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3조 굴리는 메리츠자산운용, 겹악재로 몸살앓다 결국 ‘매각’

2023.01.11 08:30:29

존 리 전 대표 불명예 퇴진에 실적 악화까지 악재
케이씨지아이에 매각…시장 추정 매각가 4~500억 수준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메리츠자산운용이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행동주의펀드 운용사 케이씨지아이(KCGI)에 매각된다.

 

메리츠자산운요은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전 대표의 불명예 퇴진에다 부진한 실적으로 홍역을 치르다 드디어 새 주인을 맞게 된 셈이다. 사업영역이 사모펀드 위주로 한정됐던 KCGI가 이번 인수로 공모펀드와 해외시장 진출까지 발을 넓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1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KCGI 컨소시엄이 지난 6일 메리츠금융지주 보유 메리츠자산운용 보통주 100%인 264만6000주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KCGI측은 해당 주식매매계약에 대해 “메리츠금융지주가 보유한 메리츠자산운용 보통주 100%인 264만6천주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금융감독 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 그 승인이 완료되는 대로 잔금을 납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해당 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매각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400억∼5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운용자산 규모가 3조원에 달한다.

 

KCGI는 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은 뒤 사명 공모와 공개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 동학개미 선봉장 존리, 결국 불명예 퇴진

 

이번 매각이 추진된 배경 중 하나로 존리 전 대표의 퇴진이 꼽힌다.

 

먼저 메리츠자산운용은 존리 전 대표 취임 후 그다음 해인 2015년 86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그다음으로 2016년 38억3188만원, 2017년 14억8484만원, 2018년 12억9031만원으로 영업이익이 계속해서 줄긴했지만, 2019년부터 2021년까진 반등 흐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지난해 6월 당시 대표를 맡고 있던 존리가 차명 투자 의혹으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으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존리 전 대표는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세계 최초로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코리아펀드’ 신화로 명성을 얻은 인물로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에 2014년 선임됐고 연임에 성공, 8년 이상 회사를 이끌며 국내 금융권에선 보기 드문 장수 최고경영자로도 이름을 날렸다.

 

게다가 존리 전 대표는 여러 방송 프로그램과 공개 강연에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장기 주식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동학개미 운동을 이끌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랬던 존리 전 대표에 차명 투자 의혹이 제기되자 대중은 충격에 빠졌다.

 

존리 전 대표가 아내 명의로 친구가 운영하는 부동산 관련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에 투자하고, 해당 업체를 메리츠자산운용 운용 펀드에 편입시킨 것이 알려진 것이다.

 

비판 여론이 끊이질 않았고 결국 존리 전 대표는 사표를 제출하고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이에 메리츠금융이 존리 전 대표가 불명예 퇴진으로 회사 신뢰도가 타격을 입자 결국 그룹 차원에서 이번 매각을 추진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취재진에 “존리 전 대표는 사실상 메리츠자산운용 간판이었다”며 “그런 인물이 사라지면서 자동으로 영업 활동에 (안좋은)영향을 미쳤을 테고 실적으로 이어진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주요 운영사 중 '적자전환' 유일

 

증시 악화로 메리츠운용 실적이 악화된 것 역시 이번 매각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메리츠자산운용의 영업 손실 급증으로 적자 흐름을 보였다. 작년 2분기 기준 메리츠자산운용 영업손실은 13억1046만원으로 1분기(14억8183만원)와 합치면 2021년 상반기 대비 약 74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다른 자산운용사들의 상황은 어땠을까.

 

비슷한 기간 대부분의 자산운용사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줄긴 했지만 메리츠자산운용과 같이 적자 전환한 경우는 없었다. 적자 전환은 메리츠자산운용이 유일했다.

 

지난해 상반기 미래에셋자산운용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4.5% 줄었고, 신한자산운용의 경우 50.9% 감소했으며, 삼성자산운용은 0.4% 줄었다.

 

다만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180억원)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378억원이었고, 한국투자신탁운영도 영업이익이 259억원에서 340억원으로 30% 이상 신장되면서 영업이익이 오히려 늘었다.

 

 

◇ 인수 시너지에 쏠린 시선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하는 KCGI측은 메리츠자산운용 매입 이후 향후 계획에 대해 “메리츠자산운용에 KCGI와 K글로벌자산운용의 노하우와 비전을 심어 한국을 대표하는 종합자산운용사를 탄생시킬 것”이라며 “혁신적 기업과 투자수단을 누구보다 먼저 발굴하고 투자의 지평을 넓히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분별한 분산투자를 지양하고 엄선된 투자종목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충실한 주주 관여를 통해 정직한 펀드를 만들겠다. 한국의 강소기업들을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소개하겠다”고 부연했다.

 

업계에선 KCGI의 메리츠자산운용 인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KCGI가 기존 사모펀드 위주의 사업 영역을 공모펀드로 확장하고 동시에 해외 시장 진출에도 시너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KCGI는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이면서, 애널리스트 출신인 강 대표가 지난 2018년 설립한 운용사다. 최근에는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5% 이상을 취득하며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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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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