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스웨덴계 사모펀드(PEF) EQT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던 애큐온캐피탈과 애큐온저축은행의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두 회사를 합친 자산 규모만 9조원에 이르는 중견 금융그룹이 통째로 매물로 나온 셈이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EQT가 최근 UBS증권과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원매자 모집에 착수했다. 매각 대상은 EQT가 보유한 애큐온캐피탈 지분 96%와 애큐온캐피탈을 통해 보유 중인 애큐온저축은행 지분 100%다.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매각액이 1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애큐온캐피탈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총자본(1조1802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애큐온캐피탈의 전신은 KT렌탈에서 분할된 KT캐피탈, 애큐온저축은행은 HK저축은행이다. 2019년 영국계 PEF 베어링PEA가 두 회사를 약 7000억원에 JC플라워로부터 인수한 후 EQT가 2022년 베어링PEA를 다시 인수하면서 현재의 지배구조가 형성됐다. EQT는 인수 6년 만에 투자금 회수(Exit)에 나선 셈이다.
이에 대해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 측은 본지 취재에 “사모펀드(주주사)가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해 다양한 옵션을 전략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라며 “해당 건은 주주사 차원 사안이며, 현재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 측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라고 밝혔다.
◇ ‘알짜 매물’ 평가…수도권 저축은행 프리미엄 부각
애큐온캐피탈과 애큐온저축은행은 각각 업계 17위 캐피탈사, 5위 저축은행으로 수익성과 건전성을 모두 갖춘 ‘알짜 매물’로 통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애큐온캐피탈의 총자산은 4조162억원, 애큐온저축은행은 5조3698억원으로 집계됐다. 양사 총자산을 단순 합산하면 약 9조원 규모다.
부실관리도 안정적이다. 애큐온저축은행의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6.4%, 애큐온캐피탈은 3.3%로 각각 업계 평균을 밑돌거나 근접한 수준이다. 또 두 회사는 지난해 합산 76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330억원 흑자를 이어갔다.
특히 서울에 본점이 있는 애큐온저축은행의 경우 영업구역상 프리미엄이 붙는 수도권 저축은행으로 평가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수도권 저축은행은 영업구역 특성상 희소성이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이 책정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금융당국 저축은행 M&A 규제 완화 기류를 고려하면 이번 거래는 매도자 측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 PEF·중견금융사 각축 전망
일부 금융지주와 국내외 사모펀드가 모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지주사가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우리금융의 경우 수도권 저축은행이 없어 후보자로 거론되지만, 최근 보험사 인수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한 만큼 추가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최근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요구가 커진 상황을 고려하면, 핵심 비즈니스 외 부문에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국내 중견 금융그룹이나 PEF 운용사가 인수 후보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 정책 훈풍에 ‘리빌딩’ 가속…업권 재편 본격화?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계기로 저축은행 업권 내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의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 개정안도 저축은행 M&A 활성화에 불을 지폈다.
금융당국은 지난 5일 회의에서 서민·자영업자 지원 확대를 위해 정책금융상품(햇살론 등)에 대한 영업구역 내 여신비율 산정시 150%의 가중치를 적용하도록 하고, M&A 기준도 완화해 시장자율 구조조정 여건을 조성하는 데 방점을 뒀다.
최근 상상인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 주식을 KBI그룹 측에 매각(1107억원)한 것과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매입(9000억원)한 것에 이어 EQT의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 매각 움직임까지 이어지면서 저축은행업권에서 단기간 내 세 건의 대형 거래가 맞물렸다.
글로벌 자본의 엑시트와 국내 금융그룹의 리빌딩 움직임이 교차하는 가운데 저축은행 M&A 시장이 ‘2차 재편기’로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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