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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썩이는 후분양제…국내선 시기상조?

건설업계 "시공사·소비자 모두에 실익 없어"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고분양가의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강남과 한강 주변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후분양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후분양제가 아직 국내에 적용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HUG는 지난 6일 분양가 상한을 100~105%로 낮추는 내용의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을 내놨다. 하지만 이 개선안은 최근 고분양가 논란을 피하기 위해 급조됐다는 게 건설업계 평가다.

 

한 업체 관계자는 “HUG에서 내놓은 개선안은 주변 시세로 분양가를 통제한다는 말인데 새로 짓는 아파트의 분양가를 십수년 지난 아파트의 분양가와 같게 한다면 사업비를 억지로 낮춰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라며 “시공사에서 이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자재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곧 아파트 품질문제로 연결돼 소비자입장에서도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후분양은 HUG의 분양보증이 필요 없다”라며 “전체 공사의 공정률 70%를 넘긴다면 시행 주체가 직접 입주자 모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된다면 시행 주체가 분양가를 자유롭게 책정 가능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분양가를 더 높일 수 있게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물론 분양가를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다고 해서 한없이 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각 지자체의 심의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HUG의 분양가 상한제 보다 다소 높이는 정도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이번에 바뀐 심사기준은 주택가격변동률이 하락할 경우 100%이내에서 심사하도록 해 주변 분양가를 넘지 않는 선에서 분양가가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부동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고분양가 사업장들은 대응책으로 후분양제 카드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은 이르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 40여년간의 주택공급 방식을 바꾸기도 어렵거니와 국내에서 후분양제를 적용하기에는 개선해야할 문제들이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후분양제는 선분양제 방식의 부작용인 부실시공 문제나 주택품질 문제 등이 사회에 대두되며 그 대안으로 떠올랐다. 아파트 하자 관련 분쟁을 줄일 수 있고, 분양권 전매를 막아 투기를 억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건설사의 입장은 다르다. 자본융통이 느려져 사업 확장이 어렵고, 소비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과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지금 후분양제 논의는 왜곡됐다"고 평가했다. 소비자의 선택권 등을 재고하기 위해 논의돼야 하는데 지금의 후분양제 논의는 이러한 본질에서 벗어나 보인다는 설명이다.

 

B건설사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기본적으로 시행사들이 공사비 PF를 일으킨다”라며 “우리나라는 시공사가 브랜드부터 모든 책임을 떠안듯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해외 방식의 후분양제를 국내에서 따라가기에는 선결돼야 할 문제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도 유명한 시행사들이 있지만 이곳들도 해외의 후분양제 방식을 어설프게 따라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C건설사 관계자는 “하자 때문에 후분양제를 해야 한다는 건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단언했다.

 

그는 “소비자들로부터 하자가 지적되는 부분은 대부분 마감 공사 영역"이라며 “골조가 80% 올라간 상태로 분양을 해봐야 일반인이 하자를 발견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100% 준공 후 분양을 한다고 해도 세세한 부분의 하자 여부는 1년 정도 거주하면서 발견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HUG는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후분양로드맵이 담긴 ‘장기주거종합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보증대상 및 한도(가구별 70% 일원화)를 확대하고, 금리 부담을 낮추기 위해 후분양 표준PF 금융기관을 선정하는 등 민간 후분양제 활성화 지원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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