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자녀가 아파트를 사면서 아버지에게 빌린 현금에 대해 무조건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처분을 취소할 것을 과세당국에 권고했다.
권익위는 24일 자녀가 아버지에게 빚을 갚은 경우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취지로 과세관청에 시정을 권고했다.
A씨는 아파트를 취득하면서 중도금이 부족하자 아버지로부터 3억원을 빌렸다. 이후 A씨는 취득한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아버지에게 2억7000만원을 갚았다.
과세관청은 아버지로부터 빌린 3억원을 증여로 보고 A씨에게 증여세 6000여만원을 부과했다.
A씨는 아파트를 담보로 2억7000만원을 대출받아 아버지에게 갚았는데도 증여세가 부과된 것은 억울하다며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신청했다.
과세관청은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를 하고 싶으나, 대출 관계로 은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빚이나 이자를 갚지 않는 대출 관계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다.
권익위는 A씨가 아파트를 산 당일 주택 담보 대출로 2억원을 받아 총 2억7000만원을 아버지에게 갚은 점, A씨가 아버지와 차용증을 쓰지 않았어도 서로 돈이 오간 것을 금전소비대차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점, A씨가 아버지에게 3억원을 빌릴 때 계좌이체가 아닌 수표로 받아 자신의 계좌의 돈과 섞이지 않고, 아파트 취득대금으로 사용한 점(아버지에게서 빌린 돈이 전액 아파트 대금으로 쓰였다는 뜻)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3억원에 대해 증여가 아닌 차용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관할 과세관청은 권익위 권고를 수용해 A씨에 대한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했다.
안준호 권익위 고충처리국장은 “불법 증여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과세해야 하지만 사실관계의 판단 차이로 과세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들이 억울하게 세금을 부과받는 일이 없도록 납세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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