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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이주열 한은총재 인사코드...'연공서열 부활 예고'

조직안정을 중시하는 보수적 성향의 이주열 후보가 한국은행 총재로 등단하면서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한은 본래의 인사스타일로 회귀할 것이란 전망이 한은 안팎에서 나온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한은 엘리트 코스로 꼽히는 조사국·정책국 출신들이 인사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오는 4월1월 25대 한은 총재로 취임한다.


이같은 분위기는 이 후보자의 발언으로 어느 정도 예고됐다. 그는 2012년 4월 부총재로 퇴임할 당시 퇴임사를 통해 "글로벌과 개혁의 흐름에, 60년에 걸쳐 형성된 고유의 가치와 규범이 하루 아침에 부정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혼돈을 느꼈다"며 김중수 총재의 조직운용 방식을 비판했다.


그는 지난 19일 열린 청문회에서도 퇴임사와 관련한 여러 의원들의 질문에 "그간 한은은 오랜 기간에 걸쳐 쌓아온 평판과 성과, 다수가 수긍하는 객관성을 기준으로 인사를 운용해 왔다"면서 "구성원들도 이에 맞추어 자기관리를 해 왔으나 (김중수 총재 부임 이후) 이런 원칙이 단기 성과에 의해 외면됐음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중수 현 총재는 지난 2010년 취임 이후 연공서열 관행을 깨는 파격적인 발탁인사를 단행했다. 주요국 중앙은행 수준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고질적인 인사적체 문제를 해소한다는 명분이었다.

김 총재는 IMF 부과장을 지낸 김준일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외부인사 출신 중 처음으로 내부보직을 거치지 않고 부총재보에 선임했다. 김준일 부총재보는 2011년3월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으로 영입된지 1년만인 2012년4월 부총재보에 올랐다. 특히 김 부총재보가 전 직장이었던 IMF에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무급휴가'를 내고 한은에 온 것도 한은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해외파 중시는 김 총재의 색깔이었다. 김 총재는 해외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하거나 외국어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주요 보직에 기용했다. 5명의 부총재보 모두 전통대로 해외 유수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들로 메워졌음은 물론이다.

여성 임원도 사상처음으로 배출했다. 지난해 7월 부총재보로 승진한 서영경씨가 주인공이다. 서 부총재보는2012년 2월 2통화정책국 금융시장부장 2급으로 발령받았다가 2013년1월 1급으로 승진했고 다시 6개월만인 지난해 7월 부총재보에 인선됐다.


연공서열을 타파하는 파격적인 '발탁인사'의 과정에서 50년대 중반이후 출생한 국장들은 대거 연구직으로 물러나거나 퇴사했다. 현재 본부 국장 10명 가운데 2명을 제외한 전원이 60년대생으로 채워졌다.

이주열 후보자는 "김중수 총재가 (인사에 있어) 공정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인사는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인사를 할 때에는 직원 개개인의 기록과 평판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조직 구성원이 인사를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객관성 있는 인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후보자는 조직의 변화를 예고하며 "조직의 장이 바뀌면 적절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조직개편이나 인사 문제는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해 조직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의 인사원칙을 감안할 때 '해외파'를 높게 평가했던 김 총재와는 달리 이 후보자는 전통 한은맨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인사가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본래의 한은 인사 문화라고 할 수 있는 '연공서열식' 인사가 다시 정착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소위 연공서열식 인사와 발탁인사는 모두 장단점이 있다"면서도 "한은의 연공서열식 인사에는 내가 소신껏 발언해도 조직이 날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에서는 조사국, 통화정책국 등 통화정책 관련 부서가 주요직으로 꼽히는 만큼 조사국과 정책국 출신이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주열 후보자는 한은 재직 당시 조사국장, 정책기획국장 등을 거치며 통화정책분야 전문가로 두각을 드러냈다.

또 일각에서는 이 전 부총재 퇴임 이후 주요 보직에서 제외됐던 연세대 출신이 기회를 얻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른 한은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부총재로 퇴임할 당시 김중수 총재에 의해 발탁된 임원진에 대해 서운한 점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에 총재로 복귀한 뒤 진영을 짤 때 그런 점들이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이 후보자의 신중한 성격을 볼때 조직안정을 중요시 여기는 점진적 변화를 이끌어갈 것이란 전망도 많다. 이 후보자는 "조직의 장이 바뀌면 적절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조직에 큰 충격을 주는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 총재의 임기가 한은의 독립성이나 중립성과 연관되는 것처럼 한은 임원의 임기 역시 총재 취임과 관계없이 지켜져왔다"며 "국장 등 임원 이하 직원에 대한 인사 역시 한 사람을 옮기면 전체가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오는 8월의 인사철까지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 부총재 및 부총재보의 임기는 3년으로, 지난해 부임한 서영경·허재성 부총재보를 제외하면 모두 1년 정도 임기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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