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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②/ 전문가들이 바라본 2014년 세법개정] 증세와 조세공평성의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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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순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조세금융신문) 납세자의 관점에서 2014년 세법개정안의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 둘을 꼽으라면 ‘증세’와 ‘조세공평성의 후퇴’를 들고 싶다.

 

2014년 세법개정안을 꼼꼼히 살펴보면, 직접적인 세율인상을 제외한 다양한 증세 방안이 포함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항목으로는 경제활성화 명목의 소위 가계소득증대세제 3대 패키지, 담배에 개별소비세 부과, 대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축소 및 폐지, 파생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 도입 등이 그것이다.


2014년 8월 6일 기획재정부가 확정·발표한 2014년 세법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사항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소위 ‘가계소득증대세제 3대 패키지’였다.


가계소득증대세제 3대 패키지는 근로소득증대세제, 배당소득증대세제, 기업소득환류세제로 구성된다. 정부는 이들 가계소득증대세제 3대 패키지의 도입 배경을 기업의 소득을 가계 소득으로 전환함으로써 내수활성화에 도움을 주는데 있다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세제구조상 임금이나 배당의 형태로 기업소득에서 가계소득으로 전환하는 금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배당소득세 등으로 기업과 가계부문에서 정부로 이전되는 세금의 크기는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근로소득증대세제는 해당 연도의 평균임금 증가율이 직전 3년간 평균임금 증가율 평균보다 크고, 상시근로자의 수가 직전 연도에 비해 줄어들지 않은 기업에 대해 임금 상승분의 5%(중소·중견기업은 10%)에 상당하는 금액을 세액에서 공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제도는 얼핏 보기에는 정부가 세액공제라는 조세혜택을 통해 가계 근로소득을 증가시키는 제도로 읽힌다.


하지만 근로소득이 증가하게 되면 근로소득세를 징수하게 되므로 기업에 제공하는 세액공제로 인한 세수감소는 상당부분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근로소득자의 한계세율이 높은 경우에는 오히려 이 제도의 도입으로 인한 세수감소보다 세수증가가 더 클 가능성도 있다.


배당소득증대세제는 배당성향, 배당수익률, 총배당금액 증가율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고배당 기업으로 부터 지급받는 배당소득에 대해 원천징수세율을 14%에서 9%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25%의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의 특징은 소액주주 뿐만 아니라 대주주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 제도도 원천징수세율이 5%나 감소하고, 일반적으로 높은 세율 구간을 적용받고 있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게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등의 내용만 볼 때는 정부가 세수감소를 무릅쓰고라도 배당 확대를 통한 가계소득 증가를 유도하고자 하는 것으로 오해 할 수 있다.


하지만 배당의 원천이 되는 기업의 이익잉여금은 기업 법인단계에서 법인소득세를 부담한 세후소득으로서 배당을 통해 사외로 유출되지 않는 한 배당소득세와 같은 세금을 부담하지 않고 필요한 시기에 투자에 사용될 재원이다.


그러므로 정부입장에서는 비록 세율을 낮추어 주더라도 배당이 증가할수록 증가된 배당의 9% 또는 25%에 해당하는 배당소득세로 인한 세수증가가 발생하게 된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중소기업을 제외한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 기업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에 대해 투자와 임금증가, 배당을 독려하는 세제이다.


과세방식은 대상기업의 투자와 임금증가, 배당이 일정한 기준에 미달할 시 미달액에 10%의 세율을 적용하여 추가로 법인세를 부과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10%의 세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마땅한 투자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투자를 하거나, 한 번 올라가면 내려가기 어려운 임금수준을 올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경환 부총리는 언론에서 기업소득환류세는 한 푼도 걷고 싶지 않은 세금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올 해 연말이 되면 아마도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적지 않은 수의 기업이 기업소득환류세라고 하는 추가적인 세금을 부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누가 뭐래도 2014년 세법개정안에서 정부의 가장 확실한 증세 카드는 개별소비세법 개정을 포함한 담뱃세 인상일 것이다.


여당은 야당과의 협상과정에서 대기업에 대한 세액감면·공제를 줄인다는 조건을 수용하면서 담배 한 갑당 2000원 담뱃세 인상안을 관철시켰다.


많게는 5조의 납세자 부담이 예상되는 담뱃세 인상안과 6000억 정도의 조세지출 감소가 예상되는 대기업 조세혜택 축소·폐지안이 협상타결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는 일반 서민 납세자 관점에서는 세부담의 증가 뿐만 아니라 조세공평성의 후퇴를 의미한다.


왜냐하면 대기업에 대한 증세는 대기업이 추가된 세부담을 공급하는 재화나 용역의 가격에 포함하여 소비자에게 쉽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경제활성화를 위해 가계소득증대세제 3대 패키지를 도입하면서 경제활성화의 주역인 대기업의 연구개발세액공제를 축소하고,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를 폐지한 것은 정책적 모순이기도 하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조세공평성 후퇴의 또 다른 근거는 배당소득증대세제 적용 대상에 대주주를 포함하고 이들에게 분리과세 혜택을 부여하였다는 점이다.


정부는 고배당 의사결정 유도를 위해서는 주주총회에서 영향력이 큰 대주주에게도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대주주가 혜택을 많이 받는 경우에만 고배당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이러한 경우 가계 소득 증가를 통한 내수시장의 활성화와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의 선순환 구조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세법개정은 다양한 경우의 수와 예상치 않은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제정책수단이다.


그러므로 세법개정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매년 8월경에 확정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늦어도 3월 이내인 연초에 제시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김갑순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위원
한국세무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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