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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표절한 타당성 보고서로 투자 결정 ‘황당’

캄보디어 관련보고서서 나라이름만 변경

(조세금융신문) 공기업인 한국거래소가 한국형 증권시장 인프라를 해외에 조성하겠다면서 시작한 해외사업들이 적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매년 10억 이상으로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는 라오스 거래소의 사전 타당성 보고서가 전혀 다른 나라인 캄보디아 관련 보고서에서 나라 이름만 바꾼 표절 보고서로 드러났다.


이상규 의원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라오스 증시 설립 현지조사 보고서’의 핵심 부분이 현지 사정이 전혀 다른 캄보디아의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베껴 쓴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의 나머지 부분은 라오스의 일반 개황인데, 그 대부분도 라오스 대사관의 2005년 라오스 소개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붙인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 보고서는 라오스 증시 설립과는 무관한 ‘고대국가 및 근대 이전시기, 열강 침략 시기, 2차대전 이후’ 등의 역사 개관으로 시작되고 있다. 그런데 라오스의 산업경제 개황 등 8~20페이지는, 라오스 대사관의 라오스 경제개황을 그것도 2005년 문서(2005-04-20)를 복사해왔다

 
또한 V.정치외교 개황(21-38)도 역시 라오스 대사관의 안내글을 그대로 복사해오면서, 정부각료 이름만 라오스 대사관에서 최근 갱신한 것으로 교체했다.
 

이같은 일반적인 개황들이 이어진 뒤, 사전 타당성조사의 취지에 맞는 내용이라 할 71페이지부터 보고서의 끝까지(90페이지)는 캄보디아 증시 설립 관련 외부 위탁 용역보고서인 ‘캄보디아 증시 설립 용역보고서’를 그대로 복사해 와 ‘캄보디아’라는 단어만 모두 ‘라오스’로 교체했다. (캄보디아 보고서의 77페이지부터 93페이지 이하와 내용 완전히 동일하며 라오스 보고서엔 끝에 두 단락 정도가 첨부됨) 거래소 설립은 라오스(라오스거래소가 2011년, 캄보디아 거래소가 2012년에 설립되었습니다.)가 먼저이지만, 거래소 설립에 대한 타당성 검토는 캄보디아에 대해 먼저 시행됐는데, 이 보고서가 나온 시점은 2007년 7월 20일이었다.


한국거래소는 라오스거래소 설립을 앞두고 시행되어야 할 사전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2007년의 캄보디아 용역 보고서를 베껴 사용한 것이다. 앞서 캄보디아에 대한 사전타당성 검토는 외주 용역을 통해 이뤄졌지만, 표절된 라오스 보고서는 한국거래소의 경영지원본부에 의해 작성(2008년 3월)됐다.

 
한국거래소의 이 표절된 사전타당성 검토보고서에는 총 17,451,015원(항공료: 7,984,170원 체제비 등 : 9,466,845원 )의 출장비용이 들어갔으며 조사는 총 11일간 임원1인, 팀장1인, 과장2인, 대리1인 등 5인에 의해 이뤄졌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한국형 증권시장 인프라를 해외에 조성하겠다면서 라오스와 캄보디아 등에 합작거래소를 설립했는데 매년 10억원 이상 적자를 내며 골치덩어리가 되고 있다. 적자규모도 2011년 5억원에서 2012년 12.8억원 2013년 14.9억원으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문제는 한국거래소가 이미 벌려놓은 해외사업들이 향후 적자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총 234억원의 투자비용을 회수할 길조차 막막하다는 데 있다.

 
이상규 의원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해외사업 현황을 보면, 한국거래소는 2011년 라오스에 한국형 증권시장 인프라를 확산하겠다면서 총 1천 2백만달러(우리돈으로 135억)를 투자했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라오스거래소(LSX)에 상장된 기업은 국영전력회사(EDL-Gen)와 국영상업은행(BCEL), LWPC컨벤션 등 3개사 뿐이다. 사실상 라오스 거래소가 유명무실하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거래소는 라오스거래소에 대한 지분을 49% 확보하고는 있지만, 거래수수료 등을 통한 수익은 커녕, 2011년에 4.9억 2012년에 12.4억 2013년에 12.8억이 적자가 발생했다.

 
또한 한국거래소는 2012년에 캄보디아에도 같은 투자를 해서 총 9백만 달러(우리돈으로 99 7천여만원)가 들어갔다. 그러나 캄보디아거래소(CSX)에 상장된 기업 역시 캄보디아상수도공사와 그랜드트윈 등 단 두 곳으로 라오스와 오십보백보의 상황이다. 캄보디아에서도 2012년 0.4억원으로 적자가 시작되어 지난해에는 2.1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이상규 의원은 “한국거래소는 국내 증시의 공정한 가격형성과 거래의 안정성을 도모하는 것이 설립목적이다. 올 초에도 전산오류사고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되는 등 한국거래소에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거래소는 위조 수준의 보고서를 근거로 해외투자를 벌여 대규모 손실을 초래했다. 향후 한국거래소의 해외 투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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