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家 모녀 송영숙·임주현, '경영권 재탈환' 임박했나

2024.07.04 16:32:25

송영숙·임주현 모녀, '키맨' 신동국 회장과 의결권공동행사 약정 체결
신동국 회장, 앞서 지난 3월말 주총에선 임종윤·임종훈 형제 손 들어줘

 

(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일가간 경영권 분쟁이 더욱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던 ‘키맨’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최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및 장녀 임주현 부회장과 의결권공동행사 약정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간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했던 임종윤·임종훈 형제의 향후 거취도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송영숙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배우자다. 두 사람은 슬하에 장남 임종윤 이사, 장녀 임주현 부회장, 차남 임종훈 대표를 자녀로 두고 있다.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올해 초부터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4일 송영숙 회장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세종에 따르면 전날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회장에게 자신들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6.5%(44만4187주)를 매도하고 공동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회장 등 세 사람은 자신들이 직접 보유하고 있는 총 35% 가량의 지분 외에도 직계가족·우호 지분까지 더할 경우 한미사이언스 전체 의결권의 과반에 근접하는 수준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 경영권 분쟁 승기 잡았던 임종윤·임종훈 형제, 송영숙·임주현 모녀에 판세 뒤집히나

 

한미약품그룹은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이 별세한 2020년 이후 오너일가간 경영권 분쟁이 지속돼 왔다.

 

고 임성기 회장의 유산을 상속받은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을 위해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했지만 임종윤 이사·임종훈 대표가 이에 반발해서다.

 

특히 올해 1월 중순 임종윤 이사·임종훈 대표는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간 통합 작업 중 핵심인 신주발행에 대한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이들 형제와 모녀간 경영권 분쟁은 심화됐다.

 

이어 같은달 24일 임종윤 이사·임종훈 대표는 송영숙 회장이 자신들 의사에 반해 신주발행을 추진했다며 송영숙 회장이 자신들과는 더 이상 지분상 특수관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공시했다.

 


양측은 팽팽히 대립했으나 지난 3월 말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임종윤 이사·임종훈 대표가 추천한 이사진이 모두 이사회에 포함되면서 이들 형제 승리로 돌아갔다. 당시 신동국 회장은 임종윤 이사·임종훈 대표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후 지난 4월 초 한미사이언스는 이사회를 열고 임종훈·송영숙 ‘공동 대표’ 체제로 변경했다. 당시 회사측은 오너일가들이 가족간 협력·화합을 통해 ‘새로운 한미’를 경영하기로 통 큰 합의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5월 14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이사회에서 송영숙 회장의 해임 안건이 올라왔고 결국 이사 과반의 동의를 얻으면서 ‘송영숙·임종훈 공동 대표’ 체제 한 달여만에 ‘임종훈 단독대표 체제’로 뒤바뀌게 됐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의 최종 승자는 임종윤 이사·임종훈 대표에게 돌아가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3일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이 신동숙 회장과 손을 맞잡으면서 임종윤 이사·임종훈 대표의 향후 거취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송영숙 회장과 신동숙 회장측은 계약체결 이후 “그룹 경영권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당사자들 중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큰 어른으로서 그간 혼란과 위기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고 지속가능한 한미약품그룹 발전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리게 됐다”며 “이번 계약을 전격적으로 합의한 만큼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을 둘러싼 어떠한 외풍에도 굴하지 않는 건실한 기업으로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송영숙·신동숙 회장은 그간 유지해왔던 오너 중심 경영에서 전문 경영인 체제로 그룹 지배구조를 쇄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반면 임종윤 이사·임종훈 대표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에 대해 줄곧 반대 입장을 펼쳐온 바 있다.

 

 

◇ 상속세 문제 공동 해결도 무산…임종윤·임종훈 재원 마련 난항 예상

 

이번 주식매매계약으로 인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게 됐다. 따라서 고 임성기 회장 별세 이후 난제로 여겨졌던 상속세 문제도 조만간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종윤 이사·임종훈 대표는 상속세 재원 마련에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의 상속세 문제는 OCI그룹과의 통합 시도 및 이에 따른 경영권 분쟁까지 확대된 중요 사안이다.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는 고 임성기 회장 별세 후 한미사이언스 지분 총 2308만주를 상속받았고 이에 세정당국은 상속세 5400억여원을 부과했다. 지난 3년에 걸쳐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는 전체 상속세 가운데 절반 가량을 납부했으나 나머지 절반에 대한 재원 마련에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결국 이들은 상속세 납부시기를 올해 연말까지 연장했다.

 

이처럼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가 상속세 납부에 어려움을 겪자 업계 내에서는 이들이 지분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5월 한 매체는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50% 이상을 스웨덴계 투자회사 EQT파트너스에 1조원대에 매각할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6월 초 ‘조회공시요구(풍문또는보도)에 대한 답변(미확정)’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오너일가) 지분 매각과 관련해 현재 결정된 바 없다”며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3개월 내 재공시하겠다”고 해명했다.

 

현재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는 은행·증권사 등으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 중인 상황이다.

 

한미사이언스가 최근 공시한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송영숙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주식 421만여주를 담보로 모두 1300억여원을, 임주현 부회장은 680억원 가량을 각각 대출받았다.

 

임종윤 이사와 임종훈 대표는 각각 1871억원, 84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이 있다. 이들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의 주식담보대출 규모는 총 4700억여원에 이른다.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신동숙 회장이 사들이게 되면서 이들 모녀는 상속세 재원 마련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에 반해 임종윤 이사·임종훈 대표는 상속세 재원 마련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기존 주식담보대출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 재원을 마련하려면 지분매각 외에는 별다른 수가 없는데 이미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이 별개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5월말 한미사이언스는 “대주주 4명(송영숙·임종윤·임주현·임종훈)이 합심해 상속세 현안을 해결하기 뜻을 모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임종윤 이사·임종훈 대표의 주식담보대출 가운데 일부는 오는 8월 중순부터 만기가 돌아온다. 

 

한편 업계는 향후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간 경영권 분쟁이 올해 초보다 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임종윤·임종훈 형제 양측 모두 우호적 지분을 얼마나 더 모으냐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면서 “특히 이번 계약 과정에서 과거 임종윤·임종훈 형제의 백기사 역할을 했던 신동훈 회장이 흑기사로 돌아선 것을 본 양측은 앞으로 자신만의 백기사를 보유하고자 더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간 분쟁 과정에서 그나마 강조됐던 ‘가족간 화합’은 더 이상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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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주 기자 sierr3@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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