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규칼럼] 인재로 드러난 ‘카카오 블랙아웃’ 리스크 관리 대책이 절실하다

2022.11.01 09:00:38

(조세금융신문=박완규 논설위원)  “우리 선조들은 조선왕조실록도 4곳에 분산 보관하는 지혜를 발휘해 문화재 원형을 보존했다.”

 

지난달 SK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국민 메신저로서의 소통은 물론 대중교통, 금융결제 등 서비스가 중단돼 대한민국의 일상을 멈추게 한 ‘카카오 서비스 블랙아웃’ 사태는 기업과 당국, 그리고 정치권의 무사안일이 빚어낸 총체적 인재(人災)였다.

 

카카오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데이터 안전 관리 업무를 등한시했고 관계 부처와 여야 각 정당은 데이터 분야 제도 정비를 소홀히 했던 것이다. 단순 화재가 한 나라의 통신을 마비시킨 어처구니없는 먹통 사태로 세계 최고의 IT 강국이라 자부하던 한국의 체면도 구겼다.

 

디지털 재난의 원인 제공자인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라는 카카오톡을 시작으로 교통과 금융, 부동산 등 거의 모든 플랫폼으로 계열사만 130여개에 이르는 초고속 문어발 확장을 거듭해왔지만, 정작 초일류 플랫폼 기업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경영의 후진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날로 커지는 기업 덩치에 비례해 인프라도 탄탄히 구축했어야 마땅한데 IT 기업의 생명줄인 실시간 데이터 백업체계조차 제대로 갖춰놓지 않았다. 화재나 지진, 테러 같은 비상시 작동이 멈출 것에 대비해 서버를 여러 데이터센터에 분산하는 다중화 조치는 필수불가결의 요소다.

 

이번 사태에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네이버가 2013년 춘천에 이어 내년 세종에 제2데이터센터를 완공할 예정인 것과 달리 카카오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한양대 안산캠퍼스에 첫 자체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라니 독과점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은 개나 준 모양이다.

 

카카오가 먹통이 된 동안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결제시스템 마비로 막대한 영업 손실을 입고 콜을 못 받은 택시기사는 내내 허탕만 쳤다. 은행‧증권‧유통가 등을 포함한 유‧무료 이용자들의 다양한 피해신고는 이미 수천 건이건만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니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더욱이 멀쩡한 회사의 사업 부문을 잘게 쪼갠 물적분할로 개인투자자의 피눈물까지 짜냈으니 국민들로선 더욱 분통 터질 일이다. 카카오는 복구 작업을 마무리하는 대로 피해를 본 국민과 기업에 대한 적정 합의에 의한 신속한 배상도 분란없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 인재는 정부와 여야 정치권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민간 플랫폼도 국민 소통을 떠맡은 국가 중추 신경망에 해당하는 만큼 당연히 데이터 안전과 디지털 재난시 대응 매뉴얼 등 관련 법령과 제도를 촘촘히 정비했어야 하건만 안전불감증에 더해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돼 사태 뒤에야 재발방지 대책 운운하는 패악을 반복해왔다.

 

비록 사후약방문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망이지만 국민 입장에선 ‘국가기반통신망’과 다름없다”며 범정부 사이버안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여야도 이번 사태를 안전불감증이 낳은 인재로 규정하고 독과점 방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모든 정보가 촘촘하게 연결된 초연결 사회다. 연결망이 촘촘할수록 리스크의 확산 속도 또한 넓고 빠를 수밖에 없다. 이른바 ‘디지털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사회적 혼란은 불가피하다. 혹여, 전시에 이런 블랙아웃이 발생한다면 국가의 존폐가 좌우된다.

 

총체적 인재로 인해 국민의 일상이 멈춰버린 깊은 상흔을 반면교사로 삼고, 조선왕조실록을 분산 보관하는 대비책으로 문화재 원형을 지켜냈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온고지신 삼아 다시는 국민의 안녕을 해치지 않도록 디지털 리스크 관리에 만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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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 논설위원 wkpar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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