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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놓고 중소기업계와 노동계 '날선 신경전'

내수부진 등으로 시기상조 VS 생계유지 위해서는 인상 필수


(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공약으로 세워 근로자들의 소득향상을 통한 경제활성화를 강조한 바 있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달성하기 위해서 2017년 현재 시간당 6470원인 최저임금을 매년 15.7%씩 인상해야 한다. 이는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7%에서 8% 정도였던 최저임금 인상폭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이명박 정부시절인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는 2.7%에서 6.1%의 인상률을 기록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는 7.1%에서 8.1%까지 인상했다. 새정부의 경우 이전 정부들과 비교해 최저임금 인상폭 예상 수치가 약 2배 가까이 됨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노·사간 합의 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최저임금 1만원 인상에 적극적으로 반대해온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와 당장 2018년도 최저임금부터 1만원을 적용해야한다는 노동계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세금융신문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관련해 이들이 주장하는 바와 쟁점사항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못 내는 기업 40% 육박…최저임금 1만원은 시기상조”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인상에 대해 중소기업·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을 안긴다며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 성장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 못하는 기업이 40%에 육박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상반기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은 전체 기업의 33.9%이며 이들 중 중소기업 비중은 46.3%에 달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채무상환능력으로 1 미만일 경우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도 감당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중기중앙회는 또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경영여건이 한계 직전 상태까지 돌입한 가운데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직격타를 날리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자영업자 등의 대출규모가 지난 2015년 422조5000억원에서 2016년 480조2000억원으로 13.7%p까지 폭증했으며, 지난 2015년 매출 규모 조사결과 자영업자 51.8%가 연매출액 4600만원(월 383만원) 미만이고 연매출액 1200만원(월 100만원) 미만이
21.2%에 달했던 점을 들었다.


또 사업자대출 등을 포함해 가계·기업대출을 중복해 받은 자영업자 비중이 63.6%로 절반치를 상회한 점, 3개 이상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수가 2010년 318만명에서 2015년 6월 344만명으로 증가한 점 등도 심상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계속되는 내수부진, 70% 초반 수준인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 평균가동률 80% 이상인 정상가동업체 비율이 48.2%인 상황 속에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중소기업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지난 6월 자체조사 결과 중소기업의 54.9%가 ‘내수부진’을 최대 경영애로사항으로 꼽았고 같은 달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3.5%를 기록했다는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최저임금의 단계적 인상과 지역·업종별 차등 적용 필요”


중기중앙회는 노사정 사회적 합의를 통한 최저임금 단계적 인상·안정화가 최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조세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의 지난 2001년 이후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8.6%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미만 임금근로자는 222만명이며 최저임금 미만률은 11.5%로 주요 선진국인 독일 6.0%, 영국 0.7%, 일본 2.0%, 미국 3.9% 등과 비교시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지난 2015년 기준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의 98.1%가 300인 미만 기업, 86.6%는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이는 최저임금이 최근 몇 년간 중소기업의 지불능력 등 노동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정도로 급격히 인상됐음을 시사한다”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해 우려했다.


중기중앙회는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과 같이 최저임금 산정범위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프랑스 등 최저임금 수준이 높은 선진국의 경우 최저임금 산입시 상여금, 식대 등 각종 수당과 현물급여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상여금, 교통비 등은 통상임금 산정에는 포함되지만 최저임금에는 산입되지 않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이런 비용들이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고 있어 법정최저임금과 기업들이 체감하는 최저임금 수준과 괴리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지난 2016년 기준 주40시간제 적용 사업장에서 월 기본급 120만원, 상여금 연 600%, 각종 수당 월 35만원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 임금 총액은 200만원이지만 최저임금 미달 여부 판단 시 기본급 120만원만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돼 2016년 최저임금인 월 126만270원 기준에 미달돼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이처럼 기업들이 최저임금보다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고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이 포함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판례에 의하면 매월 지급되는 교통비, 식대 등은 통상임금 산정 시 포함되지만 최저임금에는 산입되지 않고 있다. 노무관리가 취약한 영세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미달 여부 판정이 어려워 최저임금 미달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되고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 산정과 관련 법적 통일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2018년부터 최저임금을 지역별·연령별·업종별로 별도 적용해 시범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중기중앙회는 밝혔다. 계속해서 중기중앙회는 현행 최저임금법은 기업의 지불능력, 근로조건, 생산성 등 업종별 다양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결정·적용하고 있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월임금총액 기준 ‘숙박 및 음식점업’은 188만1000원이고 ‘전기·가스·수도사업’의 경우 633만원으로 최소임금 업종 대비 최대임금 업종 임금 격차는 3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다.


또 지역별 생계비가 중소도시를 100으로 정했을 때 대도시는 106.9로, 농어촌은 92.3으로 나타나 16개 시·도별 임금총액 수준·실질임금은 차이가 크다는 점도 언급했다.


실례로 지난 2015년 4월 기준 실질임금 순위에서 1위 울산은 월 386만2000원인 반면 최하위인 제주는 월 226만원으로 조사됐다.


중기중앙회는 OECD에서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권고하고 있다며 독일·일본·호주·캐나다 등 일반 최저임금제 실시 국가에서 업종·직종·지역별 최저임금제를 병행 실시해 단일 최저임금제의 단점을 보완했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에 따른 납품단가 노무비연동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3년 간 매년 7·8%씩 최저임금 인상이 진행됐으나 이들 인상폭이 납품단가에 반영된 중소제조업체는 절반 수준(57.1%)에 불과해 하도급 업체에 노무비 부담이 전가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 시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되는 영세 중소기업·자영업자 등에 대한 세제·자금지원 방안의 필요성에도 힘을 실었다. 중기중앙회는 근로소득 증대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현재 10%에서 25%로 확대하고 영세 중소기업 최저한세율을 7%에서 6%로 인하, 일정규모 이하 소상공인 주휴수당 지급액 50% 지원 등 세제·자금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임금 없는 성장 구조화 막기 위해서라도 1만원 인상은 필수”


반면 노동계 측은 더 이상 최저임금 인상을 미룰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정책실 관계자는 “경제성장에도 못 미치는 임금인상이 노동소득분배의 악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평균치는 5.86%인데 반해, 노동자 명목임금상승률은 3.13%에서 3.75%에 그쳐 양 수치 간 격차는 2.12%에서 2.73%에 달해 ‘임금 없는 성장’이 구조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다음으로 심각한 국내 임금불평등 상황도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 필요한 이유로 들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원 지난해 8월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에 따르면 전 산업 월 임금총액 평균값이 지난 2015년 8월 230만원에서 2016년 8월 237만원으로 7만원 증가했고, 하위 10%의 경우 월 임금총액 평균값이 80만원으로 변동이 없다.


그러나 상위 10%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42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30만원이나 증가했고 이로 인해 상위 10%와 하위 10% 임금격차는 2015년 5.25배에서 2016년 5.63배로 늘어났다. 이뿐만 아니라 3개월간 월 평균임금 총액은 정규직이 지난 2015년 8월 297만원에서 2016년 8월 306만원으로 9만원(3.1%↑) 인상됐고 비정규직은 2015년 8월 148만원에서 2016년 8월 151만원으로 3만원(1.9%↑) 인상돼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격차가 갈수록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생계유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최저임금 수준도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의 중요한 이유로 손꼽았다. 현재 국내 최저임금 수준은 가구생계비는 커녕 비혼 단신 생계비의 70%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수준이고 2·3인 가구생계비를 고려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에서 40% 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기준 최저임금위원회가 밝힌 월생계비는 167만3803원이었으나 최저임금은 월 116만6220원으로 최저임금이 생계비를 충족시키는 비율은 69.6%에 불과하다.


아울러 지난 2015년 최저임금 월 116만6220원은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 임금평균 대비 31.2% 수준으로 매우 낮고, 1인 이상 사업장 전체노동자 임금평균과 비교해도 34.8%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은 외벌이 가구에겐 가계 유지 위한 수단”


노동계는 지난 2016년 최저임금위원회의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분석보고서’를 인용해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노동자가구의 평균 가구원 수(2~3명)를 고려한 가구 생계비가 평균값 기준으로 월 270만7573원에서 343만7488원이고 중위값 기준으로 월 241만8243원에서 301만3199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저임금 미만 혹은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노동자 중 약 80%가 기타 가구원(보조소득원)이 아닌 핵심소득원(가구주 또는 배우자)이었고 이들 중 60% 이상이 외벌이로 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했다.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 결과 지난 2014년 기준 전체 가구원 수별 비율 중 4인 가구가 약 3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가구원 소득자 수 비율은 외벌이 가구가 약 58%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는 이러한 점들을 들어 오는 2018년 적용 최저임금이 월급 209만원·시급 1만원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소영세사업자 등 약자층에 대해선 중소기업계와 노동계 한 목소리


이렇듯 중소기업계와 노동계가 생각하는 최저임금 인상 규모는 서로 현격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양측 모두 대립되는 의견만 내세우는 것은 아니었다. 최저임금과 관련된 일정 부분에서는 의견이 서로 일치했다.


최저임금 인상 시 큰 타격이 우려되는 중소영세기업·자영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의 4대 사회보험 비용 지원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거의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는 현재 중소영세·자영업자들의 사회보험료 부담 경감을 위해 두루누리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사업은 10명 미만 소규모사업장에서 월급 140만원 미만을 받고 있는 노동자·사업주에게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 일부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현행 법률상 두루누리 사업 신규가입자는 60%, 기존가입자는 40% 수준의 고용보험·국민연금 비용 일부가 지원된다.


중소기업계는 지원 범위를 고용보험·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건강보험까지 확대시키고 지원 수준도 100%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건강보험 외에 산재보험까지 지원범위를 넓히고 지원규모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원청 부담 의무화에 대해서도 양측은 같은 의견을 내고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중소기업계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해 하도급업체의 노무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노동계도 이에 대해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원청이 함께 부담할 수 있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양측 모두 최저임금 인상 규모와 관련해서는 대립하고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 시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중소영세기업·자영업자와 하도급 업체 등에 대해서는 중소기업계와 노동계 모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18년 최저임금 법정심의 기한은 지난달 29일이었다. 정부의 최저임금 확정고시일은 오는 8월 5일이다. 다만 이의제기 등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시 전 20일로 정하고 있다. 7월 16일까지 노사정 최종 합의가 이뤄질 경우 효력이 발생한다. 인상 규모에 대해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중소기업계와 노동계간 합의로 과연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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