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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근 시인의 詩 감상]스테이플러_윤성택

 

스테이플러_윤성택


기차는 속력을 내면서
무게의 심지를 박는다, 덜컹덜컹
스테이플러가 가라앉았다 떠오른다
입 벌린 어둠 속,
구부러진 철침마냥 팔짱을 낀 승객들
저마다 까칠한 영혼의 뒷면이다
한 생이 그냥 스쳐가고
기약 없이 또 한 생이 넘겨지고
아득한 여백의 차창에
몇 겹씩 겹쳐지는 전생의 얼굴들
철컥거리는 기차는 멈추지 않는다
촘촘한 침목을 박으며
레일이 뻗어간다

 

詩 감상_양현근 시인

구부러진 철길이 허리를 펴는 동안
승객들은 졸고 있거나 혹은 창밖 풍경에 마음을 내려놓는다
여백의 차창 너머 지나 온 반생이 아득하고,
기약없이 넘겨지는 나머지 여백의 빈 창,
오늘도 무심한 기차는
단단한 스테이플러를 박으며 생의 한 칸을 건너
다른 칸으로 제 무게를 옮겨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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