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규칼럼] 알리익스프레스발 ‘쩐의 전쟁’...중국이 쳐들어 온 까닭은?

2024.04.08 08:11:33

(조세금융신문=박완규 논설위원)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발 ‘쓰나미’로 인해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이 기존 토종 업체끼리 벌이던 생존 경쟁에 미국과 중국, 다른 아시아 국적 업체까지 가세한 양상이다. 바야흐로 한국이 글로벌 이커머스 격전장으로 떠올랐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한국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는 227조원대. 이 시장을 장악하고자 국내외 10여개 업체가 투자했거나 투자할 자금은 13조원이 넘는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이 내후년에 300조원대로 성장할 것이라는 JP모건의 전망도 나온 터라,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토종과 글로벌 이커머스들의 경쟁이 뜨겁다.

 

2018년 한국 시장에 뛰어든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인기 배우 마동석을 모델로 플랫폼 마케팅을 본격화하며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최근 한국상품 전문관인 K-베뉴를 개설해 한국 셀러를 끌어모으고 상품 영역도 가공‧신선식품으로 확대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익스프레스 앱 월간 사용자 수는 818만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지난해 2월(355만명)과 비교하면 130% 급증한 것이다. 종합몰 이용자수 순위에서도 11번가(736만명)를 제치고 단숨에 2위까지 치고 올라와 쿠팡(3010만명)과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지난해 한국 서비스를 개시한 중국계 이커머스 테무도 7개월 만에 종합몰 이용자 순위 4위에 올라 ‘C-커머스의 공습’이라는 말이 업계서 회자될 정도였다. 특히 알리의 모기업 알리바바그룹은 물류센터 설립 등 3년간 11억 달러(약 1조 4471억원) 규모의 한국 투자 계획을 세워 국내 이커머스와 물류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알리바바가 한국에 물류센터를 갖추면 가격경쟁력에 배송경쟁력이 더해져 국내 이커머스에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데, 업계는 알리가 한국 물류센터 확보에 뛰어든 시점에 주목한다. 이는 지난해 갑작스럽게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배경과도 맞물린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애초부터 한국 시장에 무게를 뒀다면 시장 진출 초기인 2018∼2019년에 대규모 물류 투자를 단행했어야 한다. 당시에는 온라인쇼핑 연 성장률이 10%를 웃돈 데다 쿠팡이 시장지배 사업자로 부상하기 전이라 그만큼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 투자 효율이 지금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 이커머스 최강자인 쿠팡과 네이버가 굳건한 점유율을 확보한 가운데 규모가 작지 않은 여러 업체가 치열하게 생존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라 알리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그래서 알리가 시장 진출 6년이 지나 물류센터 계획을 수립한 데는 한국 내수를 넘어 글로벌 관점의 투자 전략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알리는 지난해부터 인천국제공항을 글로벌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과 가까운 중국 웨이하이나 옌타이 물류센터에서 배로 한국까지 물품을 운송한 뒤 인천공항을 통해 항공기로 미국, 유럽 등으로 실어 나르는 방식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발표를 보면 지난해 인천공항이 처리한 해상-항공 복합운송화물은 9만 8560톤으로 개항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화물 출발지는 99.6%가 중국이었다. 웨이하이를 포함한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출발하는 전자상거래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해당 화물은 대부분 북미와 유럽으로 향했다.

 

알리와 같은 중국 이커머스가 인천공항을 선호하는 것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전 세계 183개 도시를 연결하는 항공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에 물류센터까지 구축해 웨이하이 등과 연계한다면 물류 효율은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 중국에서 한국까지 배로 1∼2일, 인천에서 항공기로 전 세계 주요 지역까지 하루 정도 소요된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지구촌 어디든 닷새 안에 배송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알리가 이런 물류 이점과 글로벌 판매망을 결합해 K-푸드 수출 플랫폼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을 가능성도 있다. 올들어 한국 상품 전문관인 케이베뉴(K-베뉴)에 유수의 식품 브랜드를 유치하는 데 공을 들이는 것도 이런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렇듯 중국계 이커머스가 실제 한국을 글로벌 물류 전초기지로 삼는다면 막대한 직구‧역직구 물량을 고려할 때 국내 물류 인프라가 이들에게 종속될 수 있다. 중국이 해상운송에서 자국 해운사를, 항공운수에서 자국 화물기를 각각 투입한다면 한국의 화물운송 경쟁력은 떨어지게 되고 종국에는 국내 물류 인프라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한국에 쳐들어온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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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 논설위원 wkpar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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