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떨어져 밟힐 때_김재진
꽃 떨어져 밟히는 그 짧은 사이
한 사람의 생애가 왔다가
간다.
바람은 몸 안에 새소리 하나 심어놓고
살구꽃 진 언덕을
남루뿐인 한 생애가 비틀거리며 올라가는 동안
시간은 잠깐
우물에 비친 바람소리 같다
내가 너를 안을 때
내 안의 우주가 미묘하게 떨리듯
꽃 한 송이 벌어질 때 하늘로 난 창문 하나 열리듯
너는 없지만
그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울던 사람들이 눈물을 닦고
꽃 떨어져 밟히는 길을 손 모으며 걸어갈 때
자신을 쏜 암살자를 향해 합장하며 쓰러지던
마하트마 간디처럼
세상의 슬픔 속에 우린
따뜻한 미소 하나 심을 수가 있을까?
[시인] 김 재 진
1976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 등
[詩 감상] 양 현 근
짧은 봄날, 화르르 피었다 지는 봄꽃처럼 찰라에 왔다가 순간에 지는 것이 인생이다.
그 순간을 살아가면서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껴안는 경건한 의식이다. 그리고 온 우주를 통째로 짊어지는 일과 같다.
꽃 떨어져 밟히는 사이, 우리는 결코 부끄럽지 않은 견고한 미소 하나 가슴에 품을 수 있을까.
[낭송가] 최 경 애
시마을 낭송작가협회 회원
계간 《힐링문화》 편집국장
cwn-tv "시와 함께하는 문학이야기"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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