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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변질되고 있는 '무순위 청약', 그들만의 리그?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최근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서울 아파트값 시장을 보고 있자면 '내 집 마련의 꿈’은 그야말로 '꿈'이구나 싶을 정도다.

 

올해 2월 미분양 물량을 투명하게 추첨 받게 하고자 ‘무순위 청약’이 도입됐다. 문제는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회를 거듭할수록 잔여물량이 늘어나면서 이 잔여물량만을 노리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순위 청약은 신규 아파트가 공급되면 당해지역 등 1·2순위 신청자 접수를 진행하고, 가점제나 추첨제를 통해 당첨자와 예비당첨자를 선정하게 된다. 이 중에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거나 부적격 판정을 받을 경우 발생하는 잔여 물량을 뜻한다.

 

이 무순위 청약은 여과 없이 허점을 드러냈다. 가점이나 청약 통장이 필요 없고 또 만 19세 이상의 조건만 갖춘다면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해 현금부자나 좀 여유 있는 사람들이 대거 몰리면서 분양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 기준인 9억원을 넘어서는 단지의 분양은 중도금 대출도 막혀 현금을 동원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이때 실수요자가 포기한 분양 미계약분을 ‘무순위 청약’으로 내놓는데 여기에는 다주택자나 현금부자들은 어떠한 저항 없이 주워 갈 수 있는, 일명 ‘줍줍’ 현상이 발생된다. 즉 다주택자나 현금부자들에게 기회가 확대 되는 것처럼 보이고 역시 인기가 많다.

 

실제로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SK리더스뷰’ 당첨자 가운데 1가구 분양 계약이 취소됐다. 이렇게 나온 1가구는 분양만 받게 된다면 최소 5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 심리로 4만6000여명의 수요자가 대거 몰린 바 있다.

 

정부의 내 집 마련의도와 다르게 분양시장이 현금부자들을 중심으로 변질될까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집을 마련하는데 있어 오롯이 자신이 갖고 있는 자산만으로 집을 마련하는 사람들은 몇 없다. 현금부자가 아닌 이들은 어려운 경쟁을 뚫고 당첨이 되더라도 그저 ‘그림의 떡’인 셈이다.

 

지금 정책도 무주택자들을 위한 대책으로 내놨지만 조금 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무순위 청약에 사람들이 대거 몰려 시장을 흐리지 않을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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