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레고랜드, 2011년 악몽 닮아…부동산→건설→금융 ‘부실고리’

2022.10.26 15:08:17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8년6개월 만에 182.2% 증가
부동산 냉각에 3高 현상까지…브릿지론 부실 뇌관 가능성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에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이 심상치 않다. 정부가 사태 수습을 위한 지원책을 내놨지만 시장 우려는 여전하다. 돈이 마르는 ‘돈맥경화’ 현상이 자금시장 전반에서 발생할 경우 레고랜드 사태는 결국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도 도미노의 서막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PF에 돈을 댄 금융사는 물론 건설사들의 손실 우려까지 커지게 된다.

 

부동산에서 시작돼 금융사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부도 상태. 2011년 발생했던 한 금융위기와 묘하게 닮았다. 바로 ‘저축은행 사태’다. 저축은행들은 2000년대 본업이던 서민 대출에서 당시 시중은행이 독점하다시피 했던 건설사 대출사업인 PF에 적극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후 2005년에서 2007년 사이 저축은행의 PF대출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부동산 경기가 위축, 부실화가 시작됐고 결국 저축은행 부실로까지 이어졌다.

 

레고랜드 사태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레고랜드는 2012년 강원도와 영국 멀린 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출자해 개발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를 설립, 건설을 추진했고 10년 만인 올해 5월 개장한 곳이다. 바로 레고랜드 개발 배경에 부동산 PF가 있다.

 

PF대출은 차주의 신용이나 담보를 보고 돈을 빌려주는 일반 대출과 달리 부동산 개발로 얻게 될 미래 수익을 상환 재원으로 삼아 개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기법이다. 부동산 담보 대출과 비슷하다. 금융사들이 PF 사업 주체인 개발시행사에 직접 대출을 하거나 일부 금융기관들이 대출 채권을 유동화회사(SPC)에 양도하고, 유동화회사가 실물자산과 채권을 기초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증권사 보증을 바탕으로 발행해 다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레고랜드를 통해 100억원의 분양 수익이 기대될 경우 이같은 미래 수익을 담보로 증권사가 어음을 발행해 투자자들로부터 50억원을 모아 개발시행사에 대출해주는 식이다.

 


이번 레고랜드 사태는 자산유동화증권 일종인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부도나면서 시작됐다. 레고랜드 자동유동화기업어음은 강원도가 채무 보증을 섰던 것이다. 지자제 보증의 기업어음까지 부도 처리되는 걸 목도한 투자자들은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금리 상승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 레고랜드 사태는 돈맥경화 현상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각종 부동산 개발 사업은 물론 회사채, 단기어음 등 가리지 않고 투자자들의 불신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부동산 PF로 촉발된 돈맥경화 현상은 이미 올해 상반기부터 예견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부터 2022년 6월까지 캐피탈사의 연도별 부동산PF 대출현황’ 국정감사 자료를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의 PF대출과 PF신용보강(채무보증)을 더한 누적 부동산 PF 위험노출액(Exposure)은 24조9676억원이었다. 올해 상반기 이미 지난해 캐피탈사 부동산 PF 대출 규모(18조3403억원)를 훌쩍 넘긴 셈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캐피탈사의 부동산 PF 대부분이 ‘브릿지론’이라는 점이다. 브릿지론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본 PF로 연결이 성공해야 대출금 회수가 가능하다. 본 PF로 연결이 실패하면 자금이 묶인다. 시공사가 부도를 선언하면 그 책임을 고스란히 캐피탈사를 비롯한 투자사가 떠안는 식이다.

 

통상 부동산 PF에는 여러 대주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게 되는데, 본 PF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브릿지론이 결국 연쇄 부도의 뇌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며 곳곳에서 사업 프로젝트 자체가 멈추는 경우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분양 미달 사태가 빈번하고 고물가에 원자재 비용이 오르며 건설사 입장에선 준공 부담도 높아지고 있다. 만약 건설사들의 부도가 시작될 경우 캐피탈 등 금융사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시장 불안이 높아지자 지난 23일 긴급 비상 회의를 소집하고 50조원+α의 유동성을 단기 자금시장에 쏟아부어 돈맥경화 현상 잠재우기에 들어갔다. 정부 측 조치로 시장 불안은 다소 누그러졌지만, 부동산 PF로 시작된 금융 위기 우려는 완전히 불식되지 않았다.

 

전 금융권 부동산 PF대출은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무려 182.2%(38조8000억원→112조2000억원) 급증한 상태다. 부동산 PF와 연관된 유동화증권 규모 역시 같은 기간 90.4%(20조9000억원→39조8000억원)으로 큰 폭 증가했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 당시 보다는 개발 사업 대출의 담보 비율이 높고 신용 보강에 참여한 증권사와 건설사의 신용도가 높으나, 고금리‧고환율‧고물가로 인한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부실기업 중심의 부도 사태,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벌어지지 않으리라 예단하기 어렵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2000년 초반 저축은행들이 수익성을 위해 부동산 PF에 무분별하게 뛰어든 시기가 있었다”며 “그러다 2008년 글로벌 위기가 시작됐고 결과적으로 부실화에 따른 줄도산이 발생했다. 이후 저축은행들이 맡았던 부동산 PF를 캐피탈, 보험사, 카드사 등이 가져가게 됐다. 레고랜드 발 사태로 돈이 마르는 현상이 계속되면서 시장에선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거래 냉각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부동산 PF로 인한 금융권 부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유동수(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PF 대출은 부동산 프로젝트를 담보로 장기간 대출을 해주는 상품”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땐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부실 위험이 커진다.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각종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으므로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 부동산 PF 대출 건전성을 꾸준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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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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