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행정당국이 경매로 산 부동산에 대해 취득세 환급 결정을 내렸다가 이를 번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득세는 부동산 취득방법과 형태에 따라 세율이 다른데, 경매로 산 부동산은 매매 대행일 뿐 건물을 새로 신축해 취득한 것은 아니기에 일반 매매세율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7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조세심판원은 지난 2일 합동회의에서 경매로 산 부동산에 대해 일반 매매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경매로 산 부동산을 원시취득으로 보아 2.8%의 취득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던 지난 5월 심판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심판원은 주로 세법을 다루다 보니 경매가 일반 매매라는 민법상 개념에 대해 다소 낯설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합동회의에서 2000년 이전의 대법원 판례 등을 추가로 검토한 결과 지난 5월 심판 결정을 수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취득세는 취득방법에 따라 세율이 다른데, 이미 지어졌던 건물을 사들이는 경우 일반 매매로 보아 4%의 세율을 적용한다.
반면, 없던 건물을 새로 지었거나 공익사업 목적에서 행정기관의 처분으로 기존 권리가 전부 말소된 부동산을 사들일 경우 권리가 새로 시작된다는 ‘최초 취득자’에 한해 2.8%의 원시취득 세율을 부과한다.
지난 5월 조세심판원은 경매로 팔린 부동산의 경우 기존 권리가 말소된다는 점을 이유로 경매 부동산에 대해서 2.8%의 세율을 부과할 것을 결정했다(조심2018지0309-2018.05.16).
이는 2016년 6월 ‘최초 취득자’가 있더라도 행정기관의 처분으로 기존 권리가 말소된 부동산의 경우 일반 매매와 달리 기존 권리의 승계가 이뤄지지 않는 ‘최초 취득’으로 보아야 한다며 2.8%의 세율을 부과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준용한 것이다(대법2016두34783-2016.06.23.).
이로 인해 지방세법 개정 전인 2017년 이전에 산 경매 부동산 취득세를 돌려달라는 청구가 전국에서 줄을 잇자 행정안전부는 지난 7월 경매는 행정기관의 기존 권리가 승계되는 매매 대행일 뿐, 최초 취득은 아니라는 심사위원회 심의 결과를 전국 시도단체에 전달했다.
경매 부동산은 취득세 신설 이후 50~60년 동안 줄곧 일반 매매로 취급됐으며, 이후 2000년 대법원 판례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6년 6월 대법원 판례는 ‘행정기관 처분으로 기존 권리가 완전히 말소되는 유형’에 해당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최초 취득’을 인정했다는 것도 사유로 덧붙였다.
경기도 세무심사팀 관계자는 “경매 부동산도 일반 매매라고 인정한 것”이라며 “경매는 세금체납 등으로 불가피하게 팔아야 하는 부동산을 행정기관이 매매대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종돈 경기도 세정과장은 “최초 취득은 부동산에 대해 처음으로 권리를 갖게 되는 최초 취득자나 행정처분으로 기존 권리가 완전히 사라져 다시 최초 설정을 하게 되는 부동산에만 제한적으로 해당한다”며 “조세심판원 결정은 수십 년 간 이어져 온 취득세법의 취지에 맞는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 오해로 납세자 피해 ‘일파만파’
비록 조세심판원이 경매를 일반매매로 인정됐지만,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납세자들 발등에는 여전히 불이 떨어진 상태다.
심판원에서 기각결정을 받아도 법원으로 넘어가 집단 소송을 낼 수 있고, 아직 취득세 환급청구를 내지 않은 사람들도 상당하다.
경기도의 경우 2408명이 청구를 냈고, 추가적인 잠재적 청구 대상자도 2300여명에 달한다. 전국적으로는 약 2만 여명이 이 문제에 해당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심판원에도 9월부터 10월까지 단 두 달 사이에 연간 처리건수의 7%에 달하는 심판청구건이 접수됐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대다수가 1000만원 이하로 서로 같은 사안들이지만, 청구건수를 따질 때 무시할 수는 없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경기도 세무심사팀 관계자는 “취득세 도입 후 수십 년 간 경매는 일반매매로 인정돼왔지만, 잘못된 법리로 너무나 많은 납세자들이 혼동을 빚고 있다”며 “납세자가 세금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존중받아야 할 일이지만, 더는 납세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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