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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해외부동산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통해 투자

33개 해외 사모펀드, 49개 해외 부동산 위탁투자기관 통해 약 15조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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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금융신문)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해외 부동산.인프라에 투자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박원석 의원실(정의당/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 국민연금관리공단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제출받은 국민연금 해외 부동산.인프라 투자 현황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33개 해외 사모펀드(Global PEF)와, 49개 해외 부동산.인프라 위탁투자기관(Global Real Estate & Infrastructure)을 통해 해외 부동산.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블랙스톤, 칼라일, KKR, 블랙록 등 해외 사모펀드를 비롯해 골드만삭스, JP모건, 맥쿼리 등 투자은행과 LaSalle, Hines, Rockspring 등 부동산 위탁운용사들이 포함돼 있었다. 


국민연금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총 18건의 해외 부동산.인프라에 투자해 왔으며, 투자 규모는 2010년 약 5조 6천억원(부동산: 약 4조 1천억원/ 인프라: 약 1조 5천억원)에서 올해 7월 현재 15조원(부동산: 약 12조원/ 인프라: 약 3조 7천억원)을 넘어서 3배 가량 증가했다.  


6일 독립탐사보도언론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룩셈부르크와 케이만 제도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해외 부동산과 인프라에 투자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가 ICIJ(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와 함께 룩셈부르크 조세당국과 세계 4대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사이의 ‘사전조세협약(Advance Tax Agreement)’ 등 내부 비밀문서 2만 8천여 페이지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은 미국 텍사스에 본사가 있는 세계 최대규모의 부동산 위탁운용사 중 하나인 ‘하인스’(Hines, 운용규모 282억 달러)를 통해 독일 베를린의 소니센터에 투자하면서 조세회피처인 룩셈부르크에 페이퍼컴퍼니(LuxCo 113)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인스(Hines)’가 베를린 소니센터 매입 건과 관련한 투자 기구 설립 계획과 자금 조달 방안, 세금 납부 방안 등이 기재된 ‘사전조세협약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페이퍼컴퍼니(LuxCo 113)를 설립하고 이 페이퍼컴퍼니가 다시 독일의 3개 회사(GermanCo 1, GermanCo 2, GermanCo 3) 지분을 94.9%와 100%씩 취득한 뒤, 다시 8개 유한 파트너를 경유해 베를린 소니센터를 매입했다.


박원석 의원실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0년 6월 베를린 소니센터 건물 지분 99.7%를 3380억원에 매입했으며, 올해 8월 기준 투자잔액은 2억 3천8백만 유로였다. 


또한 뉴스타파가 입수한 룩셈부르크 조세당국과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내부 문서에서 국민연금이 프랑스 파리 동북부 외곽 소재 ‘오파리노’(O'Parinor) 쇼핑센터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작성한 ‘사전조세협약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영국계 부동산회사 Rockspring과 합작해 룩셈부르크에 2개의 회사(LusCo 1, LusCo 2)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다시 프랑스에 2개의 회사를 만든 뒤 ‘오파리노’ 쇼핑센터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원석 의원실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0년 8월 ‘오파리노’ 쇼핑센터 지분 75%를 3630억원에 매입했으며, 올해 8월 기준 투자잔액은 2억 1천만 유로였다. 


국민연금은 박원석 의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해외 부동산을 소유한 법인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개별 위탁운용사에 지급한 수수료도 “공동투자자와의 정보 보호 조항에 의거”해 공개가 불가능하다고 밝혀 왔다.


해외 부동산.인프라 투자 내역 역시 지난 9~10월 수차례 자료제출 요구에 처음에는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처를 확인할 수 없도록 임의의 프로젝트 명칭을 제출했다가, 거듭된 제출 요구에 소유 법인명을 제외한 건물명칭 등을 제출하였다.


국민연금의 해외 부동산.인프라 투자지침도 베일에 쌓여 있었다. 국민연금은 “해외 대체투자지침의 경우 공단의 투자전략이 기재된 투자매뉴얼로서 투자대상 및 기준 등이 기재되어 있으며, 이는 투자 실무 가이드라인이므로 동 자료가 공개될 경우 경쟁사에게 공단의 투자가격이 그대로 드러나게 되어 투자 및 매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또한 국민연금은 조세회피처를 통해 해외 부동산.인프라 투자 문제에 대해 “해외투자 시 투자구조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위탁운용사가 제시한 구조에 대해 4대 자문기관(PwC, Deloitte, KPMG, E&Y) 중 1곳에 자문을 의뢰하여 사전 검토를 실시하고 있다”며 “향후 발생 가능한 세무 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위 전문기관의 자문을 거쳐 대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원석 의원은 “공공기관인 국민연금이 해외 부동산.인프라 투자를 하면서 조세회피처 소재 법인을 통해 투자한 것으로 나타나 도덕적.외교적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국민연금은 절세를 위한 투자방식이라고 주장하겠지만, 국내 개인과 기업의 조세회피처를 통한 역외탈세에 문제가 지난해 부터 불거진 마당에, 국민연금이 역외탈세 소지가 있는 조세회피처를 통해 해외부동산.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은 ‘내가 하면 로맨스로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이른바 ‘정부 3.0’을 내걸고 있는 마당에 국민연금이 연금을 납부하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도 해외 부동산.인프라 투자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면서 “국회가 국민이 납부한 연금이 해외 부동산.인프라에 국제기준에 맞게 합법적으로 적절하게 투자되고 있는지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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