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미성년자 증여액 규모가 1년 사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조부모에 의한 세대생략 증여가 많았는데, 편법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14일 공개한 국세청 ‘최근 5년간 미성년자 증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성년자 증여액은 2조3504억원으로 전년(1조617억원)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증여세는 4607억원으로, 증여재산에서 공제를 뺀 과세표준 대비 실효세율은 17.1%였다.
증여를 받은 미성년자 중 42%(7251명)는 할아버지나 할머니 등 조부모 증여였다. 세대생략 증여재산은 1조117억원으로 전체 미성년자 증여재산(2조3504억원)의 43%에 달한다.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직접 증여할 경우, 아버지 세대에서 손자녀 세대로 증여할 때 부담해야 하는 증여세를 회피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해 세대생략 증여의 경우 증여세의 30%를 할증해 과세하고 있고, 2016년부터는 미성년자 세대생략 증여재산이 20억원을 초과하면 40%를 할증하고 있다.
다만, 증여재산 가액이 20억을 초과할 경우에만 10% 포인트 상향된 할증률이 적용되고, 실제 절세 금액에 비해 할증률도 높지 않다.
세대생략 증여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7251명으로 전년(4105명) 대비 77%나 증가했다. 세대생략 증여재산도 처음으로 1조117억원으로 전년(5546억원) 대비 82%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다.
특히 지난해 미성년자 세대생략증여는 부동산이 4447억원으로 전체의 44%를 차지했다. 그 다음 예금 등 금융자산이 3581억원(35%), 주식이 1627억원(17%)으로 순이었다.
세대생략 증여는 두 번의 세금을 한 번으로 가늠할 수 있어 부유층의 ‘합법적 절세’ 창구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미성년자 세대생략 증여의 실효세율(결정세액/과표)은 19.6%로 일반적인 미성년자 증여의 실효세율(15.4%)보다 27% 정도 높은 수준이다.
1인당 증여금액을 일반 증여와 비교하면, 미성년자 세대생략 증여는 1인당 1억3952만원으로 일반 증여(9949만원)보다 40% 정도 높다.
연령별로 보면, 나이가 어릴수록 세대생략 증여의 비율이 높았다.
만 6세 미만 미취학 아동의 60%(3488억원)가 세대생략 증여였고, 초등학생의 경우 45%(3388억원), 중학생 이상 미성년자의 22%(2166억원)가 조부모 증여였다.
고 의원은 “현행 세대생략 할증과세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부유층의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경제활동 능력이 없는 미성년들이 자기 돈으로 제대로 증여세를 납부했는지, 자금출처나 증여세 탈루 여부에 대해 꼼꼼히 들여다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증여세를 신고한 미성년자 수도 2만706명으로 전년(1만56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증여재산 종류별로는 토지나 건물 등 부동산이 8851억원으로 전년(3703억원) 대비 2배 이상(139%) 늘었다.
예금 등 금융자산은 8086억원으로 전년(3770억원) 대비 115% 늘었고, 주식은 5028억원으로 전년(2604억원) 대비 93%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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