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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명목 법인세율 OECD 7위...법인세율 인하 혜택 어디로?

KDI보고서 ‘국내 경영진 사익편취 성향, 미국의 9배…법인세율 인하 혜택 가로채’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우리나라 명목 법인세율이 OECD 국가 35개국 중 7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들이 명목 법인세율을 내렸지만, 우리나라는 올린 데 따른 것이다.

 

18일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법인세율 OECD 국제간 비교자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명목 법인세율은 OECD 평균 법인세율(21.5%)보다 3.5%p 높은 25%로 프랑스(33.3%), 호주(30%), 멕시코(30%), 벨기에(29%), 그리스(29%), 뉴질랜드(28%)에 이어 7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는 일본(23.2%), 노르웨이(23%), 덴마크(22%), 미국(21%), 영국(19%), 캐나다(15%), 독일(15%) 순이었다.

 

한국의 순위가 높아진 것은 지난 수년간 OECD 국가들이 명목 법인세율을 낮춘 탓이 크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명목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었다.

 

OECD 명목 법인세율 순위는 2009년 20위, 2011년 19위, 2014년 17위, 2016년 16위로 점차 내려갔다.

 

다른 OECD 가입국들이 명목 법인세율을 낮추면서 상대적으로 순위가 올라간 것으로 실제 최근 5년간 미국, 일본, 영국, 덴마크, 이태리, 이스라엘, 벨기에, 스페인 등 14개 국가가 법인세율 인하에 동참했다.

 

반면, 최근 5년간 명목 법인세율을 인상한 국가는 라트비아, 칠레, 그리스, 한국, 터키, 슬로베니아로 한국을 제외하면 법인세율이 높지 않은 국가들이다.

 

수출 비중이 낮은 국가는 법인세율이 올라가도 내수시장에 산업 근간이 있기 때문에 외국 이탈 가능성과 국제경쟁력 약화 정도가 작지만,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는 국제경쟁력이 약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심 의원의 지적이다.

 

154개국의 중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대부분 20% 수준의 법인세율로 유지했다고도 덧붙였다.

 

심 의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과 법인세율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반기업적인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라며 “미국과 일본 등 각국이 감세 등을 통해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는데 우리나라만 추세를 거스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비과세와 공제 등 조세감면도 있기 때문에 명목 법인세율 순위가 법인세 실부담 순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명목 법인세율을 낮춘다고 무조건 투자가 촉진된다고 볼 수도 없다. 횡령, 유용 등 경영진의 사익추구가 가능한 환경에서는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투자 촉진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016년 11월 발표한 ‘법인세율 투자가 기업투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법인세 인하가 투자를 촉진하지만, 경영진이 중간에 돈을 빼 쓰는 성향이 높은 상황에서는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효과가 28% 감소한다고 결론 내렸다.

 

법인세를 내려도 그 혜택을 경영진이 사적으로 누리는 비중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명목세율을 적용한 후 조세감면을 뺀 실납부 법인세)이 1% 인하될 때마다 투자율은 0.2%p 증가했다.

 

반면, 국내기업 경영진이 합법은 물론 불법을 동원해 회삿돈을 사적 목적으로 유용한 수준은 영업이익 및 현금성 자산의 0.09%로 미국보다 아홉 배나 높았다.

 

경영진의 높은 사익편취 성향에 따른 부작용은 법인세 인상했을 경우 더 악영향을 미친다.

 

투자 여력이 법인세 인상으로 줄어든 가운데 경영진이 기존의 편취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투자를 줄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감사와 사외이사 등 내부견제장치를 만들어 경영진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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