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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인 지정제 도입 부실감사 방지해야

‘회계감사 지정제 확대 및 투명성 제고 입법 공청회’ 개최


(조세금융신문) 지난 30년간 시행하고 있는 ‘자유수임제도’를 외부감사인 지정제로 전면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3일 국회도서관에서 경실련, 경제개혁연구소와 공동 주최한 ‘회계감사 지정제 확대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한 입법 공청회’에서 전 상장사와 금융회사에 외감인 지정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대우그룹 분식 회계 사건을 비롯해 동양사태, 효성, CJ 등에 이르기까지 대형 회계부정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듯이 회사가 감사인을 선택하는 ‘자유수임제도’는 갑을관계로 엮여 있는 현실에서 투명한 회계감사를 기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한 획기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상장법인과 금융회사에 대한 지정제 전면 확대는 기업의 불투명한 회계 관행을 고치고, 회계 법인의 부실 회계 감사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윤 아주대 경영대학 교수는 ‘외부감사계약제도의 개혁’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회계정보(제무제표)는 기업 CEO의 성적표로 임기연장, 성과급 등과 연계되면서 분식회계의 유혹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자유선임제는 감사보수의 덤핑과 감사의견 '적정'을 주는 곳을 찾아다니는 이른바 '감사의견 쇼핑(오피니언 쇼핑)'을 야기시킨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소송을 할 때 피고가 검사나 판사를 지정하지는 않는다"면서 "이에 대한 보완으로 정부차원에서 일부 지정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그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회계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감사인은 독립성이 유지돼야한다"면서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감사인이 갑이 되고, 피감사인이 을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자유선임 감사인은 98.9%의 기업에 대해 적정의견을 준 반면, 지정 감사인들은 이 비율이 85.2%였다.


감사인 선임권한을 가진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해 냉정한 의견을 줄 수 없는 회계사들의 현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총희 청년회계사회 회계사는 “지정제 전면 확대는 기업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비정상의 정상화"라며 "현재 회사의 이해관계자들은 회계 투명성의 향상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지정제도를 통해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행 자유수임제는 독립성 침해로 인한 감시기능의 마비로 이어져 회계투명성 하락 등 구조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다”며 “도둑을 잡지 못했다는 책임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은 전혀 부여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으며 지정제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계사는 “기업 이해관계자들의 업무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인해 부실감사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감사환경으로 인해 품질이 높은 감사인은 시장에서 배척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감사인의 회의감, 업무이탈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계사는 “지정제의 전면 확대가 만능열쇠는 아니지만, 과거의 실패한 제도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도 아니지만 지정제 도입을 통해 감사인 선임시장이 개혁되어야 구조적이고 반복적인 감사실패 현상이 사라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정제의 전면도입에 앞서 자유수임제의 실패 원인을 명확히 해 자본시장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장기적인 그림부터 그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도진 중앙대 교수는 "최적의 감사인을 기업이 선택한다는 자유수임제의 우월성은 비용보다 효익이 크다는 전제가 있어야 작용되지만,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다"며 "지정제는 자유수임제도가 가진 우월성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경제·사회적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작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인 전면 지정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승렬 한국상장사협의회 조사본부장은 “감사인이 지정될 경우 연속감사가 단절되는데 따른 비효율성, 초도감사 때의 업무의 어려움 등이 우려된다”며 “감사인 지정제도가 현행 제도의 단점을 보완할 수는 있겠지만, 지정된 감사인이 적격한지를 담보할 수 없고 효율성도 기대하기가 어려워 최소한의 수준에서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경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계감사품질관리감리위원회 위원장은 “감사인의 전면 지정은 역시 부작용도 우려돼 현재의 제도를 토대로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상장법인의 감사위원회 독립성을 키우기 위해 감독을 강화하고, 현재 22,000여개 외부감사대상의 1.2%에 불과한 지정감사를 보다 실효성 있는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회계법인 내부의 품질관리 노력도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기한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회계법인은 품질관리제도를 운영하는데, 스스로 과연 잘 지키고 있는 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과장은 다만 "감사인 지정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고, 지정제 방식에 대해서도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외부감사제도와 관련 종합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고, 방안이 확정되면 회계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반영하도록 할 것"이라며 "기본 방향은 감사인 지정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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