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내가 낸 상속세·증여세, 10년간 결정·통지가 없었다면 환급받을 수 있다

2026.03.20 18:20:15

(조세금융신문=박창수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도 걱정되는 상속세·증여세

 

우리나라에서 상속세·증여세는 오랜 기간 ‘부자 세금’으로 인식되어 왔다. 실제로 우리나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에 의하면 상속세 과세가액은 상속재산 가액에서 기초공제 2억 원, 배우자 상속공제 5억 원, 자녀공제 등 각종 인적공제 금액을 공제하여야 하므로, 과거에는 상속재산으로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소위 ‘부자’들이나 상속세·증여세를 우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상속세·증여세는 더 이상 일부 자산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약 10년 동안 부동산 자산가치가 급격히 상승하였고, 가상화폐의 가치도 크게 뛰었다. 여기에 더해 비교적 일반 투자자들의 접근이 쉬운 주식시장에서도 이른바 ‘서학개미’ 열풍을 불러온 테슬라, 엔비디아 등 미국 테크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였고, 최근에는 그 흐름이 국내 증시로 이어지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역시 전례 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 상속세·증여세는 더 이상 일부 자산가들만이 우려하는 세금이 아니다. 서울에 자가를 보유하고 평범하게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님들도 진지하게 대비해야 하는 현실적인 세금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상속세·증여세 문제와 관련하여 납세의무자들이 주목할 만한 중요한 시사점을 던졌다. 납세의무자가 증여세를 신고·납부하였음에도 과세관청이 10년간 증여세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결정·통지하지 않았다면, 이미 신고·납부한 증여세의 환급을 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상속세·증여세의 확정방식과 국세의 부과제척기간에 관한 법리가 결합된 결과로서, 법률적으로는 당연한 결론이지만 그동안 실무적으로는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던 지점을 드러낸 판례이다.

 

◆상속세·증여세는 정부의 ‘결정’에 의하여 과세표준 및 세액이 ‘확정’

 

국세는 조세채무의 확정방식에 따라 ① 납세의무자가 과세표준과 세액을 정부에 신고했을 때에 확정되는 신고납부방식 조세, ② 정부가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하는 부과과세방식 조세, ③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때에 특별한 절차 없이 확정되는 자동확정방식 조세로 구분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는 납세의무자의 신고에 의하여 확정되는 신고납부방식의 조세이다. 반면, 상속세·증여세는 정부가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하는 부과과세방식의 조세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상속세·증여세는 과세관청이 납세의무자에게 상속세·증여세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결정·통지하여야만 비로소 그 과세표준 및 세액이 ‘확정’된다. 이처럼 과세표준 및 세액이 ‘확정’되어아먄 국가와 납세의무자 사이의 구체적인 조세채무·채권관계가 발생하고, 국가는 납세의무자에게 구체적인 조세채권을 행사하여 그 이행을 청구하고 강제징수 절차까지 나아갈 수 있다.

 

그런데, 상속세·증여세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와 마찬가지로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신고하여야 하는 조세로 널리 인식되어 있다. 실제로 정부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정치인 또는 고위공직자 후보자들이 가족의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신고·납부한 사실이 드러나 사과하는 사례를 우리는 자주 보아 왔다. 

 

이는 우리 세법이 상속세·증여세를 부과과세방식의 조세로 규정하면서도, 납세의무자에게 과세관청의 상속세·증여세 부과처분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협력의무인 상속세·증여세 신고의무를 함께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상속세·증여세는 납세의무자가 과세표준 및 세액을 신고해야 하는 조세이지만, 납세의무자의 신고에 의하여 과세표준 및 세액이 확정되는 것이 아니다. 과세관청이 납세의무자에게 상속세·증여세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결정·통지하여야만 비로소 과세표준 및 세액이 ‘확정’된다.

 

이러한 상속세·증여세 확정 절차는 납세의무자가 신고·납부한 과세표준 및 세액이 법령에 따른 정당한 금액과 일치하여 과세관청이 추가로 부과·고지할 세액이 없는 경우에도 동일하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도 과세관청은 납세의무자에게 추가 고지할 세액이 없다는 내용의 이른바 신고시인결정 통지를 하여야 하고, 그때에야 비로소 상속세·증여세 과세표준 및 세액이 확정된다.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지날 때까지 증여세 과세표준 및 세액이 ‘확정’되지 않는다면

   납세의무자의 납세의무는 소멸

 

우리 세법은 부과제척기간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이는 조세법률관계의 신속한 확정을 위하여 과세관청이 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부과제척기간 내에 과세처분을 하지 않는다면 조세채무 자체가 소멸하여 더 이상 조세를 부과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이다.

 

상속세·증여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세법은 상속세·증여세의 부과제척기간을 원칙적으로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1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납세의무자가 상속세·증여세를 신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신고한 경우 또는 부정행위로 상속세·증여세를 포탈하는 경우에는 부과제척기간이 15년으로 연장된다. 

 

따라서 납세의무자가 법정신고기한 내에 상속세·증여세를 신고하였음에도, 과세관청이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지나도록 납세의무자에게 상속세·증여세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결정·통지하는 방식의 과세처분을 하지 않았다면, 납세의무자의 상속세·증여세 납세의무는 소멸한다.

 

다시 말해, 납세의무자가 애초에 상속세·증여세 납세의무가 없거나 상속세·증여세를 잘못 신고하여 법령상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여 납부한 경우는 물론, 상속세·증여세 납세의무가 실제로 존재하고 법령상 정당한 세액을 신고·납부한 경우라 하더라도, 과세관청이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지날 때까지 그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결정·통지하지 않았다면, 납세의무자의 납세의무는 소멸한다.

 

◆납세의무자는 10년이 지나면 상속세·증여세를 환급받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납세의무자가 상속세·증여세를 신고·납부한 후 10년이 지나도록 과세관청의 과세표준 및 세액 결정·통지를 받지 못했다면, 이미 납부한 세금을 당연히 돌려받을 수 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환급 여부는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납세의무자가 10년 전 납부한 상속세·증여세의 환급을 구하려면, 과세관청을 상대로 ‘상속세·증여세 과세표준 및 세액 결정의 통지가 부존재한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거나, 국가를 상대로 이미 납부한 세액 상당의 환급금을 부당이득으로 돌려달라는 부당이득반환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 그리고 어느 소송 유형을 택하더라도, ‘과세관청이 10년이 지나도록 상속세·증여세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결정·통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원고인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입증하여야 한다.

 

그러나 어떤 사실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데, 그 부존재를 입증하는 것은 한층 더 어렵다. 특히 문제의 대상이 단기간이 아니라 10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친 사실관계라면, 그 기간 동안 특정한 처분이나 통지가 존재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일은 납세의무자에게 매우 무거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서는 납세의무자인 원고와 그 소송대리인이 소 제기 이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자료와 소송전략을 바탕으로, 쉽지 않은 부존재의 입증을 해냈다. 이러한 사례에 비추어 보면, 납세의무자가 ‘과세관청이 10년이 지나도록 상속세·증여세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결정·통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지만, 치밀한 자료 수집과 정교한 소송전략이 뒷받침된다면 그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의 사안에서도 원고인 납세의무자가 최종적으로 이미 납부한 증여세를 환급받게 될지는 조금 더 지켜보야야 한다. 그럼에도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의 의미는 분명하다. 납세의무자가 상속세·증여세를 신고·납부하였음에도 과세관청이 10년간 그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결정·통지하지 않았다면, 상속세·증여세 납세의무는 소멸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10년 전 상속세·증여세를 신고·납부하였음에도 과세관청으로부터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결정·통지받지 못한 것으로 기억된다면, 한 번쯤 오래된 서류와 기억을 다시 꺼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납부한 상속세·증여세 중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그동안 아무도 모르게 잠들어 있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필] 박창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미국 Cornell Law School (LL.M., 2022)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2015)

•서울대학교 철학과(2012)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조세그룹(2015-현재)

•Young IFA Network Korea 부회장(2023-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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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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