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본 '진달래꽃' 넥타이

2022.12.02 14:32:45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국외 이슈 모두 우환을 키운다.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현상에다 레고랜드발 자금경색이 금융시장 전반을 얼어붙게 만든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경제 불확실성을 키우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 억제 명목으로 고강도 긴축을 단행하면서 한국 금리와 미국 금리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통화정책을 내놓은 한은 입장에선 높은 물가와 환율은 물론, 지속된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인한 경기 둔화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런 점에서 올해 4월 취임한 이창용 한은 총재의 리더십이 거듭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여론은 물가 상승 초기 강력한 긴축을 요구했지만, 정작 긴축 여파로 성장이 주춤하고 분배가 어려워지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려면 시중 유동성이 감소시킬 긴축 정책을 펼쳐야 하지만 시장이 불안해지면 인상 폭과 속도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기자가 올해 국정감사장에서 본 이창용 총재는 물가정책에 있어 단호했다.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단 입장이었다. 다만 인상폭에 대한 조정은 대내외 상황을 고려해 변동성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었다.

 

이후 이 총재는 과감하게 김소월 시인의 시인 ‘진달래꽃’이 적힌 넥타이를 매고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0.25%p 인상 결정이 내려진 직후였다.

 

넥타이에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중략)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라는 시구가 적혀있었다.

 

과거엔 통상적으로 금통위 의장이 붉은색 계열 넥타이를 매면 기준금리 인상을, 푸른색 계열 넥타이를 매면 인하 또는 동결을 의미하는 메시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판단됐다. 흰색은 어떤 식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추론할 만한 이력이 없어 궁금증을 키웠다.

 

이 총재는 ‘(넥타이가) 대출자를 위로하기 위한 의미냐’라는 기자 질문에 “아내가 골라줘 제가 좋아하는 넥타이를 매고 왔다. 그 해석이 더 좋아 (해석을) 받아들이겠다”며 “경제주체들의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도록 금리를 빨리 안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초 11월 금통위에선 지난 7월과 10월에 이어 세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0%p 인상)’이 예상됐지만 최근 환율이 떨어지고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언급한 점 등이 종합 고려됐다.

 

이 총재는 이례적으로 터미널 레이트(Terminal Rate, 금리종착점)도 공개했다. 일명 한국판 점도표를 제시한 것인데 점도표는 미 연준이 매 분기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발표하는 금리 예상치로, 연준 의원들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금리 인상 시기와 폭을 점도표 위에 점으로 찍는 것을 말한다. 금리 인상 예상 범위를 좁혀 시장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한은이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 정도의 속도를 조절했어도 고금리 대출을 선택한 차주들의 고통은 아직 여전한 상황이다. 고금리 상태에선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기 쉽지 않은데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PIX) 변동주기가 6개월 또는 1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준금리가 다시 내려가더라도 한동안은 시장에 어떤 움직임도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경제정책의 목표는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다.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이 동시에 필요하다.

 

김소월 시인의 시가 적힌 넥타이를 매고 금통위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창용 총재. 시구가 3高에 고통받는 경제주체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라는 점에 공감한 그의 모습에서 한은 금통위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렴풋이 전달됐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경제 둔화를 감안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유지하되, 동시에 고금리로 고통 받는 차주를 위해 빠른 금리 안정화도 고려 대상에 두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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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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