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코스피 4000 돌파 이후 국내 증시에서 주주행동주의가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스마트폰과 온라인 플랫폼이 발전하자 개인투자자들이 이전에 비해 쉽게 투자 정보를 얻고 의결권 행사나 주주제안 같은 주주 활동에 참여하는 장벽이 낮아지는 추세다.
반면 재계는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이 단기간 내 고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기업의 장기적인 투자나 기술 개발보다는 고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등 짧은 기간 안에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주로 요구한다며 과도한 주주행동주의를 우려하고 있다.
16일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발표한 ‘주주행동주의 동향과 대응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주주행동주의 대상기업은 최근 5년간(2020년~2024년) 6.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최준선 명예교수에게 해당 보고서 작성을 의뢰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글로벌 리서치업체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Diligent Market Intelligence)’ 조사결과 한국 기업 대상의 주주행동주의는 2020년 10개사에서 2024년 66개사로 약 6.6배 늘었다.
이에 반해 일본 기업 대상 주주행동주의는 2020년 67개사에서 2022년 109개사까지 늘었으나 2023년 103개사, 2024년 96개사를 기록하며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국내 기업 대상 주주행동주의가 증가하면서 ‘주주제안’도 활발해지고 있다. 금감원 공시에 의하면 총 42개 상장회사에서 열린 올해 정기주총에서 모두 164건의 주주제안이 상정됐는데 이는 2024년 137건보다 20% 늘어난 수치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보고서는 급증한 개인투자자수를 주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 2019년 약 600만명 수준이었던 개인투자자들은 2024년말 1410만명으로 약 2.4배 폭증했다.
이와함께 보고서는 개인주주들이 IT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결집한 것도 주주행동주의를 촉진시킨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 양대 소액주주 IT플랫폼인 ‘액트(14만명)’, ‘헤이폴더(2만5000명)’의 가입자수는 총 16만5000명(올 7월말 기준)에 달한다. 소액주주들은 IT플랫폼을 통해 과거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상호간 정보를 교환하고 효과적인 지분 결집과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이처럼 주주행동주의 확대됨에 따라 보고서는 추후 이사회 위축 및 이해관계자 피해 등이 우려되기에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준선 교수는 “최근 국회가 통과시킨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등의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에 이어 현재 발의 중인 ‘자사주 의무소각’, ‘권고적 주주제안’ 등이 담긴 추가 상법 개정까지 국회를 통과한다면 자기주식을 활용한 경영권 방어도 불가능해진다”며 “여기에 이사회 재량으로 결정할 안건도 ‘권고적 주주제안’ 명목으로 주총에서 다뤄야 하기에 기업 경영의 중심축이 이사회에서 주주총회로 이동할 수 있다. 결국 상법에서 규정한 이사회의 권한과 자율성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주총회가 주식회사 최고 의사결정기구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사회이슈를 둘러싸고 주주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장소로 변질될 수 있다”며 “주주행동주의 활성화로 주주환원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나 자칫 주주 이해만 집중해 채권자, 근로자, 협력업체, 소비자 등 회사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까지 피해를 입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밖에 최준선 명예교수는 주주행동주의 확대에 따른 주주 권한 남용 등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선 국회·정부가 상법 등의 개정 과정에서 ‘입법 보완’을 통해 증시 활성화를 지속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최준선 명예교수가 주장한 ‘입법 보완’ 내용은 ▲최대주주와 동일하게 일반주주 추천 이사 후보자의 상세한 정보 공개 ▲위임장 수집 과정에서 발생하는 편법·불법의 사전 감시 및 명확한 규정 ▲주주행동주의에도 5%룰 및 자본시장법상 공동보유자 관련 요건 적용 ▲개인주주 등에 대한 주주권한남용 책임 부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시장교란행위를 막는 감시체계 구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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