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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3300만원 넘는 싱글, 표준세액공제 올라도 세 부담 안 줄어

 

(조세금융신문) 정부가 ‘싱글세’ 논란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공제만 받는 미혼근로소득자들에게 적용되는 12만원의 표준세액공제 금액을 3만원 더 올리겠다”고 했지만, 세부담이 전혀 줄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초 총급여 2360만~3860만원 사이의 싱글 직장인들의 세 부담 증가가 예상된 원인은 근로소득공제액이 감소했기 때문인데, 기획재정부가 이런 원인은 뒤로 한 채 급조한 대책은 3300만 원 초과자에게는 전혀 감세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므로 ‘땜질식 처방’이라는 주장이다.


한국납세자연맹(회장 김선택)은 2일 “미혼 근로소득자들의 세 부담 증가는 근로소득공제액이 감소한 것인데, 정부는 제대로 된 원인파악도 하지 않고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표준세액공제 상향 조정이라는 엉뚱한 대책을 내놨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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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연맹에 따르면, 본인 기본공제와 4대 보험료 이외에 다른 공제가 없는 연봉 3000만 원의 미혼 직장인 A씨는 작년 세제개편으로 근로소득공제금액이 150만원 축소, 그만큼 과세표준이 늘어 24만7500원의 세금이 늘어나게 된다. 2014년 귀속 근로소득(총급여)에서 빼주는 근로소득공제는 전년 대비 150만원 줄어들었는데, 줄어든 금액에 A씨가 적용받는 세율(지방소득세 포함 16.5%)을 곱한 금액이 24만7500원이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감안해 산출세액에서 빼주는 ‘근로소득세액공제’를 조정했지만, A씨의 경우 조정에 따른 감세액(7만4250원)이 ‘근로소득공제’ 축소에 따른 증세액(24만7500원)에 못 미쳐, 전체 세 부담은 17만3250원(=24만7500원–7만4250원) 늘어나게 된다.


납세자연맹이 이 같은 방식으로 ‘미혼 근로소득자 총급여별 세금 변동액’을 계산해보니, 총급여가 2360만원~3860만원인 미혼 독신근로소득자들의 세 부담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맹은 이런 상황에서 현행 12만원인 표준세액공제를 3만원 상향조정하는 정부대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시뮬레이션 해봤다.


그 결과 총급여 2360만~3000만 원 이하의 미혼 근로소득자는 약 3만 원 정도, 3000만~3300만 원 이하도 2만~2만8900원 정도 감세되는 반면 3300만원 초과 3860만 원 이하 독신 근로소득자들은 전혀 감세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맹은 표준세액공제의 요건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표준세액공제를 받으려면 건강보험료와 고용보험료, 주택자금공제(청약저축, 주택임차차입금원리금상환액, 장기주택저당차입금이자상환액), 특별공제(의료비, 기부금, 교육비, 보험료 등) 등을 모두 신청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3300만원인 근로소득자의 건강보험료와 고용보험료는 127만 원 정도로, 3300만원인 독신 근로소득자가 표준세액공제 15만원을 적용받으려면 이 127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정부가 표준세액공제액을 3만원을 늘려 15만원으로 적용하더라도, 그가 건강보험료와 고용보험료 127만원을 공제받아 절세할 수 있는 금액(약 16만6000원)보다 적기 때문에, 그는 표준세액공제 15만원을 적용받지 않는 게 낫다.


납세자연맹 홍만영 팀장은 “개정세법 자체만으로도 세 부담이 줄었던 연봉 2360만 원 이하 미혼 근로소득자의 경우 이번 정부 대책으로 추가 감세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연봉 3300만원 초과 3860만 원 이하인 근로소득자는 전혀 세 부담이 줄지 않는다”며 정부 정책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납세자연맹은 세액공제로 바뀐 연말정산 세법은 언론 보도를 통해 주로 지적된 미혼 근로자, 다자녀가구 뿐만 아니라 모든 근로소득자들에게 세 부담의 급격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가 일관되고 공평한 기준으로 근로소득자들의 처지와 소비지출양상을 감안해 세금을 합리적이고 고르게 부담하도록 세법을 고쳐야 하는데, 급하게 서두르다보니 전혀 일관되고 공평하지 않은 세 부담 변화를 낳았다는 것이다.


가령 연봉이 8000만원으로 똑같은 근로소득자라 하더라도 ▲대학생 자녀 유무 ▲부양가족의 건강 ▲기부성향 등에 따라 최고 2~3배의 세 부담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연맹 김선택 회장은 이와 관련, “국민건강보험이 미비하거나 고등교육비의 가계부담이 높은 등 복지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는 질병․상해 치료비가 많거나 교육비 지출이 많은 국민에 대해 국가가 더 지원을 해줘야 한다”면서 “그런데 한국의 세법은 이런 사람들에게 오히려 세 부담을 더 증가시키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김회장은 또 “지금이라도 정부는 ‘세수추계 산출내역’을 국민 앞에 전부 공개하고 이번 연말정산결과가 나오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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