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최근 시멘트업계 자체 조사에서 극독 발암물질인 6가 크롬이 유럽 기준치의 2배 이상 나왔다는 결과가 나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5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국립환경과학원 보고서와 일치하는 결과인데 환경부는 두 조사 모두 믿을 수 없다며, 현재의 안전기준을 고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멘트협회가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체조사 보고서.
시멘트협회는 국립환경과학원과 같은 유럽식 기준과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시멘트 주요 제품에서 6가 크롬이 EU 기준치 2.0ppm의 두 배인 4.0ppm나 검출됐다고 보고했다.
시멘트 협회에서 지목하는 6가 크롬 다량 검출된 사유는 쓰레기. 국내 제조업체들은 쓰레기를 석회석과 섞어서 시멘트를 만드는데 국내 제조업체 가운데 쓰레기를 쓰지 않는 업체에서는 전혀 6가 크롬이 나오지 않았다.
시멘트 협회의 이번 조사 결과는 과거 환경부의 논리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다.
시멘트 안전기준은 크게 유럽식과 일본식이 있는데 유럽식은 6가 크롬 기준치를 2.0ppm, 일본식은 20.0ppm으로 높여 잡고 있다.
환경부는 6가 크롬 기준치가 훨씬 느슨한 일본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그 이유로 일본식의 검출방식이 유럽식보다 월등하다고 주장해왔다.
2006년 환경부는 유럽식으로 6가 코롬이 1.6ppm만 검출돼도 일본식으로 재조사하면 35.8ppm이나 검출된다고 주장했다. 일본식이 유럽식에 비해 무려 22.375배나 엄밀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 시멘트 협회 조사에서 유럽식 검출법으로 6가 크롬이 4.0ppm 나왔다는 이야기는 일본식 검출법으로는 89.5ppm이 검출돼야 한다.
하지만, 그간 정부가 발표한 수치는 달랐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지난해 1월~10월 6가 크롬 평균 농도는 6.76ppm. 가장 최근 자료인 2022년 4월 자료에서는 7.22ppm이었다.
6~7ppm 나와야 할 6가 크롬이 어째서 협회 조사에서는 89.5ppm이나 검출된 것일까.
노웅래 의원실 측에서는 평소 느슨한 측정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산업 조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시료의 신뢰성이며, 때문에 무작위로 시료를 수집해 조사하는 것이 산업 조사의 원칙이다.
그런데 시멘트 발암‧방사능 물질 조사는 시멘트 업체가 국립환경과학원에 보내주는 시료를 사용한다. 시료의 객관성을 도저히 확보할 수 없는 조사방식이다.
환경부는 현재의 느슨한 일본식 검출방식이 전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우리 기준이 잘못된다면, 일본 시멘트도 잘못되는데, 일본 시멘트가 잘못될 리 없으니 우리 시멘트도 문제없다는 순환논법에서다.
심지어 검출방식이나 기준치 등 안전기준도 업계 자율로 맡기고 있다. EU는 법령에 의해 엄격히 안전을 확보한다.
국제보건기구(이하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6가 크롬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6가 크롬은 사람의 피부에 닿거나 몸에 들어가 쌓이면 가려움증을 수반하는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아토피 등)은 물론 각종 암까지 일으킨다.
노웅래 의원은 “시멘트협회는 국내 발암물질 허용기준이 유럽보다 느슨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동안 ‘안전한 시멘트’라며 국민들을 속여왔다”며 “국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당장이라도 시멘트 내 발암물질 허용기준을 유럽과 같이 엄격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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