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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연봉 공개 '후폭풍'…고액 연봉과 퇴직금 챙겨 눈총

고액 퇴직금도 문제… 최고 년 ‘10억원’ 직원은 고통붙담 CEO는 제 밥 그릇 고수

(조세금융신문)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임원의 개별보수가 공개되면서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경기침체와 저금리 체제가 지속되면서 수익성 악화로 순이익이 대폭 감소하면서 점포 통폐합, 인력 감축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긴축경영에 돌입하는 등 허리 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과 정반대로 거액의 연봉과 퇴직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의 고액 퇴직금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일반 직원의 4~5배에 이르는 퇴직금 누진율을 적용받거나, 뚜렷한 기준 없이 이사회에서 거액의 퇴직금 지급이 결정되는 특혜를 받아 고통분담에 동참해 온 직원들은 커다란 박탈감과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퇴직금 산정 방식을 투명하게 정하도록 지도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다고 판단, 퇴직금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집중 점검을 벌이기로 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하영구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은 28억8700만원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다. 이는 급여 7억원과 상여금 13억1600만원, 이연지급보상 8억5000만원, 복리 2100만원을 합친 금액이다. 아직 수령 시기가 다가오지 않았지만 쌓여있는 현금보상액도 13억4700만 원에 달한다.


이는 삼성그룹 계열사의 CEO들과 같은 수준으로 씨티은행보다 순이익이 훨씬 많은 국내 금융지주사 회장과 시중은행장들의 연봉보다 훨씬 높다. 국내 금융지주 회장 평균 연봉은 13억 원이며, 시중 8대 은행장들의 평균 연봉은 12억 원이다.


증권업계에서는 HMC투자증권 제갈걸 전임 사장이 급여 5억8800만원, 상여금 1억3200만원에퇴직금 12억6500만원을 받아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권에서는 박종원 전 코리안리 사장이 가장 많은 소득을 받았다. 박 전 사장은 급여로 2억5300만원, 상여금으로 5065만원, 퇴직소득한도 초과에 따라 기타근로소득으로 분류된 13억6400만원과 함께 159억5600만원의 퇴직금을 받았다.


카드업계에서는 최치훈 전 삼성카드 사장이 지난해 연봉으로 28억33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 전 대표의 보수총액에는 근로소득 급여 9억4800만 원과 상여4억7800만 원, 기타 근로소득 14억700만 원 등이 포함됐다.


문제는 '실적 따로, 연봉 따로'라는 점이다. 실적과 무관하게 거액의 연봉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순이익이 평균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는데도 이들의 평균 연봉은 거의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증가했다.


은행과 보험, 증권사 CEO의 연봉도 직원의 수십배에 달하지만, 악화된 영업실적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경우 일반기업과 다르게 고객 자산을 기초로 영업활동을 하기 때문에 CEO 보수도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책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퇴직금 부분도 큰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보험업권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공시된 박종원 코리안리 전 사장이 퇴직금으로만 159억5678만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직원 1인당 평균 급여(6500만원)의 245.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코리안리는 박 전 사장이 15년간 사장으로 일했기 때문에 퇴직금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지만 최고경영자라고 해서 1년에 10억원씩 퇴직금을 쌓아주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코리안리는 직원에게 매년 월 통상임금의 1.2배를 퇴직금으로 쌓는 데 비해 상무는 2배, 전무는 3배, 사장은 4배를 적립해준다. 대부분의 대형 금융사들의 퇴직금 적립도 비슷한 실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회장은 42억2000만원, 신은철 전 한화생명 부회장은 15억6300만원을 퇴직금으로 받았다. LIG손보의 경우 직원에 대해 누진율 1을 적용하는 것과 달리 사장은 4, 부회장은 4.5, 회장은 5를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퇴직금 규정이 없는데도 특별 퇴직금으로 35억원을 받았다. KB금융 등 일부 대형 금융사는 임원급 퇴직금 지급 산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퇴직금 산정방식을 투명하게 정하도록 강력히 지도한데 이어 올해는 현장 검사 시 합리적인 퇴직금 운영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 최고경영자 임금 공개로 연봉뿐 아니라 무분별한 퇴직금도 들여다볼 필요가 생겼다”면서 “특별 퇴직금을 제한하고 퇴직금 자체도 일반적인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지도했고 이를 제대로 하는지 현장 검사 과정에서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임원보수 공개대상에 5억원 이상 미등기 임원도 포함하는 ‘자본시장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보수공개 대상을 상법이 규정한 ‘업무집행 지시자 등’을 실질적으로 이사 역할을 수행하는 인사로 확대해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미등기 임원’을 포함키로 했다.
 

그는 “작년 국회에서 등기임원 보수를 공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등기임원에서 미등기임원으로 ‘갈아타기’를 통해 보수공개를 회피하는 사례가 빈번했다”며 “이는 임원 보수 공개를 통해 기업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자본시장법 취지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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