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종태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9일(현지시간) 한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재차 지정했다. 지난해 말 1,500원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은 한국의 강한 경제 기초여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날 연방 의회에 보고한 '주요 교역 상대국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통화 관행과 거시정책에서 신중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스위스, 태국 등 10개국을 관찰 대상국 명단에 올렸다. 태국은 신규 지정됐다.
한국은 2016년 4월 이후 7년여 만인 지난 2023년 11월 환율관찰 대상국에서 빠졌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인 2024년 11월 다시 환율관찰 대상국에 포함됐다. 이어 지난해 6월 발표된 보고서에서 해당 지위가 유지됐으며, 이번에도 관찰 대상국에서 빠지지 못했다.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가 2025년 6월까지 4개 분기 동안 상품과 서비스에서 미국의 대외 무역의 약 78%를 차지하는 주요 무역 상대국의 정책을 검토하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2015년 제정된 무역 촉진법에 따라 자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경제와 환율 정책을 평가, 일정 기준에 해당하면 심층분석국 또는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평가 기준은 ▲ 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 ▲ 12개월 중 최소 8개월간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금액이 GDP의 2% 이상 등 3가지다.
이들 3가지 기준 모두에 해당하면 심층분석국으로 지정되며, 2가지만 해당할 경우 관찰 대상국이 된다. 이번엔 심층분석국은 지정되지 않았다. 미 재무부는 이번에도 대미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문제를 지정 사유로 들었다.
재무부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상당히 증가해 2025년 6월까지 4개 분기 동안 국내총생산(GDP)의 5.9%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4.3%에서 상승한 것"이라며 "이러한 증가는 소득 및 서비스 무역이 크게 변동이 없는 가운데 상품 무역(주료 반도체와 기타 기술 관련 제품)에 의해 거의 전적으로 주도됐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이제 팬데믹 이전 5년 평균인 5.2%를 넘어선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대미 상품·서비스 흑자는 팬데믹 이전 최고치였던 2016년에 기록한 180억 달러의 2배 이상인 520억 달러에 달했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재무부 보고서에는 한국의 환율 동향과 관련, "2024년 4분기에는 한국은행이 11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국내 정치적 불안이 시작되면서 원화에 대한 절하 압력이 극심했다"며 "2025년 말 원화는 한국의 강력한 경제 기초여건과 부합하지 않게 추가로 약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재무부는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대체로 대칭적(symmetrical)이었다"며 "당국은 절하와 절상 압력 모두에 대한 급격한 변동을 저지하지 위해 시장에 개입해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이 2009∼2016년 원화 강세를 억제하기 위한 일관된 개입 패턴에서 대체적으로 대칭적 개입 패턴으로 전환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재무부는 한국의 자본시장은 상당한 개방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외환시장 거래시간 확대와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 허용 등 외환시장 제도개선 노력이 외환시장의 회복성과 효율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무부는 이번 환율보고서부터 전 국가를 대상으로 시장개입 외 자본유출입 및 거시건전성 조치, 정부투자기관 등을 활용한 경쟁적 평가절하 여부도 심층 분석하기 시작했다.
재무부는 정부투자기관 평가에서는 국민연금의 외화 매수는 해외투자 다변화 목적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국민연금과 한국은행 간 외환스와프는 2024년 4월 원화 변동성이 확대된 시기에 원화 약세 압력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재정경제부는 보도참고자료에서 "원화 관련 이례적 평가는 지난해 하반기 원화가 일방향 약세로 과도하게 움직인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재무부의 상황 인식을 시사한다"며 "앞으로도 재무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외환시장에 대한 상호 이해와 신뢰를 확대하고,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협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날 보고서에서 "재무부는 무역 상대국들이 외환 개입과 비시장적 정책 및 관행을 통해 통화를 조작해 무역에서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무역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이번 보고서를 시작으로 재무부는 무역 상대국의 통화 정책 및 관행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런 강화된 분석은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의 환율 정책 및 관행에 대한 재무부의 평가에 반영된다"고 덧붙였다.
재무부는 현재까지 한국과 일본, 스위스,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등 6개국 정부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면서 이들 공동성명이 "거시경제 및 외환 문제에 대한 긴밀한 협의를 강화하고, 효과적 국제수지 조정을 막거나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얻기 위해 환율을 조작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중국에 대해선 "이번 보고서에서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지만,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 가운데 환율 정책 및 관행에 대한 투명성 부족이 도드라진다"며 "앞으로 중국이 공식·비공식 경로를 통해 위안화 절상에 저항하기 위해 개입했다는 사용 가능한 증거가 제시되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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