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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금융용어…순화 노력에도 한자어, 외래어 ‘여전’

2013년 금감원 개선 작업 불구 사용 지속…핀테크 용어 “수정 힘들어”

(조세금융신문=이기욱 기자) 금융당국과 업계의 순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융계에 한자어와 외래어 등이 많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점은 불완전판매 등 금융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3년 금융감독원은 소비자불편과 불완전판매 우려 해소를 위해 ‘금융 용어 개선 작업’을 시행했다.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금융거래 표준약관 132개를 검토했으며 한국소비자원, 국립국어원 등의 감수를 거쳤다.

 

그 결과 어려운 한자어 36개, 모호하거나 오해하기 쉬운 용어 46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 30개 등을 포함한 114개 용어를 개선하기로 했다. 주요 예시로는 개비(열다), 굴신(굽히고 펴기), 당발송금(해외로 보내는 외화송금), 적수(~를 합한 금액), 푼(%) 등이 있다.

 

뿐만아니라 금감원은 어려운 금융용어를 쉽게 설명하는 ‘금융용어사전’을 금감원 홈페이지와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에 등재하고 있으며 ‘금융용어 개선 제안’ 게시판을 홈페이지에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한자어들은 여전히 금융업 약관이나 상품 설명 등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개선안을 발표한 금감원부터 완벽한 순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달 20일 금감원이 발표한 ‘모닝벨을 확인하고 증권투자재산 3,183억원 찾아가세요’ 보도자료에는 ‘명의개서’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금감원은 지난 2013년 ‘개서’(改書)를 ‘새로 씀’이라는 우리말로 바꿀 것을 권장했다.

 

지난 7월 발표한 또 다른 보도자료에는 ‘적격’이라는 단어가 사용됐다. 적격(適格) 역시 한자어로 금감원은 ‘자격이 있다’ ‘조건에 적합하다’는 표현으로 바꿔 쓸 것을 권고했다.

 

지난해 말에는 보다 생소한 단어 ‘징구’를 보도자료에 사용한 바 있다. 징구(徵求)는 ‘돈, 곡식 따위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다’는 의미로 ‘내게 하다’ ‘받다’ 등으로 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외에도 금감원은 제반(諸般), 산입(算入), 불입(拂入), 이율(利率) 등의 용어들도 한자어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위 용어들은 각각 ▲모든 ▲포함시키다 ▲납입 ▲금리 등으로 순화해야 한다.

 

금융회사들 역시 지속적으로 용어개선을 하고 있지만 일부 한자어들은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기 거래’ ‘기 납입’ ‘익 영업일’ 등의 용어들은 현재 사용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당발송금, 타발송금 등의 용어들은 여전히 쓰이고 있다. 특히 만료(滿了), 경과(經過), 개설(開設)과 같은 단어들은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단어들은 이미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한자어만이라는 이유로 단어를 바꾸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오히려 업무에 일부 혼란이 초래될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와 증권업계도 마찬가지다. 공적 장부, 공문서 묶음 등을 뜻하는 ‘공부’나 납입을 뜻하는 ‘불입’ 등의 용어가 여전히 쓰이며 소비자들의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IT기술의 발전과 핀테크(FinTech) 활성화로 외래어, 전문용어, 신조어의 사용도 늘어났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SOL(쏠), Liiv(리브)와 같은 이름을 은행 어플리케이션에 사용하고 있으며 모든 금융사들은 블록체인, 로보어드바이저, 챗봇 등의 새로운 기술 이름들을 그대로 차용해 사용하고 있다.

 

IT기술과 관련된 용어들의 순화 작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당 기술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먼저 개발돼 세계 공통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2015년 국립국어원이 핀테크를 ‘금융기술(서비스)’로 바꿔 사용할 것을 권고했지만 업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융당국 역시 마이데이터(My Data), 레그테크(Regtech), 섭테크(Suptech) 등의 용어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과 같이 번역이 자연스럽고 의미가 직관적으로 해석되는 경우에는 한국어 순화가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용어들은 그렇지 못하다”며 “정보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용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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