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목록

[정은영 변호사의 생활법률]상속재산의 범위 (Ⅰ)

(조세금융신문) 

들어가며
가족 구성원의 사망은 남은 가족들에게 있어 크나큰 상실의 아픔을 낳는다. 2014년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최지월의 ‘상실의 시간들’이라는 소설에서는, 사람의 죽음을 신체의 기능 정지라는 자연의 현실과 사회적 인격의 소멸 사이를 가로지르는 일련의 사건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죽은 사람은 정지한 몸의 현실에 맞춰 정신을 조정할 힘이 없이니, 다른 사람이 죽은 사람의 사망신고서를 제출하고, 통신사에 연락하여 핸드폰을 해지하고, 은행과 보험사에 연락하여 계좌를 폐쇄하는 등의 절차를 행하게 되고, 이로써 사회 속에서 활동했던 정신, 인격, 신분을 말소 당해야 사회적 죽음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남은 가족은 상실의 아픔을 위로할 새도 없이 죽은 사람을 사회적으로도 죽여야 하는 이중의 고통을 겪게 된다. 
  
그런데 나아가 가족구성원의 사망은 남은 가족들 사이에 또 다른 분쟁의 여지를 남긴다. 바로 상속재산의 분할 문제이다. 농경시대 단일한 경제공동체를 구성했던 것과 달리 현대사회에서의 가족 구성원들은 다양한 경제활동을 영위하고 있으며 상속의 대상이 되는 재산의 구성과 이전 방법, 그에 따른 조세 등 가족구성원의 사망은 다양한 법률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상속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상속재산의 분할은 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할 수 있으나, 이러한 상속분할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재판상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상속재산분할절차에 있어 상속재산을 확정하는 것은 핵심을 차지하는 부분으로서, 실제 심리는 상속재산과 특별수익의 확정에 집중된다. 이하에서는 상속재산의 확정에 있어 주요 다툼대상인 상속재산의 범위에 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다. 

상속재산의 범위
가) 피상속인 사망 당시 소유하고 있는 재산
상속분할의 대상이 되는 것은 공동상속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포괄적으로 승계한 일체의 권리의무이다. 따라서 적극재산뿐만 아니라 소극재산도 포함되고, 임차인으로서의 지위나 매도인으로서의 지위 등과 같은 계약상 또는 법률상의 지위도 포함된다. 그러나 공동상속인이 승계한 것이어야 하므로 피상속인의 일신전속적인 권리의무는 상속인에게 승계되지 않고 따라서 분할의 대상으로 되지 않는다. 
 
상속재산의 분할의 대상과 관련해서는 주로 상속재산인지 여부와 분할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즉 상속재산이 대상에 해당한다 할지라도 모두가 분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어서 이를 구분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 
 
나) 상속재산인지 여부
1) 채권
① 생명보험금청구권 
피상속인이 자기를 피보험자 및 수익자로 한 경우에는 당연히 상속재산에 속하나, 상속인 중의 특정인을 수익자로 한 경우에는 생명보험금청구권은 그 특정인의 고유재산일 뿐, 상속재산으로 되지 않는다. 수익자의 지정이 없는 경우에는 통상 법정상속인이 수익자가 되므로 이 경우에도 상속재산이 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② 유족급여 
공무원연급법,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등에 의하여 지급되는 유족연금은 당해 법률에서 수급권자의 순위나 지급방법을 재산상과는 별개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와 같은 유족급여는 수급권자의 고유권리일 뿐 상속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 
상조회에서 지급하는 사망위로금 등은 상조회의 내부규정상 그 지급대상이나 지급방법의 정함에 따르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유족인 배우자 및 자녀들에게 균분으로 지급된다는 점에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으로는 되지 않는다. 

이에 비하여 부의금은 유족의 정신적 고통을 위로하고 장례에 따르는 유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줌과 아울러 유족의 생활안정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증여되는 것으로서 1차적으로는 장례비용에 충당되는 것이고, 그 잉여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이 각자의 상속분에 따라 권리를 취득한다(대법원 1992. 8. 18. 선고 92다2998 판결).
       
③ 손해배상청구권 
피상속인의 생명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상속인이 생전에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하고 이를 행사할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는 당연히 상속재산으로 된다. 그 의사표시 없이 사망한 경우에도 판례는 시간적 간격설에 따라 재산상 손해배상청구권(대법원 1966. 2. 28. 선고 65다2523 판결)은 물론 위자료청구권(대법원 1969. 4. 15. 선고 69다268 판결)도 상속된다고 하므로 이들 손해배상청구권도 분할의 대상이 된다. 
       
④ 재산적 성격을 가지는 신분적 권리의무 
부양청구권은 일반적으로는 상속성이 부정되지만, 부양에 관한 협의, 조정, 심판 등에 의하여 부양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확정되어 있고 이행기에도 도달되어 있는 경우에는 금전채권으로 변하여 상속된다. 

2) 임차권
임차권은 상속된다. 그러나 주택임차권의 경우 임차인이 사망한 때 상속인이 그 주택에서 가정공동생활을 하고 있지 아니한 때에는 그 주택에서 가정공동생활을 하던 사실혼배우자나 2촌 이내의 친족이 공동으로 피상속인의 임차인으로서의 권리·의무를 승계하므로(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2항), 이 경우의 임차인의 권리·의무는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다. 
  
3) 사원권과 주식 등
합명회사의 사원 및 합자회사의 무한책임사원의 지위는 상속되지 않는다(상법 제218조 제3호, 제269조). 그러나 합자회사의 유한책임사원(상법 제283조 제1항), 유한회사의 사원(상법 제545조 제2항)의 지위 및 합명회사나 합자회사의 지분환급청구권은 상속된다고 할 것이므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 
  
주식에 관하여 통설은, 회사에 대하여 주주권의 행사를 함에 있어서 주권을 필요로 하고 1주에 대해 1장씩 주권이 발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며, 당연분할로 한다면 주주권의 행사 및 단주의 발생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는 등의 이유로 주식은 단순한 금전채권이 아니고, 따라서 당연분할의 원칙은 적용되지 않으며 공동상속인의 준공유로 상속되어 분할의 대상으로 된다고 보고 있다. 

4) 분묘 등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와 600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의 소유권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이를 승계한다(민법 제1008조의3). 따라서 이들 재산은 공동상속의 대상이 아니므로 분할의 대상으로 되지 않는다. 다만, 금양임야 등의 소유자가 사망한 후 상속인과 그 금양임야로써 수호하는 분묘의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달라진 경우에는 그 금양임야 등은 상속인들의 일반상속재산으로 돌아가므로(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누4059 판결) 이때에는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 

5) 기타
① 상속재산의 대가로 취득하는 재산
상속개시 후에 이루어지는 상속재산의 매각대금, 화재로 멸실된 데 대한 화재보험금, 수용에 따른 수용보상금 등과 같은 상속재산의 대상(代償)재산에 관하여는, 다툼이 있기는 하나, 하급심 심판례는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② 상속재산의 과실(果實)
상속개시 후 분할 전에 발생한 부동산의 차임, 지료, 주식의 배당금, 예금의 이자 등과 같은 상속재산의 과실이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지에 관하여도 다툼이 있으나, 하급심 심판례는 이를 긍정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③ 상속재산의 관리비용과 장례비용
상속개시 후에 상속재산을 유지, 관리하기 위해 지출하는 공조공과, 화재보험료, 부동산에 관한 필요비, 유익비 등은 상속에 관한 비용으로서 상속재산 중에서 지급하는 것인데(민법 제998조의2), 일부 상속인이 이를 지출한 경우 상속재산분할을 하면서 위와 같은 비용도 함께 청산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다툼이 있으나, 실무에서는 상속재산의 유지, 보전을 위해 객관적으로 필요한 비용의 범위 내에서 상속재산에 준하여 청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장례비용을 상속재산분할대상으로 볼 수 있는가에 관하여는 장례비용의 본래 부담자를 누구로 볼 것인가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피상속인이나 상속인의 사회적 지위와 그 지역의 풍속 등에 비추어 합리적인 금액 범위 내의 장례비용은 상속비용으로 보아 상속재산 중에서 지출되도록 하고, 위와 같은 범위 내의 장례비용을 일부 상속인이 상주로서 지출하였다면 상속재산분할시에 함께 이를 청산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하급심 심판례로 장례비용은 공동상속인들이 균분하여 부담하여야 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상속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나 그 청산에 관하여 공동상속인 전원의 합의가 있으므로 심판의 대상으로 판시한 바 있다(서울가정법원 1996. 7. 24. 선고 95드74936, 74943, 96느273 판결).
   
④ 상속세
상속세를 상속재산분할 대상으로 볼 수 있는가에 관하여 하급심 심판례의 주류는 소극설의 입장에 있다. 그러나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과세가액을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산정하고(제1조 제1항), 공동상속의 경우에도 상속재산을 분할하기 전의 총 상속재산 가액에 누진세율을 적용하여 세액을 산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제13조, 제14조). 따라서 상속세는 상속인의 개인적 채무가 아니라 상속으로 발생한 비용이고, 기타 관리비용과 마찬가지로 상속재산분할 시에 함께 청산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다) 분할의 가부
  
1) 예금채권 등 가분채권
불가분채권은 성질상 공동상속인에게 불가분적으로 귀속되므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예금채권과 같은 가분채권에 관하여는, ① 공동상속으로 상속개시시에는 당연히 분할채권관계가 성립하여 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소극설, ② 분할채권관계가 성립하더라도 공평한 상속재산분할을 위해 분할심판에서는 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적극설, ③ 분할의 대상으로 삼기로 하는 공동상속인 사이의 합의가 있거나 가분채권까지 분할하는 것이 구체적 형평에 부합하는 경우에 한하여 분할의 대상이 된다는 절충설이 대립되어 있는데, 실무상으로는 절충설을 따르는 예가 많다.
   
2) 차용금채무 등 가분채무
불가분채무는 불가분채권과 마찬가지로 분할의 대상이 된다. 다만 이러한 분할은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채권자의 승낙이 있어야 대항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할시 유의해야 한다. 
차용금채무, 대출금 채무와 같은 가분채무에 관하여는, 가분채권과는 달리 상속개시와 동시에 당연히 법정상속분에 따라 공동상속인에게 분할되어 귀속되므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여지가 없다(대법원 1997. 6. 24. 선고 97다8809 판결). 

나가며
상속분쟁에 있어서는 상속재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다툼도 있지만, 그 이전에 상속재산 분할의 대상으로 삼기 위한 상속재산의 존재를 찾아내는 과정 자체가 공동상속인들 간에 갈등의 요인이 된다. 상속분쟁의 신속하고 원만한 해결을 위하여는 상속재산 분할 협의 단계부터 전문실력과 경험을 겸비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분할대상이 되는 상속재산의 권리의무를 파악하고, 이를 누락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