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주식신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과 자본시장법(자시법) 내용의 일부가 개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이 실질적 의사 결정권자가 아닌 주식신탁의 경우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의 20% 이상 취득시 금융위원회에 승인을 요구해야 한다’는 금산법 조항에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영경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28일 오전 10시 조세금융신문과 금융조세포럼이 주관하고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주식신탁 활성화를 위한 법제 및 세제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이 변호사는 각종 법적 규제가 주식신탁에 불합리하게 적용하고 있어 그간 주식신탁의 활용도가 크게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신탁의 본질상 신탁재산에 대한 실질적 소유자의 지위는 수익자에게 있음에도 관련 규제법은 신탁업자가 신탁자산인 주식의 ‘소유권’을 가진다는 점에만 집중, 명의자인 신탁업자에 불필요한 여러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먼저 이 변호사는 금산법 제24조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산법 제24조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의 20% 이상 취득시 금융위원회에 승인을 요구하게 돼있다. 이는 금융기관을 통한 기업결합을 규제하고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기관의 산업자본 지배를 제한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주식신탁의 경우 신탁업자에 금융기관의 일반회사 소유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게 이 변호사의 입장이다. 금융기관이 실질적 의사 결정권자가 아닌 주식신탁의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이날 이 변호사는 자시법 제112조 제1항에 대한 개정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피력했다. 해당 조항에서는 ‘신탁재산으로 취득한 주식에 대한 권리는 신탁업자가 행사한다’고 정하고 있으나, 이를 ‘신탁업자가 독자적으로 행사해야 한다’고 해석해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해당 조항 후문에서도 ‘신탁업자는 수익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신탁재산에 속하는 주식의 의결권을 출실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하고 있는 만큼 위탁자의 지시에 따를 필요가 생길 수 있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자시법 제112조의 제2, 3항에서의 의결권행사 제한 규정 개정과 실질적 의결권자 규제 방안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고 이 변호사는 지적했다.
자시법 제112조의 제2항은 신탁업자와 같은 계열회사가 발행한 주식인 경우 등 일정한 경우에는 의결권 행사로 결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그림자 투표를 하도록 하고 있다. 제3항에서는 신탁업자가 신탁재산으로 어느 회사의 발행주식총수의 15% 이상을 취득한 경우 초과분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다고 정한다.
신탁업자가 독자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기관인 신탁업자가 일반 회사를 지배하는 상황을 막고, 신탁업자가 위탁자나 수익자의 지시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 신탁을 통해 우회적으로 기업지배를 시도하는 것을 막는 것이 해당 조항의 입법 취지다.
이에 이 변호사는 수탁자가 독자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수탁자가 자기 자신을 위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고, 수익자의 이익을 위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신탁업자가 금융기관이라는 이유에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내다봤다.
또 위탁자나 수익자가 신탁을 통해 우회적으로 기업지배를 시도하는 경우 일률적으로 15%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지 말고, 실질적 소유자 또는 의결권 지시권자를 투명하게 공개해 관련 법규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탁업자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단 하나의 신탁을 인수한 수탁자에게도 신탁업자 진입규제, 영업행위규제 등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이러한 불합리성을 피하기 위해 자본시장법에 신탁업자가 아닌 자가 수탁자가 되는 경우, 복수의 신탁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면 신탁업 규제의 적용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금감원에서도 예외를 인정하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으며, 실무에서도 예외가 있다는 걸 인정할 수도 있다고 본다"라며 "현행 법체계에서는 주식신탁 일반에 대해 예외가 인정되지 않고 있기때문에 예외가 인정된다면 업무상 편한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문에서 명확화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또 이 변호사는 신탁 활성화를 위해 신탁업법을 금융규제법규와 별개로 독자적 영역으로 규율하는 입법론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가령 기업승계신탁이나 유언대용신탁 등 금융업과는 이질적인 성격을 가진 신탁도 신탁업자가 인수하면 금융규제법인 자본시장법의 적용대상이 돼 신탁업자의 규제가 적용된다. 이런 측면에서 신탁업자를 금융업자로 취급하지 않고 신탁 수탁자의 역할에 부합하는 새로운 입법이 필요하다는 게 이 변호사의 의견이다.
끝으로 이 변호사는 “다양한 형태의 신탁이 활성화되고 있음에도 주식신탁의 활용도는 크게 떨어진다. 법률적 관점에서 주식신탁이 외면받는 이유를 고민했고 여러 입법개선 방안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