 문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직후에 싱가포르에 방문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이와는 반대로 정작 누구보다 종전선언을 바라고 있을 청와대는 한결같이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행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진 않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아무 진전도 없다"며 "북미정상회담에 일정하게 성과가 있다고 판단될 때 (북미가) 초청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싱가포르 초청장이 왔는가'라는 물음에 "안 왔다"면서 "(종전선언과 관련한) 진행 상황도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이날 문 대통령이 지방선거 본 투표일인 13일이 아닌 8일에 사전투표를 한다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북미정상회담 다음 날 열릴 가능성이 거론되는 남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과 달리 싱가포르(에서 열릴 수 있는 남북미 정상회담)와 무관하게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는 말로 이같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청와대의 이런 태도는 북미정상회담이 12일에 치러진다는 사실은 확정됐지만 '디테일'을 놓고 양측이 여전히 밀고 당기기를 하는 만큼 현 상황에서 '제1의 논제'인 비핵화 문제의 담판에 집중할 여건을 해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에 이어 남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종전선언까지 끌어낸다는 구상이 있지만 청와대가 개입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협상에 변수를 하나 늘린다면 전체 '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날만 해도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가 이끄는 미국 협상단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협상단이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만나 사흘 연속으로 의제 조율에 나섰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는 등 '비핵화 담판'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으나 '디테일'에 있어서는 양측이 좁혀야 할 견해차가 여전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운을 띄웠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종속변수인 종전선언과 관련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한편으로는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하더라도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원칙에 합의하고 이후 프로세스는 추가적으로 논의하는 데 의견을 모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도 청와대의 태도를 더욱 신중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청와대 역시 당장은 북미가 비핵화와 그에 따른 보상의 구체적 방법론에 합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데 이견이 없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대좌해 어떤 형태로든 비핵화 해법에 담판을 지을 수 있도록 북미와 각각 긴밀하게 소통 채널을 가동하면서 막판까지 '물밑 중재' 역할을 하는 데 공을 들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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